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정책 톺아보기] 기초연금 부부 감액, 저소득층부터 단계적 완화

김동렬 기자

취약계층 생활고 완화와 재정 지속가능성 사이 사회적 합의 필요

정부가 기초연금 제도의 ‘부부 감액’ 규정을 손질하기로 했다. 17일 보건복지부는 국회 보고에서 소득 하위 40% 노인 부부부터 감액률을 줄이는 방안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 공약에 따라 제도 개선 논의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기초연금 재정 부담과 세대 간 형평성 문제도 함께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노인
▲ 서울 종로구 낙원상가 부근에서 이동하는 시민 모습 [연합뉴스 제공]

◆ 부부 감액 제도, 형평성 논란에서 개선 필요성으로

기초연금 부부 감액은 두 사람이 모두 연금을 받을 경우 각각의 수급액을 20%씩 줄이는 방식이다. 단독 가구 대비 생활비가 절약된다는 ‘규모의 경제’ 논리를 적용한 결과지만,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실제로는 가난한 노인 부부일수록 주거비·의료비 지출이 많아, 연금 삭감이 생계 압박으로 직결된다.

국민연금연구원의 분석은 이를 수치로 확인해준다. 소득 하위 20% 노인 부부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단독가구의 1.74배로, 제도 설계 기준인 1.6배를 웃돌았다. 특히 의료비 지출은 단독가구의 1.84배에 달해, 최빈곤층일수록 감액 제도가 불리하게 작용하는 ‘평균의 함정’이 드러났다.

이 같은 비판이 누적되면서 제도 개선은 불가피하다는 공감대가 커졌고, 정부는 소득 수준별 맞춤형 완화 방안을 마련해 취약계층부터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 단계적 축소 계획과 재정 부담 현실

복지부는 우선 소득 하위 40% 노인 부부를 대상으로 감액률을 2027년까지 15%, 2030년에는 10%로 낮추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는 사안이어서 점진적 접근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실제 기초연금은 재정 소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장기 추계에서 2050년 기초연금 소요액이 최대 120조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단순 물가 연동 방식으로도 66조 원 이상이 필요하지만, 소득 연동 방식을 택하면 부담은 1.8배로 불어난다.

정부의 국가재정운용계획도 같은 흐름을 경고한다. 2029년 복지 분야 법정지출은 237조 원으로, 2025년 대비 3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중 기초연금과 장기요양보험 지출 확대가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재정 여력 확보 없이는 제도 개선이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 단순 폐지보다 정교한 보완, 취약계층 보호 초점

전문가들은 부부 감액을 전면 폐지하기보다, 소득·자산 수준별 맞춤형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만수 국민연금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노인 인구가 다양화된 상황에서 단순 감액만으로는 형평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저소득·저자산 부부 가구에 집중된 보완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2025년 기초연금 기준연금액은 단독가구 최대 34만 원대, 부부가구는 합산 50만 원대 중반 수준이다. 현행 감액률을 적용하면 단독가구 대비 수급액 격차가 커지고, 생활비 지출 구조상 의료·간병비 비중이 큰 저소득 부부에게 더 불리하다. 감액 완화가 시행될 경우 이들의 월평균 가처분 소득은 수십만 원 수준에서 개선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따라서 제도 개선은 단순한 ‘폐지냐 유지냐’의 선택이 아니라, 재정 여건과 취약계층 보호를 동시에 고려하는 정교한 보완책으로 이어질 필요가 있다.

◆ 노인 빈곤 완화와 세대 형평성의 이중 과제

기초연금은 2014년 도입 이후 노인 빈곤율 완화에 크게 기여해 왔다. 지급액은 초기 월 20만 원에서 2024년 약 33만 원 수준으로 올랐고, 수급자도 700만 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노인 인구는 2050년 1,9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기초연금 수급자 역시 1,300만 명에 이를 전망이다.

노인 빈곤 완화라는 사회적 목표와 미래 세대의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재정 지속가능성 과제는 동시에 해결해야 할 문제다. 전문가들은 “연금의 실질 가치를 유지해 안정적 노후를 보장하되,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결국 부부 감액 제도 개선 논의는 단순한 제도 조정이 아니라, 고령화 사회에서 국가 재정 운영과 세대 간 연대 원칙을 어떻게 설정할지 가늠하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 요약:
정부는 기초연금 부부 감액 제도를 소득 하위 노인 부부부터 단계적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평균적으로는 합리적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최빈곤층에는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연구 결과가 제도 개선의 배경이 됐다. 다만 기초연금 재정 소요는 2050년 최대 12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돼, 노인 빈곤 완화와 세대 형평성 사이에서 사회적 합의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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