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한은 "韓 의식주 물가 OECD평균 크게 웃돌아"

음영태 기자

우리나라 국민의 의식주와 관련된 필수 생활물가가 다른 주요국과 비교해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식료품 가격은 농축수산물뿐만 아니라 가공식품의 가격도 주요국 대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한국은행이 18일 공개한 '최근 생활물가 흐름과 수준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시기인 2021년 이후 올해 5월까지 필수재 중심의 생활물가 누적 상승률은 19.1%로 소비자물가 상승률(15.9%)보다 3.2%p 높았다.

상반기 물가 관련 질문에 답하는 이창용 한은 총재
상반기 물가 관련 질문에 답하는 이창용 한은 총재 [연합뉴스 제공]

팬데믹 기간 공급망 차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기상 악화 등으로 식료품·에너지 물가가 크게 오른 데다가, 최근에는 수입 원자재가격과 환율 누적 상승분이 시차를 두고 가공식품 물가에도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생활물가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2023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물가를 100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 식료품 156, 의류 161, 주거비 123으로 집계됐다.

이는 OECD 평균을 상회하며 훨씬 비싸다는 의미다.

한국은행
[한국은행 제공]

영국 경제 분석기관 EIU 통계(2023년 기준)에서도 우리나라 과일·채소·육류 가격은 OECD의 1.5배 이상이었다.

이러한 필수재의 높은 가격 수준은 물가상승률 둔화에도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체감물가를 높이는 주요 요인으로 평가된다.

팬데믹 이후 장기간 이어진 고인플레이션으로 실질구매력이 감소하면서 가계의 부담이 증가했다.

실제로 2021년 이후 가계의 명목구매력(근로소득)이 높은 물가 상승률을 상쇄할 정도로 충분히 증가하지 못하면서 2021년∼2025년 1분기 중 평균 실질 구매력 증가율(2.2%)이 팬데믹 이전(2012∼2019년·3.4%)과 비교해 상당폭 낮아졌다.

아울러, 생활물가 등 필수재 중심의 물가가 상승하면서 가계의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소비지출에도 부정적 영향이 커지고 있다

한은 설문조사에서도 올해 1∼4월 소비 지출을 늘리지 않았다는 응답자의 62%가 '물가 상승에 따른 구매력 축소'를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한은은 "생활물가 상승이 누적될 경우 소득계층간 인플레이션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취약계층 저소득층 등의 생활비 부담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라며 "소득분위별로 살펴보면, 그간 누적된 생활물가상승으로 저소득층의 실효 물가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말했다.

이어 ""생활물가 상승으로 가계의 체감 물가가 높은 수준을 지속하면 가계 기대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영향을 줘 중장기적 관점에서 물가 안정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규제와 진입장벽을 완화해 기업 간 경쟁을 촉진하고, 원재료 수입선 다변화를 통해 특정 품목의 충격이 다른 품목으로 확산하는 정도를 완화하는 것이 긴요하다"며 "가공식품 등 생활물가 상승으로 취약 가계의 부담이 커진 현실을 고려해 단기적으로는 할당관세 등을 통해 농산물 수입 원재료 가격의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은행
[한국은행 제공]

한은은 이날 함께 발표한 '가공식품·개인서비스의 비용 측면 물가 상승 압력 평가' 보고서에서는 가공식품·개인서비스 품목의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기여도가 지난달 1.4%p에 이르렀다고 소개했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분의 74.9%가 가공식품·개인서비스 물가 상승 탓이라는 뜻이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2020년 이후 수입 원재료·중간재 가격과 원/달러 환율 상승, 그 파급 효과에 따른 국내 중간재 가격 상승 등으로 기업의 중간재 투입 비용이 크게 늘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가공식품·개인서비스 품목의 경우 생산 과정에서 이용되는 국산 중간투입재 가격이 계속 오르고, 최근 농림수산품·음식료품 등 주요 수입 중간투입재 가격도 높아지면서 투입 물가가 지속적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가공식품·개인서비스 품목의 투입 물가 상승은 결국 시차를 두고 생산자가격(산출물가)과 소비자가격에 더 많이 전가된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하지만 반대로 투입 물가가 하락할 경우에는 생산자·소비자 가격과 상관관계가 뚜렷하게 확인되지 않았다.

추정된 가격전가 탄력성을 적용해보면, 소비자물가 상승분 중 투입물가가 기여한 부분은 가공식품 13.4%p, 외식 13.0%p, 외식 외 개인서비스 5.0%p로 나타났으며, 이는 각 품목별 상승분의 55.6%, 52.8%, 28.9%를 차지했다.

결국 이들 품목의 가격은 투입비용 외에도 임금, 금융비용, 이윤과 같은 부가가치나, 생산 이후 유통과정에서 부과되는 물류비용 등에도 영향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한은은 "투입 비용 감소에 대한 산출물가·소비자가격 탄력성 분석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며 "투입 물가가 떨어져도 가격이 내리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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