|2026.03.03 (월)

재경일보

"암호화폐 시세조작단 수십 개 활동중…투자자 피해"

암호화폐 시세를 조작하는 수십 개 그룹이 지난 6개월간 8억2천500만 달러(약 9천억원) 규모의 거래를 유도해 다른 투자자들에게 수 억달러에 달하는 손해를 끼쳤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신문은 올해 1∼6월의 거래 자료와 트레이더들 간의 온라인 대화 내용을 분석해 121종의 암호화폐와 관련한 175차례의 '가격 띄우고 팔아치우기'(pump and dump)가 있었다고 전했다. 가격이 갑자기 치솟았다가 몇 분 만에 급작스럽게 추락하는 양상이었다.

가격이 오르게 한 다음 팔아치우는 계략은 금융시장의 오래된 사기 형태 가운데 하나다. 트레이더들은 어떤 자산의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다른 투자자들을 속여 수익을 챙기고 빠진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상장주식을 이용한 이런 행위를 자주 적발해 민사소송으로 대응한다. 암호화폐 조작도 이와 다를 바 없지만, 규제 당국은 아직은 행동에 나서지 않았다.

온라인에는 암호화폐 트레이더들이 모이는 채팅방이 성행한다. 가장 큰 그룹인 '빅펌프 시그널'은 메시지 앱인 텔레그램에 모인 팔로워(follower)가 7만4천명이다. 다른 메시지 앱 디스코드에 있다가 인원 한도 초과로 지난해 12월 텔레그램에 채팅방을 개설한 후 26차례의 시세 조작 활동으로 2억2천200만달러의 거래를 끌어냈다.

암호화폐 스타트업들의 신규 암호화폐 공개(ICO)가 최근 폭발적으로 늘어난 이후 시세 조작도 더욱 만연해졌다.

조작 그룹들의 전략은 단순하다. 먼저 날짜와 시간, 거래소를 알린다. 정해진 시간이 되면 가격을 띄울 암호화폐를 공개하는데 이를 '신호를 보낸다'(signal)고 일컫는다. 트레이더들은 앞다퉈 암호화폐를 사들였다가 순식간에 팔아치우는데 이 모든 과정은 몇 분 만에 일어난다.

예를 들어 빅펌프 시그널은 지난 7월 1일 미국 동부시각 3시 정각 팔로워들에게 바이낸스라는 거래소에서 암호화폐 클록코인을 사라고 지시했다. 즉각적인 매수로 클록코인의 가격은 50% 뛴 5.77달러까지 찍었다가 2분 만에 1달러 가까이 떨어졌다. 6천700차례에서 170만달러 규모의 거래가 이뤄졌는데 1시간 전에 거래가 거의 없었던 것과 비교된다.

이런 수법은 1930년대에 금지됐다. 당시 트레이더들이 자신들끼리 주식을 사고팔아 가격을 부풀린 다음 일반 투자자들에게 떠넘기고 수익을 챙겼다.

닷컴 붐 시기에도 이 같은 시세 조작은 성행했는데 영화 '울프오브월스트리트'의 소재가 된 조던 벨포트의 스트래튼오크몬트가 악명 높았다. 1999년 34개 기업 주식에 대한 '시세 띄우고 팔아치우기'로 투자자들에게 2억달러가 넘는 손실을 입힌 그는 사기 혐의에 유죄를 인정했다.

암호화폐 조작단의 수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63개가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그룹은 대부분 텔레그램과 디스코드에서 활동하며 6월 말 현재 총 23만6천명의 팔로워가 있다.

이런 그룹의 활동은 베일에 싸여 있다. 이들 그룹은 초대를 받아야 들어갈 수 있는 비공개 대화방에서 활동하며 운영자는 익명이다.

많은 그룹은 회원들에게 매월 50∼250달러의 회비를 받는다.

시세 조작의 주체가 얼마나 많은 수익을 내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이들은 대상 암호화폐를 선정하는 유리한 점이 있어 바닥에서 사서 자신들이 계획한 고점에 팔 수 있다.

암호화폐 분석기업인 사이퍼트레이스의 데이브 제번스 최고경영자는 트레이더들에게 시세 조작 활동이 도박 같다고 설명했다. '치킨 게임'과 비슷한데 가격이 고점에 오르기를 더 오래 기다릴수록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가격이 추락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잃을 위험도 동시에 커진다.

빅펌프 그룹의 활동에 참여한 적이 있는 올해 27세의 테일러 코들은 "불쌍한 팔로워들에게 (목표) 가격에 도달할 때까지 계속 사라고 부추기는데 그 가격까지 오르지 않는 일이 많다"면서 "나는 30초 만에 5천달러를 잃었다"고 말했다.

