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ESG 포커스] 중대재해법 위반 실형 확정, 기업 경영에 새 경고음

김영 기자

노동자 안전 최우선 요구, 최고경영자 책임 강화 분수령

편집자주: 본 기사는 ESG(Environmental·Social·Governance) 전문 분석 시리즈의 일환입니다. ESG는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책임경영을 평가하는 국제적 기준으로, 이번 기사는 해당 관점에서 이슈의 의미를 짚습니다.

대법원이 26일 삼강에스앤씨 전 대표에게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징역 2년을 확정했다. 이번 판결은 법 시행 이후 최고경영자 실형이 확정된 두 번째 사례로, 기업 경영에 있어 노동 안전을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조건으로 못 박는 계기가 됐다.

삼강에스앤씨
▲ 경남 고성 삼강에스앤씨 [연합뉴스 제공]

◆ 대법원 판결, 기업 안전 책임에 분수령

이번 사건은 2022년 2월 경남 고성군 조선소에서 발생한 추락사고에서 비롯됐다. 당시 삼강에스앤씨 사업장은 불과 1년이 되지 않는 기간 동안 세 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하며 안전 관리 부실이 반복적으로 문제로 지적됐다. 법원은 회사가 저가 수주와 비용 절감에 치중하면서 필수 안전조치를 소홀히 한 점을 근거로 실형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법리에 부합한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이 판결은 단순히 한 기업의 과실을 짚는 수준을 넘어, 중대재해처벌법이 실질적인 집행력을 가지는 제도로 작동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경영책임자가 안전 확보 의무를 방기할 경우 더 이상 벌금형에 그치지 않고 실형까지 선고될 수 있다는 점은 기업 문화와 인식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제도적 구속력이 강화되면서 경영진은 안전 투자를 비용이 아닌 필수 전략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또한 이번 판결은 유사 사고에 직면한 다른 기업들에도 경고 신호를 보낸다. 법원이 명확하게 ‘경영진 책임’을 기준으로 삼으면서 기업의 안전 관리 체계가 단순한 내부 규정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남겼다. 현장 안전 확보가 곧 법적 리스크 관리로 직결된다는 점에서, 향후 기업 내부의 의사결정 과정에 실질적 변화가 불가피하다.

◆ 노동계와 경영계의 시각차

노동계는 이번 판결을 환영하며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존중하는 사회적 전환점으로 평가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중대재해법이 현장에서 실질적인 억제력을 발휘하는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특히 노동계는 반복된 산업재해에도 불구하고 기업 책임이 제한적으로만 인정됐던 과거와 달리, 이번 판결은 제도의 본래 취지를 강화했다고 본다.

반면 경영계는 과도한 형사처벌이 투자 위축과 경영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는 특히 중소기업이 법적·재정적 압박에 취약하다며 보완책을 요구했다. 현장의 중소기업들은 안전 설비 투자와 전문 인력 배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제도적 뒷받침 없이는 근본적 개선이 어렵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양측의 시각차는 확인된다. 한국리서치가 지난달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2%가 중대재해법 강화를 지지했지만, 기업인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경영 부담 가중”을 이유로 법 개정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이는 사회적 합의가 여전히 충분하지 않음을 보여주며, 정책적 조율이 필요한 지점이다.

◆ ESG 경영의 사회 영역과 연결

이번 판결은 ESG 경영의 사회(Social) 영역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다. 국제노동기구(ILO) 2023년 보고서는 안전한 노동 환경이 ESG 평가의 핵심 지표라고 강조했다. 노동 안전은 단순한 복지 차원을 넘어 글로벌 투자자들이 기업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으며, 이번 판결은 한국이 국제 기준과 궤를 같이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업들은 앞으로 ESG 보고서에서 안전 투자와 노동자 보호 지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법 준수를 넘어 안전 관련 정책과 성과를 적극적으로 공개하는 것이 투자자 신뢰 확보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활동하는 기업일수록 안전과 관련된 ESG 항목이 투자 결정의 주요 변수로 작용하고 있어, 노동 안전은 곧 기업의 지속가능성 지표로 자리 잡고 있다.

또한 한국거래소는 2024년 ESG 공시 가이드라인에서 안전 관련 지표를 필수 항목으로 포함시켰다. 이에 따라 상장사는 근로자 사망률, 안전 교육 참여율, 사고 예방 투자 내역 등을 공개해야 한다. 이번 판결은 이러한 공시 지표의 중요성을 더욱 높이며, 기업의 ESG 보고서 작성에도 구체적 압력을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 해외 제도와 한국의 과제

영국과 호주는 이미 경영진을 직접 처벌하는 산업안전법제를 운영하며 제도적 억지력을 강화했다. 영국에서는 2010년대 이후 산업재해로 인한 기업 벌금과 임원 처벌 사례가 꾸준히 늘어났고, 호주 또한 기업 경영진의 안전 의무를 강화해 사고 예방에 효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영국의 산업살인법(Corporate Manslaughter Act)은 경영진의 책임을 명확히 하며 제도의 실효성을 높인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한국 역시 이번 판결을 계기로 선진국 수준의 안전 규제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법의 실효성을 유지하면서도 산업 현장의 혼란을 줄이려면 예방 중심의 지원책과 병행돼야 한다. 단속과 처벌만으로는 안전사고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으며, 제도의 정착을 위해서는 기업의 자율적 개선 노력이 중요하다.

