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이슈인 문답] 허위조작정보근절법 논란 핵심은

김동렬 기자

징벌적 손배·SLAPP 방지·방송법 개정까지
규제 충돌 한꺼번에 부상

허위·조작 정보 유포 시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하도록 하는 ‘허위조작정보근절법’이 10일 국회 소위를 통과하면서 정치권과 언론계를 중심으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찬성, 국민의힘은 반대로 맞서며 규제 필요성과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가 정면 충돌하는 상황이다. 같은 회의에서 방송 공정성 심의 규정을 손보는 방송법·방통위법 개정안까지 처리되면서 정보 규제 구조 전반의 변화가 한꺼번에 논의되는 분위기다.

국회 과방위
▲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 김현 위원장이 10일 국회에서 소위 회의를 개회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 왜 지금 이 법이 다시 논란이 되나

논란이 커지는 가장 근본적인 배경에는 법안의 규제 강도가 제도 도입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 점이 있다. 허위정보를 고의·의도적으로 유포한 경우 손해액의 최대 5배를 배상하도록 한 조항은 억제 효과가 크지만, 공익적 비판이나 보도 활동에까지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론계와 법조계는 특히 고액 손배의 위축 효과를 문제 삼고 있다.

정치적 상황 변화도 논쟁을 키우는 원인이다. 이날 표결은 민주당 단독 처리로는 불가능했지만, 기존에 반대했던 조국혁신당이 찬성으로 전환하며 통과가 가능해졌다. 소위가 민주당 5명, 국민의힘 4명, 혁신당 1명으로 구성된 만큼 혁신당의 입장 변화는 결정적이었다. 혁신당 이해민 의원은 허위정보 근절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권력자의 남용을 막기 위한 장치를 촘촘히 넣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주목 지점은 같은 회의에서 방송 공정성 심의를 제한하는 법안까지 동시에 의결된 부분이다. 방송 재허가·재승인 과정에서 공정성 심의가 영향을 미쳐 왔다는 민주당의 문제 제기와 달리, 국민의힘은 표현의 자유 영역을 넓히기보다 정치적 통제 장치를 강화하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한 회의 안에서 정보 규제·미디어 감독 체계가 연달아 손질되며 사회적 파장이 확대되고 있다.

◆ 핵심 쟁점은 무엇인가

정책 논의의 중심에는 고의성 판단 기준이 자리한다. 허위정보를 ‘고의·의도적으로’ 유포했다고 판단하는 기준이 모호하면 집행의 일관성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공직자나 정치인을 둘러싼 공적 논쟁에서도 고의성 해석이 갈릴 수 있고, 이 경우 고액 손배 소송이 비판을 억누르는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언론단체가 권력자 손배 제한 조항을 요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SLAPP(전략적 봉쇄소송) 방지 장치는 이러한 우려를 상쇄하기 위한 장치로 포함됐다. 소위에서 확정된 조항은 과도한 손배 청구를 법원이 조기에 각하할 수 있도록 하고, 각하 시 공표를 의무화해 남용 소송을 억제하는 구조를 담고 있다. 다만 이러한 장치가 실제로 피해를 예방하는 수준까지 작동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어떤 기준으로 ‘남용’을 판단할지 남아 있는 문제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규제의 방향성 역시 또 다른 논점이다. 해외 다수 사례는 허위정보 자체를 처벌하기보다 플랫폼의 책임과 알고리즘 투명성 확보를 중심에 두고 있다. 그러나 한국형 규제는 개별 행위자에게 손배 책임을 부과하는 방식이 상대적으로 강하다. 규제의 무게 중심이 어디에 놓여 있는지에 따라 제도 운영 방식과 사회적 효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어, 법사위 심사 과정에서도 이 부분의 조정 필요성이 지속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 해외는 어떻게 규제하고 있나

유럽연합(EU)의 디지털서비스법(DSA)은 허위정보 문제를 플랫폼 위험관리 체계로 다루며, 알고리즘 투명성·콘텐츠 모니터링·위험평가 보고 등 구조적 조치를 요구한다. 허위정보 발생 자체보다 유통 구조를 관리하는 데 초점을 두는 접근이다. 이는 플랫폼 기반 환경의 영향력이 커진 점을 반영한 규제 모델로 평가된다.

미국은 표현의 자유 보호가 강해 정부 규제가 제한적이지만, 선거 개입·안보 관련 허위정보 대응은 별도로 운영되고 있다. 기술기업이 자체 기준에 따라 허위정보 대응 정책을 마련하고 정부와 협력하는 체계가 중심이다. 이러한 국제적 흐름과 비교하면 한국의 징벌적 손배 중심 접근은 규제 방식이 상당히 다른 방향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 부각된다.

한국 제도의 향후 확장성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어진다. 학계에서는 허위정보 대응이 단일 조항 중심으로는 실효성을 확보하기 어렵고, 플랫폼 책임 강화, 검증 인프라 고도화, 미디어 교육 확대 등 다층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규제의 균형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려면 구조적 접근이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 법안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되나

이번 소위 통과로 법안은 전체회의·법제사법위원회·본회의 심의를 거치게 된다. 조국혁신당의 입장 변화로 표결 구도가 달라지면서 법안 처리 속도는 빨라질 가능성이 있지만, 국민의힘의 반대가 강해 정치적 충돌은 본회의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선진 민주국가 어디에도 없는 악법”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권력자 손배 제한 조항이 빠진 점은 향후 논의의 핵심 변수가 될 수 있다. 언론계와 시민단체는 소송 남용을 막는 장치가 미흡하다고 보고 있어, 법사위 단계에서 세부 조항 조정 요구가 재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방송법·방통위법 개정과 맞물려 정보 규제 전반의 지형이 바뀌는 상황이어서, 전체 입법 과정에서도 연계된 논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요약:
 허위조작정보근절법은 징벌적 손배와 SLAPP 방지 조항을 포함하며 규제 강화와 표현의 자유 보장 사이의 균형을 둘러싼 논쟁이 심화되고 있다. 혁신당 입장 변화와 권력자 손배 제한 누락 등이 쟁점을 키웠고, 향후 법사위·본회의 심사에서 조문 조정 여부가 법안의 향방을 가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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