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정책 톺아보기-ESG] ‘더 센 상법’ 통과, 기업 지배구조 개편의 분수령

김동렬 기자

정치권·재계 충돌 속 투명성 강화와 경영권 위협 논란

편집자주: 본 기사는 정책·금융·ESG(Environmental·Social·Governance) 전문 분석 시리즈의 일환입니다. ESG는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책임경영을 평가하는 국제적 기준으로, 이번 기사는 해당 관점에서 이슈의 의미를 짚습니다.

국회가 25일 ‘더 센 상법’으로 불리는 2차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기업 지배구조 개편 논의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자산 2조 원 이상 상장사에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고 감사위원 분리 선출을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여당은 주주권 보호와 투명성 강화를 내세우는 반면, 재계는 경영권 위협과 소송 리스크 확대를 우려하고 있다.

'더 센' 상법 개정안 본회의 통과
▲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 센' 상법 개정안이 여당 주도로 통과되고 있다. 개정안은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에 대해 집중투표제 도입을 의무화하고, 감사위원 분리 선출을 기존 1명에서 2명 이상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연합뉴스 제공]

◆ 집중투표제·감사위원 확대, 무엇이 바뀌었나

이번 개정은 지난달 의결된 이사 충실 의무 확대안에 이은 후속 조치다. 집중투표제가 확대되면서 소수주주나 기관투자가가 연합해 이사회에 진입할 가능성이 커졌다. 감사위원을 기존 1명에서 2명 이상 분리 선출하도록 한 조항은 감사 기능을 강화하고 대주주의 독점적 영향력을 줄이려는 취지다.

정치권은 이를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자본시장 신뢰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기업 가치가 저평가되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지배구조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 여야 평가 극명…개혁 진전 vs 자해 입법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통과를 “위대한 진전”으로 평가하며 개혁 완수를 강조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기업 엑소더스의 시간문제”라며 자해적 입법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 과정에서 국회는 필리버스터 공방을 치렀다. 국민의힘은 기업 자율성을 무너뜨리고 투기자본의 공격 통로를 열어주는 법안이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주주 평등 원칙과 시장 신뢰 회복을 내세워 맞섰다. 결국 표결은 여당 주도로 이뤄졌고 법안은 통과됐다.

◆ 경제계, 경영권 분쟁과 소송 리스크 경고

경제단체들은 공동 성명을 내고 “한 달 만에 추가 개정이 이뤄졌다”며 깊은 유감을 표시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서는 74%의 기업이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가 동시에 시행될 경우 경영권 위협이 커진다고 응답했다.

시뮬레이션 결과, 최대주주 측이 확보할 수 있는 이사 수는 제한되는 반면, 2대 주주 이하 연합이 과반을 차지할 가능성이 생긴다는 분석도 나왔다. 재계는 이 같은 구조가 경영권 분쟁과 소송을 늘리고 기업의 장기 투자 결정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경고한다.

◆ ESG 지배구조 개선 효과, 그러나 남은 과제도

이번 개정은 ESG의 핵심 요소 중 지배구조(G)를 강화한다는 점에서 국제적 흐름과 맞닿아 있다. 소수주주의 권리가 확대되고 감사위원 독립성이 보장되면 이사회의 책임성과 투명성은 강화될 수밖에 없다. 이는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긍정적 시그널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기업의 부담을 최소화하지 못한다면 제도는 의도와 달리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제도의 설계와 실행 과정에서 투자자 보호와 경영 효율성 사이의 균형을 찾는 일이다.

☑️ 요약:
2차 상법 개정안 통과로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선출이 확대되면서 주주권 강화와 투명성 제고라는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그러나 정치권은 개혁 성과와 기업 자해 논란으로 엇갈렸고, 재계는 경영권 분쟁과 소송 리스크 확대를 경고한다. ESG 관점에서는 지배구조 개선의 이정표가 될 수 있지만, 제도 운영 과정에서 기업 부담과 투자 환경 위축을 최소화하는 균형점 마련이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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