향후 과제로는 중소기업의 안전 역량을 끌어올릴 지원책, 정부·노동계·기업 간 협의 구조 제도화, 그리고 반복 사고를 막기 위한 근본적 조직 문화 개선이 꼽힌다. OECD 2023년 고용전망 보고서도 “산업안전은 규제와 지원의 균형이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이 이 균형을 어떻게 맞추느냐에 따라 제도의 성패가 좌우될 전망이다.

☑️ 요약:
대법원이 삼강에스앤씨 전 대표에게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징역 2년을 확정하며 최고경영자의 안전 책임을 명확히 했다. 노동계는 이를 환영했지만 경영계는 부담을 우려했으며, ESG 경영의 핵심 요소로 노동 안전이 부각됐다. 제도 보완과 중소기업 지원, 협의 구조 제도화 같은 과제가 병행돼야 법의 안정적 정착이 가능하다.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SG#esg포커스#중대재해법

관련 기사

안녕하세요2 이것은 테스트 기사입니다.

안녕하세요2 이것은 테스트 기사입니다.

안녕하세요2 이것은 테스트 기사입니다.

국민의 힘 한동훈 제명 확정…계파 갈등 고조

국민의 힘 한동훈 제명 확정…계파 갈등 고조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29일 최고위원회 의결을 통해 공식 제명됐다. 오는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고강도 징계가 현실화되면서, 국민의힘 내부의 분열과 후폭풍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1심 징역 1년8개월…통일교 금품수수만 유죄

김건희 1심 징역 1년8개월…통일교 금품수수만 유죄

김건희 여사가 통일교 금품 수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실형을 선고받았다. 자본시장법·정치자금법 위반 등 다른 주요 혐의는 무죄 판결을 받으며 특검 구형의 일부만 인정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는 28일 김건희 여사에게 징역 1년 8개월과 추징금 1,281만5천원을 선고했다.

트럼프 “한국과 해법 찾을 것”…관세 인상 철회 시사

트럼프 “한국과 해법 찾을 것”…관세 인상 철회 시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25%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한 지 하루 만에 대화를 통한 해결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번 발언은 급격히 냉각됐던 한미 통상 관계에 숨통을 틔워주

미국, 韓에 ‘무역 합의 이행’ 사전 촉구 서한…사전 경고 성격

미국, 韓에 ‘무역 합의 이행’ 사전 촉구 서한…사전 경고 성격

미국이 한미 무역 합의 이행을 촉구하는 외교 서한을 지난 13일 우리 정부에 발송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6일(현지시간) 발표한 관세 복원 조치가 사전 예고된 외교적 압박의 성격으로 평가된다. 관련 업계와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제임스 헬러 주한 미국대사대리는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1차 수신인으로 한 서한을 전달했으며, 조현 외교부 장관, 김정관 산업통상자원

李대통령 “부동산 거품 반드시 바로잡아야"…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재확인

李대통령 “부동산 거품 반드시 바로잡아야"…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재확인

이재명 대통령은 27일 국무회의에서 “비정상적으로 부동산에 집중된 자원 배분의 왜곡을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라고 밝혔다. 특히 “눈앞의 고통이나 저항이 두렵다고 해서 불공정과 비정상을 방치해선 안 된다”며 정책 추진에 대한 ‘원칙주의’ 기조를 강조했다.

정청래 “이해찬 남긴 숙제 잊지 않겠다…개혁과 평화 반드시 실현”

정청래 “이해찬 남긴 숙제 잊지 않겠다…개혁과 평화 반드시 실현”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26일 이해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의 별세 소식에 깊은 애도를 표하며, “민주화의 상징이자 당의 큰 별이 지셨다”고 밝혔다.정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부 "쿠팡 美투자사, 金총리 발언 자의적 편집·왜곡" 반박

정부 "쿠팡 美투자사, 金총리 발언 자의적 편집·왜곡" 반박

정부는 23일 쿠팡의 미국 투자사들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 제기를 예고하면서 김민석 국무총리의 발언을 인용한 것과 관련, "전체적 발언 맥락과 무관한 자의적 편집과 의도적 왜곡"이라고 정면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