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정책 톺아보기] 노란봉투법 가이드라인 공개, 사용자 책임 어디까지

김영 기자

원청 사용자성 기준 ‘구조적 통제’ 제시
교섭·쟁의 범위 쟁점

노동조합법 개정에 따른 이른바 ‘노란봉투법’ 가이드라인이 26일 공개되면서 사용자 책임 범위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내년 3월 10일 법 시행을 앞두고 정부가 현장 혼선을 줄이기 위해 해석 지침을 제시했지만, 원청 책임의 범위와 노동쟁의 인정 기준을 두고 노동계와 경영계의 시각 차는 여전히 크다.

김영훈 장관
▲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7월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노란봉투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 사용자 개념 확장, 판단 기준은 ‘구조적 통제’

개정 노조법 2조는 근로계약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면 사용자로 본다고 규정했다. 다만 ‘실질적·구체적 지배’의 해석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고용노동부는 이번 가이드라인에서 핵심 판단 기준으로 ‘구조적 통제’를 제시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 결정을 구조적으로 제약해 하청 사용자의 재량을 본질적·지속적으로 제한하는 경우 사용자성이 인정될 수 있다. 구체적 판단 요소로는 인력운용, 근로시간, 작업방식, 노동안전, 임금·수당 등이 제시됐다.

예컨대 원청이 특정 공정에 필요한 인력 규모나 교대제 등 근로시간을 결정하거나, 업무 순서·작업 방식·안전 예산까지 실질적으로 통제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통근버스, 휴게시설 등 복리후생과 위험·특근·야근수당 등 임금 요소에 대한 통제 여부도 판단 요소로 포함됐다.

◆ 도급계약만으로는 사용자성 인정 안 돼

정부는 도급계약 체결 자체만으로 구조적 통제가 인정되지는 않는다고 명시했다. 일반적인 도급계약에서 납기·품질 요구, 거래조건 협상·변경 등은 계약상 관리 범위에 해당하며, 사용자성 판단과는 구별된다는 설명이다.

사내 협력업체가 운영하는 구내식당에 대해 식사 시간에 맞춰 조리·배식 업무를 요구하는 사례처럼, 계약상 일반적 지시권 행사에 불과한 경우는 구조적 통제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원청 책임이 무제한적으로 확대되는 것을 경계한 기준 설정으로 해석된다.

노동부는 국내 중소기업 도급계약 상당수가 독자적 구조를 갖고 있으며, 근로계약 없이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하는 경우는 예외적 상황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 교섭 의무는 ‘통제된 의제’로 한정

가이드라인은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되더라도 교섭 범위는 구조적 통제가 확인된 의제로 한정된다고 밝혔다. 근로시간에 대한 통제가 인정됐다고 해서 인력운용이나 복리후생 등 다른 영역까지 자동으로 교섭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이는 교섭 의제가 무한정 확대될 수 있다는 경영계의 우려를 반영한 조치로 풀이된다. 원청이 통제하지 않는 영역까지 교섭 책임을 지는 것은 법 취지를 벗어난다는 판단이다.

다만 실제 교섭 과정에서는 어느 영역이 구조적 통제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노사 간 해석 차이가 불거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사용자성 인정 여부가 개별 사안별로 다툼의 대상이 될 여지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 노동쟁의 범위 확대, 경영상 결정과의 경계

노란봉투법은 노동쟁의 대상을 기존 ‘근로조건의 결정’에서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 결정’으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해외 투자, 공장 증설, 합병·분할·양도·매각 등 경영상 판단 자체는 원칙적으로 노동쟁의 대상이 아니다.

다만 이러한 결정이 이행되는 과정에서 정리해고나 구조조정, 전환배치 등 근로자 지위와 근로조건의 실질적·구체적 변동이 발생할 경우에는 단체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경영상 결정과 노동쟁의 사이의 경계를 ‘결과 발생 여부’로 설정한 것이다.

정부는 결정 당시 근로조건에 대한 영향이 추상적·잠재적 수준에 그치는 경우에는 노동쟁의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투자 계획이나 구조조정 검토 단계만으로는 교섭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러나 기업의 해외 이전이나 사업 재편이 실제 인력 감축으로 이어질 경우, 그 과정에서 노사 간 교섭이 불가피해질 가능성은 커진다. 향후 분쟁에서는 ‘결정 그 자체’와 ‘이행 과정에서의 영향’을 어떻게 구분할지가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 국제 기준과 비교하면

간접고용 구조에서 사용자 책임을 어디까지 인정할지는 주요 국가에서도 논쟁적 사안이다. OECD는 다국적기업 책임경영 가이드라인에서 공급망 전반의 책임을 강조하면서도, 법적 사용자성 판단은 각국의 노사관계 법제에 맡기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 역시 고용관계 판단에서 계약 형식보다 실질적 지배와 통제 여부를 중시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해 왔다. 근로시간·업무 방식·보수 결정에 대한 실질적 영향력이 핵심 기준으로 거론된다.

한국 정부가 이번 가이드라인에서 ‘구조적 통제’를 중심 개념으로 제시한 것은 이러한 국제 논의 흐름과 일정 부분 맞닿아 있다. 형식적 계약 관계보다 실질적 노무 지배 여부를 판단 기준으로 삼겠다는 방향성이다.

다만 해외 사례에서도 사용자 책임 범위는 법원 판례를 통해 점진적으로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국내에서도 가이드라인만으로 모든 분쟁을 정리하기보다는, 향후 판결과 실제 교섭 사례를 통해 기준이 구체화될 가능성이 크다.

◆ 엇갈린 평가와 제도 안착 과제

경영계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법 적용의 예측 가능성이 일부 확보됐다고 평가한다. 원청 책임이 포괄적으로 확대되는 상황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반면 노동계는 사용자성 판단이 개별 사안별로 달라질 수 있어 현장 분쟁 소지가 여전히 크다고 보고 있다. 가이드라인이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향후 법원 판결과 실제 교섭 사례가 축적되면서 해석 기준은 점차 구체화될 전망이다. 제도의 취지와 현장의 안정성을 어떻게 조화시킬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남은 과제로 꼽힌다.

☑️ 요약:
 노란봉투법 가이드라인이 공개되며 원청 사용자성 판단 기준으로 ‘구조적 통제’가 제시됐다. 정부는 도급계약만으로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교섭 범위를 통제된 의제로 한정했지만, 노동쟁의 범위 확대를 둘러싼 해석을 두고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법 시행 이후 판례와 현장 교섭을 통해 기준이 구체화될지가 제도 안착의 핵심 과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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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톺아보기#노란봉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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