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정책 톺아보기] 민방위·을지연습 확대, 안보 대비 강화 속 행정·참여 부담

김영 기자

안보 위협 대응력 높이기와 국민·행정 부담 완화 사이의 균형 필요

정부가 민방위 훈련과 을지연습 확대를 검토·시행하며 사회적 논의가 커지고 있다. 안보·재난 대비 역량을 강화한다는 취지지만, 국민 생활과 지방정부의 행정력 소모 우려도 동시에 제기된다.

을지연습
▲ 드론 테러로 인한 화재 상황을 가정해 훈련한 지난 을지연습 모습. [연합뉴스 제공]

◆ 전국 단위로 진행 중인 을지연습 현장

행정안전부는 18일부터 21일까지 전국 단위 을지연습을 진행 중이며, 총 4천여 개 기관과 58만 명이 참여하고 있다. 올해는 드론·GPS 교란·사이버 공격 등 새로운 위협을 반영한 시뮬레이션이 포함됐고, 전시 전환 절차 훈련과 국민 대피 훈련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 서울시 등 지자체도 별도 일정을 공지해 대피·통제 훈련을 지역 실정에 맞게 운영하고 있다.

한미 연합 훈련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는 오는 28일까지 실시된다. 당초 계획됐던 40여 건의 야외기동훈련(FTX) 가운데 절반은 9월로 연기됐는데, 폭염과 북한의 반발이 고려된 결과다.

◆ 20일 서울 전역서 민방위 훈련 실시

민방위 훈련은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대표적 안전 훈련으로, 공습 대피·소방·구급차 길 터주기·재난 대피 훈련 등이 포함된다.

올해는 20일 오후 2시에 서울 전역에서 민방위 훈련이 진행된다. 공습경보와 함께 시민들은 대피소로 이동하고, 세종대로 등 일부 구간에서는 차량이 정차한 뒤 긴급차량 우선 통행 훈련이 이뤄진다. 서울시는 이번 훈련을 통해 시민 안전의식을 높이고 긴급차량 인식 개선을 강조했다.

정부는 앞으로 민방위 훈련을 단순한 참여 의무에서 벗어나 체감형 안전 교육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을 밝히고 있다.

◆ 북한 도발과 재난 위험이 겹친 정책 추진 배경

북한은 연합훈련을 ‘전쟁 도발’로 규정하며 핵무력 강화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도발 가능성과 기후 재난, 사회 기반시설 사고가 겹치는 복합 위기 상황에 대비해 위기 대응 역량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정부 공식 자료에서도 최근 전쟁 양상과 신기술 위협을 시나리오에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또 사이버 보안 보고서는 공급망 공격, 인공지능 악용, 위치정보 교란 등 새로운 위협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지적하며 훈련 강화 필요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 기대 효과와 국민·행정 부담이 공존하는 현실

실전형 훈련은 초기 대응 속도를 높이고 협업 절차를 숙달하는 효과가 있다. 특히 사이버 공격, 드론 테러, 대규모 재난 대응 시나리오를 경험함으로써 실제 위기 대응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그러나 직장·학교 일정 조정, 영업 차질, 지자체 행정력 소모 등 현실적 부담도 크다. 일부 지역은 산불·호우 피해로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돼 훈련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이는 훈련이 지역 행정에 상당한 인력·자원을 소모시킨다는 점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의무적 참여가 효과보다 피로감을 키울 수 있다며,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안전 교육과 연계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 국민 수용성 확보를 위한 참여 설계

훈련의 성공을 위해서는 국민 설득과 수용성 제고가 핵심이다. 의무 동원식 참여보다는 안전 교육·체험형 참여로 전환해야 실질적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1기관-1훈련’ 방식은 기관별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훈련으로 주목된다. 중앙부처는 발전소·교량·통신망 같은 국가 중요시설 공격을 가정해 복구 훈련을 진행하고, 지방자치단체는 침수·산불·지진 등 지역 특화 재난에 대비한 주민 대피 훈련을 실시한다. 일부 교육기관은 사이버 공격을 가정해 정보보안 체계를 점검하기도 했다.

이처럼 현장성을 높인 훈련은 참여자의 몰입도를 높이고 정책 수용성에도 기여한다. 또한 훈련 결과를 지표화해 대피 시간, 통신 복구 속도, 사이버 침해 대응 성과 등을 국민과 공유한다면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

◆ 디지털 훈련 병행 등 향후 개선 과제

앞으로는 대규모 오프라인 훈련과 함께 디지털 모의훈련을 병행해 비용을 줄이고 참여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도 필요하다.

국내에서는 소방청이 VR 기반 사고 지휘훈련센터를 운영해 수만 명 단위 훈련을 진행해 왔으며, 한국인터넷진흥원도 공급망 사이버 공격 대응 국제 공동 모의훈련을 실시했다.

해외에서는 디지털 트윈을 활용해 실제 건물 구조와 동일한 가상 공간에서 화재·지진 상황을 시뮬레이션하거나, ADMS(고급 재난관리 시뮬레이터)를 통해 훈련 참가자의 대응 방식에 따라 상황이 실시간으로 바뀌는 상호작용형 훈련이 운영되고 있다. 이처럼 정교한 디지털 훈련 도구는 위험을 줄이고 몰입도를 높이는 장점이 있다.

이번 훈련 확대가 안보·재난 대비 강화와 국민·행정 부담 완화라는 상충 과제를 동시에 풀어내고, 장기적으로 국가 위기관리 시스템의 실효성을 높이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요약:
민방위·을지연습 확대는 북한 도발과 기후 재난 등 복합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실제 효과를 높이려면 국민·행정 부담을 최소화하고, 참여 방식을 체감형·맞춤형으로 설계해야 한다. 훈련 결과를 공개·지표화하는 투명성 확보와 디지털 모의훈련 도입이 향후 정책 성공의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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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톺아보기#민방위#을지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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