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정책 톺아보기] 지방정부 예산, 확장재정서 선택투자로 바뀌나

김동렬 기자

경기 회복세 속 ‘선택과 집중’ 기조 확산
세종·제주·경기 사례로 본 전환 흐름

세종시와 제주도, 경기도가 1~3일 잇따라 내년도 본예산안을 발표했다. 코로나19 이후 이어져온 확장재정 기조에서 벗어나 선택적 투자 중심의 ‘균형 재정’ 전략이 강화되면서, 지방재정의 지속가능성과 자율성 확보가 새로운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정부세종청사
▲ 정부세종청사 [연합뉴스 제공]

◆ 확장재정의 한계, 선택투자 기조로 전환 조짐

코로나19 대응기 동안 지방정부들은 복지와 경기 부양을 위해 지출을 확대해 왔다. 그러나 세입 둔화와 채무 증가가 누적되면서, 2024년 기준 지방채 잔액은 129조원으로 2년 전보다 14% 늘었다는 행정안전부 통계가 나왔다.

기획재정부는 ‘2025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통해 지방교부세를 3.6% 감액하고, 선택적 투자 중심의 재정 효율화를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방정부들은 경기 대응형 확장정책 대신 산업기반 강화와 복지 효율성 제고에 방점을 찍는 흐름이다.

OECD 2024년 『Revenue Statistics』에 따르면 지방정부 세입 자율성이 높은 국가일수록 재정 효율성과 지역경제 성장률이 높게 나타났다. 또 같은 해 발간된 『Regions and Cities at a Glance 2024』는 “지방정부의 선택적 투자 구조가 국가 성장의 지속성에 기여한다”고 평가했다.

◆ 세종시, 성장기반 중심의 전략 조정

세종시는 내년도 본예산을 2조829억원으로 확정했다. 전년보다 1천12억원 증가했으며, 산업·복지·민생 분야를 균형 있게 조정했다. 시는 2031년 국가산업단지 조성을 대비해 진입도로·배수지·오폐수처리시설 등 기반시설 구축비 46억원을 배정하고, 중소기업 지원과 공공일자리 확대에도 재정을 투입했다.

복지 예산은 전년보다 495억원 늘어난 5천869억원이다. 아동수당 확대(406억원), 출생축하금(35억원), 노인기초연금(947억원) 등 생활 밀착형 항목이 중심이다. 행정안전부 2024년 지방재정분석보고서는 세종시를 재정자립도 61.4%의 산업·복지 균형투자형 지자체로 분류했다.

최민호 세종시장은 “지금은 성장 기반을 강화할 시기이며, 장기적으로 경기 회복과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확장재정에서 선택적 성장투자로 전환하는 대표적 사례로 평가된다.

◆ 제주도, 미래산업 투자와 재정건전성 병행

제주도는 7조7천875억원 규모의 2026년 본예산안을 편성했다. 전년 대비 2천92억원 증가했으나 세수 감소에 따라 3천500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한다. 양기철 기획조정실장은 “세입 여건이 어렵지만 민생과 미래에 투자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도는 청년·디지털·탄소중립 분야를 핵심 축으로 삼았다. 청년 희망사다리 재형저축사업을 16억5천만원으로 확대하고, 지역화폐 ‘탐나는전’ 및 공공배달앱 지원을 지속한다. 복지 부문에서는 건강주치의제 도입, 손주돌봄수당, 장애인고용촉진장려금 등이 신설됐다.

산업통상자원부 2025년 예산안에 따르면 제주도는 청정에너지 선도 지역으로 지정돼 600억원 규모의 국비를 확보했다. 해양치유산업 육성, 중소기업 디지털 전환, 신규 폐기물소각시설 건립 등에 투입되며, ‘선택투자형 재정운용’의 상징적 모델로 평가된다.

◆ 경기도, 민생·혁신 중심 구조조정형 선택투자

경기도는 내년도 본예산을 39조9천억원 규모로 편성했다. 올해보다 1조1천825억원(3.1%) 늘었지만 자체사업 예산을 7천510억원 줄이고, 지방채 5천447억원을 발행하기로 했다. 이는 19년 만의 지방채 발행 이후 2년 연속 조치로, 재정 효율화와 SOC 중심 투자를 병행하려는 전략이다.

민생경제 분야에는 8천58억원을 배정해 시내버스 공공관리제(3천120억원), 소상공인 지원(30억원), ‘경기 살리기 통큰세일’(100억원) 등 도민 체감형 사업을 유지했다. 일산대교 통행료 무료화를 추진하며 관련 사업비 200억원을 반영했고, 돌봄·안전 분야에 1조3천234억원을 배정했다.

미래산업 투자를 위한 예산도 포함됐다. 로봇산업 육성(679억원), RE100 소득마을(128억원), AI 혁신 클러스터 조성(25억원) 등 신성장 사업에 투입된다. 김성중 경기도 행정1부지사는 “재정 여건이 녹록지 않지만 전략적 재정 운용으로 도민 체감 정책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 중앙·지방 긴축 공조와 자율성의 시험대

중앙정부의 긴축 기조는 지방정부 재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25년 총지출 증가율이 2.5%로 제한된 가운데, 지방교부세와 국고보조금 효율화가 추진되며 지자체의 재정 자율성은 제약을 받고 있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은 2024년 ‘지방재정 투자심사 매뉴얼’에서 “지자체의 투자사업은 재정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지역별 우선순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는 단순한 긴축이 아니라 ‘선택과 집중’을 통한 전략적 지출로 방향이 전환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세종시·제주도·경기도의 사례는 모두 재정 구조 조정 속에서도 성장기반 유지와 복지 안정이라는 공통 과제를 안고 있다. 향후 중앙정부의 교부세 개편과 지방채 관리 제도 개선 논의가 병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확장재정에서 선택투자로의 전환은 지방정부가 ‘지속 가능한 성장’을 모색하는 과정으로 풀이된다. OECD 『Regions and Cities at a Glance 2024』는 “지방정부 재정 자율성 강화가 지역 혁신과 포용적 성장에 기여한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지방정부가 단순한 긴축이 아니라 지역 특성에 맞는 선택투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지방분권 강화와 중앙-지방 간 거버넌스 확립이 병행돼야 한다는 점에서, 재정 효율성과 자율성의 균형이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 요약:
 세종·제주·경기도 등 주요 지방정부가 내년도 예산에서 확장재정 대신 선택적 투자를 강화하며 재정 효율화를 추진하고 있다. 각 지역은 성장기반·미래산업·민생 중심의 차별화된 전략을 취하면서도 공통적으로 재정 건전성과 복지 안정의 균형을 추구한다. OECD는 지방재정 자율성 확대가 지속 가능한 성장의 핵심 요인이라고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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