조작 활동이 자주 이뤄지는 곳은 거래량으로 최대의 온라인 거래소인 바이낸스다. 바이낸스에서는 ICO가 자주 있는데 많은 경우 조작단이 효과적으로 암호화폐를 사고 가격을 통제하기에 충분할 만큼 규모가 작다.

조작의 대상이 되는 암호화폐는 새로운 투자자들의 관심을 이끌 수 있을 정도로만 거래가 이뤄지고, 의미 있는 양을 살 수 있을 만큼 비싸지 않은 것이다.

빅펌프 시그널의 가격 띄우기로 가장 성공적이었던 페세타코인, 스텔스, 아그렐로 등 3개는 조작 전 가격이 6∼31센트에 불과했다. 이들 암호화폐는 시세 조작으로 가격이 70%나 뛰었다.

암호화폐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 기사

금융당국 “코인 레버리지 투자 경계” 경고

금융당국 “코인 레버리지 투자 경계” 경고

금융당국이 최근 가상자산 시장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레버리지 기반 코인 투자에 대해 강력한 경고를 내놨다. 특히 파생성 상품 성격을 띤 고위험 코인 대여 서비스가 청년층과 소액 투자자에게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우려의 핵심이다. 30일 금융위원회는 복수의 국내 주요 가상자산거래소들을 대상으로 레버리지 상품 관련 실태조사에 착수했으며, 내부 심사 기준과 마케팅 방식을 집중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진단] 비트코인 12만 달러 돌파…‘디지털 금’ 랠리 지속되나

[금융진단] 비트코인 12만 달러 돌파…‘디지털 금’ 랠리 지속되나

대표 가상자산 비트코인이 12일(현지시간) 장중 12만 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글로벌 관세 리스크와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비트코인이 금과 채권을 대체하는 ‘디지털 안전자산’으로 주목받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금융진단] 비트코인 11만2000달러 돌파…ETF 순매수 속 ‘디지털 금’ 위상 격상

[금융진단] 비트코인 11만2000달러 돌파…ETF 순매수 속 ‘디지털 금’ 위상 격상

대표 가상자산 비트코인 가격이 9일(현지시간) 11만200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이는 연초 4만달러대에서 약 3배 가까이 상승한 수치로, 올해 4월 반감기(Halving) 이후 본격적인 상승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에서는 비트코인 현물 ETF(상장지수펀드)로의 기관 자금 유입, 그리고 글로벌 투자자들의 대체 자산 선호 확대가 이번 랠리의 배경으로 분석된다.

[금융진단] 이란·이스라엘 휴전에 비트코인 반등…11만달러 돌파 가능할까

[금융진단] 이란·이스라엘 휴전에 비트코인 반등…11만달러 돌파 가능할까

24일(현지시간) 비트코인 가격이 이란과 이스라엘 간 휴전 소식에 반등했다. 지정학적 긴장이 완화되자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되살아나면서 한때 10만8천달러를 회복했다. 시장에서는 11만달러 돌파 가능성을 두고 기대와 경계가 교차한다.

비트코인, 4개월 만에 최고치…ETF 자금 유입에 11만달러 눈앞

비트코인, 4개월 만에 최고치…ETF 자금 유입에 11만달러 눈앞

비트코인이 4개월 만에 최고치를 다시 쓰며 사상 첫 11만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미국의 규제 변화와 기관 자금 유입이 맞물리면서 시장 전반에 상승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코인베이스 해킹 당해…주가 7.2% 급락

코인베이스 해킹 당해…주가 7.2% 급락

미국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가 해킹당한 사실이 드러났다. 코인베이스는 15일(현지시간) 미 규제 당국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자사 시스템이 해킹당해 고객 데이터가 도난당했다고 밝혔다. 코인베이스는 해커가 지난 11일 고객 계정에 대한 정보를 입수했다고 알려왔다며 빼내 간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는 대가로 돈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비트코인, 3개월 만에 10만달러선 회복…이더리움도 두 자릿수 급등

비트코인, 3개월 만에 10만달러선 회복…이더리움도 두 자릿수 급등

비트코인이 3개월 만에 10만달러선을 돌파하며 반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무역 긴장 완화와 투자심리 개선이 맞물리면서 이더리움을 비롯한 주요 알트코인도 두 자릿수 급등을 기록했다.

위믹스 재상장 4개월만에 또 상폐…시세 67% 폭락

위믹스 재상장 4개월만에 또 상폐…시세 67% 폭락

국내 게임사 위메이드가 블록체인 게임 생태계를 노리고 발행한 가상화폐 위믹스(WEMIX)가 국내 거래소에서 또다시 거래지원 중지(상장폐지)됐다.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에 참여하고 있는 빗썸은 2일 공지를 통해 거래유의종목으로 지정된 위믹스(WEMIX)를 상장 폐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