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나전칠기 명인 김영준 작가,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특별한 인연

오경숙 기자

-2014년 한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을 위해 특별한 의자 만들어
-33번의 옻칠, 작은 자개 조각 하나하나에 담긴 기도

[프란치스코 교황/ 사진=로이터]
[프란치스코 교황/ 사진=로이터]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미사가 26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엄수됐다. 이날 장례 미사에는 약 25만 명의 인파가 성 베드로 광장과 주변 일대를 채웠다.

지난 4월 21일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과 나전칠기 명인 김영준 작가와의 인연은 특별하다. 교황 방한 당시 교황님이 앉으실 의자를 제작한 나전칠기 명인 김영준 작가에게는 더욱 의미가 깊다.

나전칠기 명인 김영준(베드로) 작가는 2014년 한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을 위해 특별한 의자를 만들었다.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열린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서 사용된 이 의자는 깊은 정성과 신앙의 마음이 깃든 작품이었다.

[나전칠기 명인 김영준 작가가 프란치스코 교황을 위해 만든 의자]
[나전칠기 명인 김영준 작가가 프란치스코 교황을 위해 만든 의자]

김 작가는 8개월 동안 느티나무 원목에 33번 옻칠을 하고, 교황 문장을 자개로 장식하며 '겸손과 품격'을 의자에 담았다. 교황청은 이름 없이 제출된 의자 중 김영준 작가의 작품을 최종 선정했다. 그는 "의자가 교황님의 성품과 잘 어울렸다고 들었다"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날 미사에는 대통령과 7대 종단 지도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탈북자 가족, 해고 노동자 등 아픔을 간직한 이들이 함께했다. 교황은 '용서와 화해'를 강조했다. 김영준 작가는 "미사 내내 의자에만 신경을 썼습니다. 미사 직전 교황 문장을 천으로 가리라는 요청에 긴장했지만, 미사가 끝난 뒤 교황님과 포옹했던 순간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전칠기 명인 김영준 작가]
[나전칠기 명인 김영준 작가]

이 인연의 시작은 경기도 연천의 '화요일아침예술학교'를 설립한 고 홍문택 신부와의 만남에서 비롯됐다. 김 작가는 무심코 도움을 준 한 학생을 통해 홍 신부를 알게 되었고, 이후 무료로 나전칠기를 가르쳤다. 홍 신부의 제안으로 교황 방한 1년 전, 아무 이유 없이 의자를 함께 만들기 시작했던 일은 결국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인연으로 이어졌다.

김영준 작가에게는 개인적으로도 고통의 시간이 있다. 홍 신부가 2017년 선종한 후, 그는 육체적, 정신적으로 극심한 시련을 겪었다. 하지만 신앙과 자연 치유로 다시 일어섰다.

증권맨에서 세계적 나전칠기 명인으로 변신한 김영준 작가의 인생은 특별하다. 1984년 동서증권에 입사해 성공 가도를 달렸지만, 예술에 대한 갈망으로 38세에 사표를 던지고 미국, 이탈리아, 일본에서 공부했다. 긴 무명의 시간을 지나 2007년 프랑스 파리 전시에서 빌 게이츠가 그의 작품을 구매하며 세계적 작가로 발돋움했다.

[나전칠기 명인 김영준 작가 작품]
[나전칠기 명인 김영준 작가 작품]

이후 빌 게이츠를 위한 X-BOX 제작, 스티브 잡스를 위한 아이폰 케이스 제작, 아랍에미리트 공주의 화장대 제작 등 화려한 경력을 쌓았다. 최근에는 CNN에도 출연하며 대한민국 나전칠기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리고 있다.
김영준 작가의 작품은 자연산 조개의 빛으로 살아 숨 쉰다. 그는 "자연산 전복의 빛은 하느님이 주신 빛"이라며, 나전칠기를 통해 인간의 자유와 평화를 노래한다. 작품 곳곳에 등장하는 나비는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는 성경 구절을 상징한다.

현재 그는 나전칠기를 통해 나눔과 희망을 실천하고자 한다. 소외계층과 장애인들에게 기술을 전수하고, 치유와 회복의 길을 함께 걷고자 준비 중이다.

다가오는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를 위해, 그는 또 한 번 교황의 의자를 만들 꿈을 꾸고 있었다. 그러나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 소식은 그에게 큰 슬픔을 안겼다. 그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기도하며, 언젠가 새로운 교황이 서울을 방문한다면 다시 한 번 정성과 신앙을 담은 의자를 만들겠다는 희망을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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