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정책 톺아보기] 정부 ‘주택정비사업 융자 상향’의 실효성은

음영태 기자

융자 한도·이자율 인하로 초기 자금난 완화 기대
사업성 낮은 지역은 부채 리스크 우려

정부가 주택정비사업 초기사업비 융자 한도를 60억 원으로 확대했다. 금리 2.2%의 낮은 이자율을 적용해 사업 추진 속도를 높이겠다는 목표지만, 부동산 경기 둔화 속에서 사업성이 낮은 지역의 부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일 국토교통부는 9·7 주택공급 대책의 후속 조치로 주택도시기금 대출 지원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오늘부터 서울 전 지역 토지거래허가구역
▲ 20일 마포구의 한 부동산에 매물 정보가 써붙어 있다. 정부가 발표한 10·15 부동산 대책에 따라 이날부터 서울 전 지역과 과천, 분당 등 경기 12개 지역에서 토지거래허가제가 시행된다. [연합뉴스 제공]

◆ 초기 사업비 부담 완화, 공급 촉진 의도

국토부는 조합과 추진위원회의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융자 한도를 기존 18억∼50억 원에서 30억∼60억 원으로 상향하고, 금리는 2.2%로 단일화했다. 조합 설립 이전 단계에서도 10억∼15억 원 한도로 융자를 허용해 사업 초기 절차를 지원한다. 이는 사업계획서 작성 용역비, 조합 운영비, 기존 대출 상환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정부는 또한 재개발 지역 세입자와 소유자에게 적용되던 전세자금대출을 재건축 이주자에게까지 확대했다. 수도권 기준 최대 1억2천만 원(비수도권 8천만 원), 금리 1.5%로 지원된다. 부부합산 소득 5천만 원 이하가 기본 조건이지만, 다자녀·신혼부부의 경우 6천만∼7천500만 원까지 완화됐다.

이 같은 조치는 노후 주거지 정비 촉진과 민간 공급 확대를 유도하려는 정부의 의도가 담겨 있다. 국토부는 “융자 조건 개선으로 사업 추진 속도를 높이고 금융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는 9·7 대책 이후 공급 확대 기조를 이어가는 맥락이다.

◆ 실효성 논란…사업성 낮은 지역은 부담 가중 우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모든 조합에 동일한 효과를 주긴 어렵다고 본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2024년 ‘도시정비사업 금융환경 분석’에서 “사업성이 낮은 지역은 이자율이 낮아져도 부채 상환 압력이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방 중소도시는 분양가 대비 수익률이 낮아, 융자 확대가 오히려 부채 리스크를 키울 가능성이 있다.

건설업계 역시 담보 능력과 사업성 검토 기준이 완화되지 않으면 실질적 활성화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본다. 한 시공사 관계자는 “자금이 풀려도 조합이 사업승인을 받지 못하면 상환 구조가 막혀 부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통계청 2024년 ‘건설경기동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정비사업 착공 건수는 전년 대비 18% 감소했다. 금융비용 부담과 분양가 규제 등 복합 요인이 맞물린 결과다. 따라서 단순한 융자 규모 확대만으로는 정비사업 침체를 되돌리기 어렵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 금융비용 절감과 공급 속도 사이 균형 과제

국토부는 이번 개편을 통해 사업 속도 제고와 금융비용 절감을 동시에 노린다. 한국은행 2024년 8월 ‘금융안정보고서’는 건설업 대출금리가 지난해 대비 평균 0.7%p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2.2% 금리는 상당한 인하 효과로 평가된다.

다만, 융자금이 늘어날수록 정부 재정 부담과 주택도시기금의 건전성 문제도 커진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2023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정비사업 관련 보증 부문 부실률은 2.8%로 최근 5년 중 가장 높았다. 전문가들은 융자 한도 확대로 이 부문이 더 악화되지 않도록 심사 투명성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경제학계에서는 공급 확대가 단기적 경기부양 효과를 낼 수 있으나, 금융·재정 건전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본다. 특히 가계부채가 GDP 대비 100%를 웃도는 상황에서 추가 대출 확대는 금융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

◆ 지역 맞춤형 제도 보완 필요성 대두

정비사업 조합의 여건은 지역마다 큰 차이를 보인다. 서울·수도권은 사업성이 높아 추가 융자가 개발 가속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만, 지방 중소도시는 수요 기반이 약하다. 한국부동산원 2025년 9월 통계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분양률은 92.4%인 반면, 지방은 58.7%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일률적 융자 확대보다 지역별 맞춤형 제도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토연구원은 2025년 ‘정비사업 지역격차 분석’ 보고서에서 “지방 중소도시는 융자보다 세제·인허가 지원이 효과적”이라고 제안했다. 또한 노후 도심 재생형 정비사업에는 공공임대 비중 확대와 기반시설 지원이 필수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번에 신설된 ‘가로·자율주택정비사업 임대주택 특례’(임대 10% 이상 공급 시 사업비 60% 융자)를 통해 민간 임대 공급 유인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임대주택 공급 비율을 높이고, 중저가 주택 시장 안정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 제도 정착을 위한 투명성·지속성 확보 관건

궁극적으로 이번 정책의 성패는 융자 심사 과정의 투명성과 제도의 지속성에 달려 있다. 금융위원회 2024년 ‘부동산 금융건전성 점검보고서’는 “정비사업 관련 융자 심사 기준이 일관되지 않아 불확실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향후 심사 기준 공개와 지역별 자금관리 현황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제도적 장치가 뒷받침되어야 정책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또한 지방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지자체가 정비사업 승인과 병행해 주거환경 개선사업, 생활SOC 확충을 추진해야 종합적 효과가 나타난다. 정부와 지자체의 협력이 이뤄질 경우, 융자 상향 정책은 실질적 주거 품질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 요약:
정부는 주택정비사업 융자 한도를 확대하며 공급 확대를 추진하지만, 사업성 낮은 지역의 부채 리스크와 기금 건전성 악화 우려가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융자 심사 투명성과 지역별 맞춤 대책을 병행해 정책 효과를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제도 지속성과 지방정부 협력이 향후 성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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