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정책 톺아보기] 추석 택배 특별관리제, 과로 방지 성과 낼까

김영 기자

인력 5,500명 투입·집화 제한·건강 점검…노동계 “명절 대책 그칠 우려”

국토교통부가 추석 연휴를 앞두고 22일부터 10월 17일까지 ‘택배 특별관리기간’을 운영한다. 정부는 성수기 물량 폭증에 대응해 임시 인력 5천500명을 투입하고, 집화를 제한하며, 영업점별 건강관리자를 배치한다. 이번 조치가 과로사 방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우편물류센터
▲ 명절 맞이해 분주하게 돌아가는 우편물류센터. [연합뉴스 제공]

◆ 임시 인력 5,500명 충원…집화 제한과 건강관리자 배치

국토부는 올해 연휴 물량이 평시보다 13.5% 늘 것으로 보고 간선차량 기사 2천명, 택배 기사 1천100명, 상하차·분류 전담 2천400명 등 총 5천500명을 충원했다. 인력 배치는 배송 단계별로 세분화해 기사들의 작업 과부하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연휴 직전에는 주요 택배사의 집화를 제한해 물량이 한꺼번에 몰리지 않도록 하고, 지자체와 공공기관에는 사전 주문을 요청했다. 이는 명절 연휴 초입에 집중되는 택배 폭주 현상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업계 전반의 협조가 요구된다.

영업점별로 지정된 건강관리자는 종사자의 상태를 매일 확인하고 고위험군을 조기에 발견하는 역할을 맡는다. 국토부는 이 같은 제도를 통해 최소한의 안전망을 구축했다고 설명하지만, 실제 효과는 성수기 이후 평가가 필요하다.

◆ 과로 기준은 ‘주60~64시간’…실제 현장 수치 공개 필요

고용노동부 고시에 따르면 과로성 뇌심혈관질환은 최근 4주 평균 주64시간, 최근 12주 평균 주60시간 이상 노동하면 업무와 질병의 인과성이 강하다고 본다. 주52시간을 넘어도 위험이 증가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기준은 산업 전반에 적용되는 공통 지표지만, 택배 기사처럼 고강도·반복작업이 결합된 직종에서는 더 큰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 장시간 운전과 분류작업이 맞물릴 경우, ‘법적 기준선’을 지켜도 건강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특별관리제의 성과를 평가하려면 택배 기사들의 실제 평균 노동시간, 연속 근무일, 휴식시간 확보 여부 같은 세부 지표가 공개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야 정책의 실질적 효과를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다.

◆ 사회적 합의 이후에도 분류작업 강요 논란

2021년 사회적 합의에서 “분류작업은 사용자의 책임이며, 택배 노동자의 업무 범위는 집하·배송”으로 명문화됐다. 이는 무임금 분류작업을 근본적으로 줄이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노동계는 합의 이후에도 많은 기사들이 여전히 분류작업에 참여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민주노총은 “분류 인력 충원은 명절 대책일 뿐, 평상시에는 인력이 빠져나가 다시 기사들에게 과중한 업무가 돌아간다”고 비판한다.

일부 현장에서는 지역별·업체별로 인력 투입 편차가 커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 어떤 곳은 분류 전담 인력이 충분히 투입되지만, 다른 곳은 인력 공백으로 기사들이 여전히 분류작업을 맡는 사례가 보고된다.

◆ 해외·국내 변화 단서…휴식 보장 흐름 확산

지난 6월 대선일에는 주요 전자상거래·택배사가 배송을 일시 중단해 종사자들의 투표권을 보장했다. 이는 택배업계가 휴식권을 제도적으로 인정하려는 변화의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명절뿐 아니라 공휴일·선거일 등 정기적 휴무가 제도화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3년마다 실시하는 근로환경조사(KWCS)는 노동시간, 연속근무일, 휴게시간 확보율 등 노동환경을 추적할 수 있는 국가승인통계다. 가장 최근인 2023년 제7차 조사에서도 장시간 노동과 직무 스트레스가 주요 항목으로 포함됐다. 다만 ‘택배 기사’ 세분 직종 통계는 공개 요약본에 담기지 않아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

산업재해 통계 역시 업무상 질병·사망 건수 등을 제공하지만, 직종별 세부 노동시간이나 근무형태까지 보여주지는 않는다. 이는 향후 정책 평가와 현장 실태 검증에서 반드시 보완돼야 할 부분이다.

◆ 성과 내려면 지속성과 투명성이 관건

이번 대책이 실효성을 갖추려면 성수기 종료 뒤에도 인력 충원이 유지되고, 실제로 노동시간과 연속 근무일이 줄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건강관리 시스템이 현장에 정착했는지, 산재 통계에서 관련 질환이 줄어드는지도 주요 지표가 된다.

또한 정책 효과를 국민이 체감하려면 노동시간과 휴게시간, 배송 지연율 같은 구체적 수치가 공개돼야 한다. 이를 통해 노동자 보호와 서비스 품질, 비용 부담 사이 균형이 객관적으로 검증될 수 있다.

업계와 정부가 함께 마련한 사회적 합의가 현장에서 지켜지고 있는지도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명절 대책이 상시 제도로 이어질 때만 과로사 방지와 노동환경 개선이라는 목표에 가까워질 수 있다.

☑️ 요약:
추석 특별관리제는 임시 인력 5천500명 충원, 집화 제한, 건강관리자 배치로 과로 위험을 줄이려는 조치다. 그러나 분류작업 강요 논란과 세부 수치 부족 등 한계가 여전하다. 제도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상시 제도화와 투명한 데이터 공개로 이어져야만 과로사 방지라는 정책 효과를 거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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