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항소포기 의혹 놓고 여야 충돌
정성호 “지시한 사실 없다” 반박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12일 비경제부처 예산 심사에 착수하면서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논란이 정치권의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여당은 절차상 문제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반면, 야당은 사법개입 의혹을 제기하며 예산 삭감까지 검토하겠다는 강경한 기조를 유지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항소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며 직접 해명에 나섰지만, 정치권의 공방은 더욱 격화되는 양상이다.
◆ 예산심사 시작부터 대장동 논란 재점화
예결위는 12일부터 대통령비서실, 법무부, 대법원, 헌법재판소 등 32개 비경제부처에 대한 내년도 예산안을 심사하고 있다. 정성호 장관, 조원철 법제처장, 천대엽 대법원 행정처장 등이 출석했으며, 회의 초반부터 검찰의 항소포기 결정이 주요 쟁점으로 부상했다. 특히 법무부 예산 항목 중 ‘검찰행정 지원비’와 ‘사법정보화 사업’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여당 의원들은 “항소 포기는 대검찰청의 독립적 판단에 따른 결정”이라며 야당의 문제 제기를 “정치적 공세”라고 비판했다. 반면 야당은 “사법부의 독립을 훼손한 명백한 외압”이라며 법무부 예산 삭감을 검토하겠다고 맞섰다. 양측의 설전으로 회의는 수차례 정회됐고, 여야 간 비공식 협의에서도 접점을 찾지 못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예결위 심사가 법무부 예산보다 정치 쟁점으로 흐르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25년도 법무부 예산은 전년 대비 3.8% 증가했지만, 대부분은 교정시설 확충과 정보화 예산으로 구성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소 포기’ 논란이 예산심사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한 이번 논란은 2023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이후 지속된 사법개혁 공방의 연장선으로 평가된다. 여야가 검찰 권한을 둘러싼 정치적 해석에 얽매이면서, 제도적 논의보다 정쟁 중심의 공방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 정성호 “항소 지시·논의 없었다”…공식 반박
정성호 장관은 예결위 질의 과정에서 “항소 포기를 지시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6일 국회 회의 중 대검의 의견을 전해 들었고, 중형이 선고된 사건인 만큼 신중히 판단하라는 수준의 의견만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항소 여부에 대해 대통령실과 상의한 적이 없다”고도 부연했다.
정 장관은 “사건 이후 법무부가 외압을 행사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법무부는 검찰의 독립성을 존중하고 있으며, 검찰청법상 지휘권 행사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는 법무부가 사건 처리에 직접 개입했다는 야당의 의혹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그는 “항소를 하지 않아 범죄수익 환수가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선 민사소송을 통해 피해액을 최대한 확보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는 향후 부패재산추적 강화와 디지털포렌식 예산을 확대하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법행정의 절차적 정당성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여야 반응은 엇갈렸다. 국민의힘은 “장관의 소명을 통해 정치적 의혹이 해소됐다”고 평가한 반면, 민주당은 “사건 초기부터 외압이 있었던 만큼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반발했다. 전문가들은 “검찰과 법무부 간의 긴장 관계가 장기화할 경우 향후 사법개혁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한다.
◆ 대검 내부 반발 확산, 사법 신뢰 흔들려
앞서 대검은 항소기한 만료 약 3시간 전인 7일 오후 8시45분, 서울중앙지검에 항소 불허를 통보했다. 수사·공판팀은 이미 항소장을 결재받은 상태였으나, 대검의 최종 회신으로 제소가 무산됐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의 결정을 두고 “법무부 입김을 의식한 정치적 판단”이라는 내부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대검 연구관들과 초임 검사들까지 내부망에 비판 글을 올리며 조직 내 갈등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일부 검사들은 “항소 포기 결정은 조직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노 대행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대검 수뇌부는 “통상 사건처럼 법무부의 의견을 참고해 종합 판단한 것”이라며 정치적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검찰청법상 ‘지휘·감독권’의 한계로 본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2024년 보고서에서 “법무부의 지휘가 법률상 근거를 가지더라도 정치적 논란이 수반될 경우 제도적 신뢰가 훼손된다”고 지적했다. 검찰 내부의 반발이 단순한 인사 불만을 넘어 제도 개혁 논의로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검수완박’ 이후 검찰의 권한이 제한된 상태에서 항소권 행사 문제는 조직 내부 자율성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이번 사태는 그 균형이 다시 흔들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사법 신뢰가 흔들릴 경우 향후 형사사법제도 개편 논의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정치권 공방 장기화 전망…예산심사 차질 불가피
여야의 대립이 이어지면서 예결위 예산심사 일정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국민의힘은 “법무부 예산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정치적 압박으로 사법행정을 흔드는 행위”라고 맞섰다. 예결위는 13일까지 비경제부처 심사를 마친 뒤 17일부터 예산조정소위를 열 예정이지만, 일정이 밀릴 가능성이 크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보고서에서 “예산심사 지연이 반복되면 연내 정부 사업 집행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며 “법무부·대법원·헌재 등 사법기관 예산은 정치적 쟁점화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국가 재정운용의 효율성을 유지하기 위한 제도적 당부로 풀이된다.
정치권은 향후 본회의 처리 일정에도 긴장을 높이고 있다. 국회법상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은 다음 달 2일이지만, 예결위 조정이 늦어지면 본회의 통과가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여야는 물밑 접촉을 통해 예산 협상을 시도하고 있으나, 항소포기 논란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정치 분석가들은 사법개입 의혹이 예산심사로까지 번진 것은 제도적 신뢰에 타격을 줄 수 있다며 여야가 정치적 대립을 접고 실질적 예산 논의에 복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부에서는 이번 사태가 내년 총선 국면에서 다시 쟁점화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정치적 대립이 장기화할수록 사법제도 개혁과 예산 심사의 분리 원칙이 더욱 요구되고 있다.
☑️ 요약:
국회 예결위의 비경제부처 예산심사에서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포기 논란이 재점화되며 여야가 충돌했다. 정성호 장관은 “항소 지시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대검 내부 반발과 사법 신뢰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정치권의 공방이 장기화될 경우 예산심사 지연과 제도적 신뢰 훼손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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