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고환율 영향 본격화…생활물가 상승폭 1년 4개월 만에 최대

음영태 기자

11월 물가 2.4% 상승…석유류·수입식품 오름세 확대

고환율이 물가 전반을 압박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470원대에서 고착 조짐을 보이면서 석유류·수입식품 가격이 크게 오르고, 생활물가는 2.9% 상승해 1년 4개월 만에 최대폭을 기록했다.

연말을 앞두고 환율·유가·기상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정책 부담도 한층 커지고 있다.

코스피 환율
▲ 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 등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 고환율이 이끄는 물가 상승 압력

국가데이터처가 2일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2.4% 상승했다. 이는 10월과 같은 수준이지만, 고환율의 영향으로 수입물가와 생활물가 전반에 압력이 확대된 것이 특징으로 지적됐다. 통계 발표 직후 시장에서는 “환율발(發) 인플레이션이 본격화되는 단계”라는 평가가 나왔다.

석유류는 5.9% 상승해 9개월 만에 최대 폭을 기록했다. 경유는 10.4%, 휘발유는 5.3% 오르는 등 국제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유류세 인하 축소와 환율 상승이 국내 가격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했다. 석유류가 전체 물가를 0.23%포인트 끌어올린 만큼, 고환율이 불러오는 비용압박 구조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농축수산물은 5.6% 상승하며 물가 상승에 0.42%포인트 기여했다. 갈치(11.2%), 고등어(13.2%) 등 수입 생선류가 큰 폭으로 올랐고, 망고·키위 등 수입 과일 가격도 환율 부담을 고스란히 반영하며 뛰었다. 겨울철 주요 소비 과일인 귤은 26.5% 급등해 신선식품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근원물가(농산물·석유류 제외)는 2.3%, OECD 기준 근원물가는 2.0% 상승하며 상대적 안정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는 ‘환율에 바로 반응하지 않는 품목’에 한정된 흐름일 뿐이며, 환율 민감 품목들이 전체 물가의 흐름을 좌우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압력은 더 커질 수 있다.

◆ 생활물가 1년 4개월 만에 최대폭…체감 부담 더 커져

생활물가지수는 2.9% 상승해 2023년 7월 이후 가장 큰 폭을 기록했다. 이는 소비자가 실제로 느끼는 체감물가가 빠르게 오르고 있다는 의미로, 연료·수입식품·농수산물·외식비 등 주기적으로 지출되는 항목의 가격이 모두 상승한 결과다.

겨울철 수요 증가와 기상 요인까지 겹치며 신선식품 가격의 변동성이 확대됐다. 특히 귤 가격 급등은 계절성과 공급 불안정, 환율 상승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준 대표 사례로 꼽힌다. 또한 자주 구매하는 품목 중심의 생활물가는 가격 변동이 소비자 심리에 빠르게 반영되는 만큼, 단기적으로 소비 위축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가공식품·외식 가격은 상반기 인상분이 유지된 상황에서 원재료 가격이 추가로 올라 향후 재상승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생활필수품에서 느끼는 체감 부담은 중·저소득층의 소비 여력을 더욱 약화시키고 있다.

◆ 환율 1,470원대 유지…시장 변동성 확대

2일 오전 9시5분 기준 원·달러 환율은 1,471.7원으로 전일보다 1.75원 상승했다. 가상자산 가격이 6% 가까이 급락하며 위험회피 심리가 커졌고, 달러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원화는 주요 통화 대비 약세 흐름을 보였다.

원·엔 재정환율은 946원대로 오르며 원화 약세가 전반적임을 보여줬다. 달러인덱스도 상승해 달러 강세 기조가 유지됐고, 이는 환율 고착화 우려를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단기간 급등세가 아니라 1,470원대에서 장기적으로 머무르는 흐름 자체가 더 위험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는 수입물가를 구조적으로 높이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연말 미국·일본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발표가 예정돼 있어 환율 변동성은 다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환율 흐름에 따라 12월 소비자물가가 반등할 수 있다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 한은 “고환율 영향 점검”…근원보다 환율발 압력이 더 크다

한국은행은 고환율이 향후 물가에 미칠 영향이 크다며 시장 점검에 나섰다. 11월 물가가 2% 중반대에서 고착된 데 대해 “환율·에너지·농축수산물 가격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근원물가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지만, 석유류와 수입식품처럼 환율 민감 품목이 가격 상승을 주도하고 있어 위험 요인은 여전히 크다. 원재료 가격이 이미 오른 만큼, 가공식품·외식 가격까지 단계적으로 영향을 받는 구조다.

한은은 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하겠지만, 환율 안정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통화정책의 선택 폭이 좁아졌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금리 인하 시점 역시 환율을 의식해 늦춰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 정부 “먹거리 물가 총력 관리”…단기 대응 강화

정부는 먹거리 물가를 민생 안정의 핵심으로 판단하고 단기 대응책을 확대하고 있다. 식품·사료 원료 할당관세 연장, 조리 전 중량 표시 의무화(슈링크플레이션 억제), 시장 교란 행위 엄단 등이 대표적이다.

농수산물 공급 확대와 비축물량 방출 등 수급 안정화 대책도 병행된다. 다만 환율 영향이 큰 수입식품의 경우 공급 조절만으로 가격 안정이 어려워 정책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는 가공식품·외식 물가 점검을 강화하고 환경 변화에 따른 대응 속도를 높이겠다는 방침이지만, 환율이 높은 구간에서 유지되는 한 생활물가 상승 압력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요약:
 11월 물가는 2.4% 상승하며 고환율이 물가를 전방위적으로 자극하고 있다. 석유류·수입식품·생활물가가 크게 오르며 체감 부담이 커지고 있다. 환율은 1,470원대에서 유지되며 수입물가 압력이 지속될 전망이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먹거리 물가와 환율발 물가 상승을 집중 점검하고 있으나, 고환율 장기화 시 연말·연초 물가 불확실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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