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합성 확보와 예외 규정 조율 논의
더불어민주당이 1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경제8단체와 간담회를 열고 자사주 소각 의무화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여당은 신주 발행 절차와 동일한 수준의 공정성 확보를 제도 설계의 핵심 원칙으로 제시했으며, 재계는 기업별 상황을 고려한 예외 규정과 절차적 유연성을 주문했다. 간담회는 코스피5000 특별위원회와 경제형벌민사책임합리화 태스크포스(TF)가 공동으로 주관했다.
◆ 소각 의무화 필요성 강조하며 여당 ‘정합성’ 기준 제시
오기형 특위 위원장은 “신주 발행 절차를 바꾸지 않는 이상 자사주 제도 변화는 부득이하다”며 자사주 제도의 공정성 기준을 신주 발행과 동일하게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달 제출한 3차 상법 개정안에서 소각 의무화를 포함시키며 제도 정비의 필요성을 공식화한 바 있다. 그의 발언은 자사주 취득·보유·처분 과정의 투명성 강화가 시장 신뢰 회복의 핵심이라는 문제의식을 반영한다.
간담회 후 오 위원장은 재계가 제기한 두 가지 요구를 소개했다. 첫째는 경영상 목적에 따라 제3자에게 자산을 처분하는 절차를 더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점, 둘째는 처분 기간을 일정 수준 연장할 수 있는 여지를 검토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그러나 그는 신주 발행 절차와 규제 간 정합성이 무너지면 시장 질서가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며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경영권 방어 수단 요청이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있었다”고 답했지만, 자사주는 회사 전체의 재산을 기반으로 취득한 자산이므로 특정 주주 방어 수단으로 삼는 것은 논리적으로 타당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의무 공개매수제 도입 시 적대적 인수합병(M&A) 비용이 증가해 제도 자체가 실질적으로 방어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 재계 “예외 규정·유연성 검토 필요”…현실 적용성 강조
재계는 자본시장 활성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소각 의무화가 기업의 전략적 선택을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자사주 활용과 자본시장 활성화라는 목표에는 이견이 없다”고 밝히면서도, 예외 사유의 적용 범위와 절차적 현실성을 면밀히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법제화 과정에서 기업 규모·업종·경영 상황 등을 반영할 필요성을 시사한다.
기업들은 자사주가 주가 안정, M&A 대응, 전략적 투자 조정 등 다양한 목적에서 활용되어 왔다는 점을 들어 제도 설계 시 획일적 접근을 경계하고 있다. 특히 소각 의무가 강화될 경우 자사주 보유 자체가 부담으로 전환될 수 있어, 기업들이 기존 전략을 재정비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적용 대상을 어떻게 설정할지, 유예 기간을 둘지, 예외 요건을 어디까지 인정할지가 핵심 조율 대상이 되고 있다.
또한 재계는 제도가 현실적으로 작동할 수 있으려면 공시 절차·처분 기한·회계 처리 방식 등 실행 세부안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고 본다. 이는 단순히 소각 의무화 여부를 넘어서 제도가 시장 안정과 기업 의사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정밀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 국제 지배구조 기준과 비교해 본 제도 개편 의미
자사주 관련 제도는 해외에서도 투자자 보호와 지배구조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핵심 정책 영역으로 다뤄진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자사주 매입 공시 의무를 강화해 남용 가능성을 줄이고 있으며, 영국 금융감독청(FCA)도 매입 목적·시간·수량 공개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투자자 감시 기능을 높이고 있다. 이는 자사주 제도의 핵심이 단순한 매입·소각 여부가 아니라 ‘투명성’과 ‘공정성’에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23년 개정 기업지배구조 원칙에서 각국이 자사주 제도의 규정 간 정합성을 보완하고, 지배구조 취약 요인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한국은 기업집단 소유·지배 구조가 집중되어 있어, 자사주가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상대적으로 크게 작용해 왔다. 이러한 배경에서 한국의 자사주 제도 개선은 글로벌 투자자 신뢰도에 직결되는 요소로 여겨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의가 단기적 규제 논란을 넘어 중장기적으로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특히 해외 기관투자자들은 ESG의 G(지배구조)를 적극 반영해 투자 대상을 선별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자사주 제도 정비가 해외 자본 유입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 적용 범위와 절차 조율이 핵심
여당은 소각 의무화 입법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실제 제도 설계에서는 기업 현실을 반영한 적용 범위·예외 조항·처분 절차의 세밀한 조율이 요구된다. 김남근 의원은 자사주 발행 남용 문제에 대해 재계와 “큰 공감대가 있었다”고 설명하며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구체적 기준은 추가 논의를 통해 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장에서는 소각 의무화가 장기적으로 주주환원 강화라는 긍정적 신호가 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기업별 자사주 현황과 활용 전략이 크게 다르다는 점에서 제도 적용 초기 변동성 확대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정부·여당은 재계와의 소통을 기반으로 시행 시기·예외 요건·공시 의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논의 과정에서는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절차적 기준과 기업 부담이 과도하지 않도록 균형을 맞추는 작업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자사주 제도의 개편은 지배구조 투명성과 기업 가치 제고라는 장기적 목표를 위해 추진되는 만큼, 시장과 기업 모두가 수용 가능한 규제 디자인이 요구된다.
☑️ 요약:
여당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지배구조 투명성 제고의 핵심 과제로 추진하고 있으며, 절차 정합성을 제도 설계의 중심에 두고 있다. 재계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예외 규정과 경영 유연성 확보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국제적으로도 자사주 제도 투명성 강화가 주요 흐름인 만큼, 향후 적용 기준 조율이 제도 수용성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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