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기자의 눈] 난제 많은 현대차그룹 총괄하게 된 정의선 수석 부회장

박성민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 14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을 그룹 총괄 수석 부회장에 임명했다. 그에 대한 인사는 지난 2009년 8월, 현대차 부회장으로 전보, 승진한 이래 9년만이었다. 직책상으로 그룹 내 2인자가 됐다.

해당 직함은 이번에 처음으로 생겼다. 그는 정 회장을 보좌하며 그룹 경영 업무 전반을 총괄하게 됐다. 주요 사안을 정 회장에게 보고하고 재가를 받아 실행하게 된다. 정 수석 부회장은 완성차를 비롯 철강, 건설, 금융, 자동차 부품, 유통, 서비스 등 그룹 전 계열사의 경영을 총괄한다.

정 수석 부회장의 자리 변화를 통해 현대차그룹은 미래차 관련 사업 추진에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는 자율주행차와 모빌리티 서비스 쪽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모비스 프로젝트'도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대모비스를 독일의 보쉬, 일본의 덴소, 미국의 델파이처럼 미래 기술 중심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내용이다.

그간 현대차그룹에 부회장 자리는 정 수석 부회장을 비롯 윤여철, 양웅철, 권문식, 김용환 현대·기아차 부회장과 우유철 현대제철 부회장, 정 회장의 차녀 정명이 현대커머셜 고문의 남편인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등 7명이 있었다. 이번 인사로 정 수석 부회장은 6명의 부회장보다 자리가 높아졌다. 이에 대해 정 회장이 정 수석 부회장의 운신의 폭을 넓혀주기 위한 포석이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3세 경영이 가속화 되는거 아니냐"라는 예측에 대해 현대차그룹은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정 회장의 경영권은 여전히 공고하며 활동적으로 경영에 참여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번 인사 역시 정 회장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을 전하며 정 회장의 존재감이 변함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재 정 회장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정 회장은 최근 1-2년 동안 공식적인 외부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난 2016년 말, 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해 청문회에 출석한 이후 공식 석상에 나타나지 않았다. 정 회장은 만 80세이다. 연로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3세 경영에 힘을 실어주려고 하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이 무리가 아니다.

이번 인사를 기점으로 정 회장 체제 아래 고위 경영진이 일부 퇴진하고, 정 수석 부회장을 보좌하는 젊은 임원진들이 대거 등용되는 세대 교체가 시작될 가능성이 나왔다. 실제로 이런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3차 평양 남북정상회담에 경제 분야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수행할 17인의 명단이 발표됐다. 그러나, 국내 4대 그룹 총수 중 정 스삭 부회장은 이번에 방북하지 않았다. 그가 방문했다면, 3대가 모두 북한을 방문하게 되는 상황이었지만 예측을 깨고 그는 북한이 아닌 미국으로 갔다. 현대차그룹은 마지막까지 정 수석 부회장의 북한 방문을 고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수석 부회장 대신 김용환 현대차그룹 부회장이 방북했다.

그가 미국행을 선택한 이유는, 관세 문제로 협상을 위해서 였다. 미국 정부의 수입차 추가 관세 부과 조치와 관련한 출장이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북한을 먼저 방문한 뒤 인맥을 쌓고 이후 정부 관계자들과 함게 미국을 가는게 더 현명한 판단이지 않았겠느냐"라는 의견도 나왔다.

그룹 총괄로 자리 변화를 맞게 된 정 수석 부회장이 해결해야할 일이 산재해 있는 상황이다.

현대차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가 상황이 좋지 않다. 제네시스는 유럽에서 철수한 상태다. 국내를 제외한 다른 국가에서 잘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부정적 평가가 나왔다. 미국에서도 문제가 있었다. 미국 48개 주요 도시에서 100여개 가량의 딜러를 선정하려는 일이 있었다. 이렇게 해 전용 판매망을 구축할 계획이었다. 별도의 전시장과 서비스 센터를 갖춘 딜러가 이에 해당됐었는데 이것에 700여개 딜러들이 반발해 갈등이 빚어졌다.

이 문제는 판매량 하락으로 이어졌다. 미국에서 제네시스 차량은 월평균 1700여대가 팔려왔는데 올 해 중반부터 600여대 수준을 보였다. 지난 8월에는 올 해 최저치인 613대를 판매했다. 작년 같은 달에는 1803대를 팔았다. 66% 급감했는데 올 들어 감소폭이 가장 컸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딜러들에게 제네시스 딜러권을 주기로 했다. 북미 전략이 문제화 된 상태다.

올 해 초 실패한 지배구조 개편도 큰 문제다. 지배구조 개편안은 재검토해 추진하기로 한 상태다. "현대차그룹이 당시 너무 안일했다"라는 평가가 나왔다. 당시 현대차그룹은 투자자들을 설득하지 못했다. 정 수석 부회장은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에 대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이 미미하다. 승계와 관련 돼 있기 때문에 지분 확보가 과제로 있는 상태다. 지배구조 개편은 단시일 내에 새로운 방안이 재추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3세 경영 가속화 부분과 관련해 지난 5월, 지배구조 개편안이 시장의 지지를 확보하지 못해 좌초됐을 때 정 수석 부회장이 입장을 발표했는데 이를 통해 그의 행동 반경이 넓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기도 하다.

현대차그룹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초고층 빌딩(105층)을 세우려고 하는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문제도 숙제다. 현대차그룹은 2014년, 옛 한전 부지를 10조5500원에 매입했다. 그러나, 거의 4년째 사업이 답보 상태에 머물고 있다.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의 기회비용 손실만 연간 15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계속해 연기가 됐고 연내 인허가가 사실상 무산된 상황이다. 빨라야 내년 상반기에 착공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일이 그룹에서 다른 사업를 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짐이 되고 있다. 계속된 제동이 있어왔고, "왜 시작한거냐"라는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정 수석 부회장의 자리 변화에 대해 "3세 경영을 위한 수순에 들어갔다"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언제 있을지 모를 경영 승계를 위한 체계 구축 준비라는 것도 맞다. 정 수석 부회장의 그룹 내 입지가 더 확대됐지만 문제들이 산재해 있는 상황이다. 그의 행보에 더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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