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이슈인 문답] 응급실 ‘뺑뺑이’ 반복, 구조적 원인은 무엇인가

김영 기자

응급환자가 병원을 찾지 못한 채 이송을 반복하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문제와 관련해 김정언 중앙응급의료상황실장이 29일 서울 중구 광역응급의료상황실에서 “전산 정보만으로는 실제 수용 가능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 논란이 된 부산 고교생 응급환자 사망 사례를 계기로, 응급실 미수용 문제를 단순한 병상 부족이나 이송 지연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현장 의료진의 문제의식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김정언 중앙응급의료상황실장
▲ 김정언 중앙응급의료상황실장이 29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 광역응급의료상황실에서 "응급의료 상황판에 적힌 병상 등은 현재 가용한 응급의료 자원정보에 대해 알려주는 1차 지표"라면서도 "실제로 당장 환자 진료가 가능한지는 응급실에 있는 의사들이 판단해야 할 요소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 응급실 뺑뺑이는 왜 반복되는가

응급실 뺑뺑이는 중증 응급환자가 적절한 치료기관을 찾지 못해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상황을 말한다. 겉으로는 응급실 과밀이나 병상 부족 문제처럼 보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병원 수용 가능 여부를 둘러싼 판단과 전달 과정에서 구조적 혼선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응급의료 전달체계는 구급대가 병원에 환자 상태를 알리고 수용 가능 여부를 확인하도록 설계돼 있다. 그러나 병원마다 수용 기준이 다르고, 동일한 상황에서도 의료진 구성이나 당시 응급실 상황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김정언 실장은 이 같은 구조 속에서 전산 정보가 실제 현장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병상 수나 장비 보유 여부는 즉시 확인할 수 있지만, 의료진의 동시 투입 상황이나 중증 환자 집중 여부 같은 요소는 숫자로 표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구급대는 전산상 ‘가능’으로 표시된 병원에 연락을 시도하지만, 실제 현장 판단과 엇갈리면서 이송 지연이나 반복 연락이 발생하는 구조가 고착돼 있다는 분석이다.

◆ 전산 정보만으로 수용 여부를 판단할 수 없는 이유는

응급의료 종합상황판은 병상 가용률과 주요 진료 항목을 실시간으로 제공하지만, 이는 응급의료 자원에 대한 1차적 지표에 그친다. 실제 응급실에서는 의료진의 숙련도, 즉시 수술·시술 가능 여부, 중환자실 연계 상황 등 복합적인 요소가 동시에 작용한다.

김 실장은 “전산은 현장 상황을 100% 반영할 수 없다”며 실제 진료 가능 여부는 현장 의료진의 종합 판단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전산상 수용 가능으로 표시돼 있더라도, 갑작스러운 심정지 환자 유입이나 의료진 투입 상황 변화로 즉시 대응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구급대가 병원에 직접 연락해 수용능력을 확인하는 절차는 환자 안전을 위한 장치로 유지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이 절차가 사라질 경우, 환자 상태에 맞지 않는 병원으로 이송되는 ‘깜깜이 이송’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본다.

해외 주요 국가에서도 구급대의 병원 선정 과정에서 의료진과의 사전 교신을 유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병상 정보는 참고 자료일 뿐, 최종 판단은 현장 의료진과 응급의료 조정 시스템이 맡는 구조가 보편적이라는 평가다.

◆ 광역응급의료상황실은 어떤 역할을 하나

광역응급의료상황실은 119 구급대가 적절한 병원을 찾지 못한 중증 응급환자에 대해 이송 병원 선정과 조정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단순히 전산 정보에 의존하지 않고, 병원과의 직접 통화를 통해 실제 진료 가능 여부를 확인한다.

김 실장은 광역상황실이 병상 숫자보다 ‘지금 이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지’를 중심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응급실과 중환자실, 수술실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송 가능성을 판단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상황 요원들은 병원별 의료진 구성과 장비 가동 상황, 배후 진료 연계 가능성까지 확인한다. 이는 환자를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보내는 방식이 아니라, 치료 가능성이 가장 높은 병원을 찾기 위한 절차로 평가된다.

의료계에서는 광역상황실의 역할이 강화될수록 개별 병원과 구급대에 집중되는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도적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본다.

◆ 부산 고교생 사례에서는 어떤 문제가 드러났나

이 같은 구조적 한계는 지난 10월 20일 부산에서 발생한 고교생 응급환자 사망 사례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당시 A군은 오전 6시 44분 구급대에 의해 발견된 뒤 여러 병원에 이송 문의가 이어졌지만, 적절한 치료기관을 신속히 찾지 못했다.

일부 병원은 응급의료 상황판에 소아 진료 제한 표시가 없었지만, 실제 이송 과정에서는 연락 지연과 회신 엇갈림이 발생했다. 수용 가능 여부를 둘러싼 소통 오류로, 수용이 가능했던 병원을 두고도 다른 병원으로 연락을 반복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또한 11개 병원에 14차례 연락하는 과정에서 환자의 활력징후 등 핵심 정보가 충분히 전달되지 못한 점도 확인됐다. 환자 나이가 전달되는 순간 소아 환자로 판단돼 추가 정보 확인 없이 거절되는 사례가 반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례는 응급의료 전달체계가 전화 중심의 단선적 소통 구조에 머물러 있을 경우, 작은 판단 오류가 치명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지적된다.

◆ 응급실 미수용 문제의 구조적 해법은 무엇인가

전문가들은 응급실 뺑뺑이를 특정 병원이나 구급대의 책임으로 돌리기보다 제도와 책임 구조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병원은 의료사고와 법적 책임 부담으로 보수적 판단을 할 수밖에 없고, 구급대 역시 제한된 정보 속에서 결정을 내려야 하는 구조다.

응급의료정보시스템의 정확도를 높이는 동시에, 전산 정보와 실제 현장 판단을 연결하는 중간 조정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화 중심의 연락 체계를 보완할 다층적 소통 방식 도입도 과제로 거론된다.

아울러 불가피한 미수용 판단에 대해서는 현장 의료진과 상황 요원의 책임을 완화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판단 책임이 과도하게 개인에게 집중될 경우, 방어적 대응이 구조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응급의료를 개별 병원의 문제가 아닌 지역과 국가 차원의 공공 인프라로 재정립해야 한다는 요구가 다시 힘을 얻고 있다.

☑️ 요약:
 응급실 뺑뺑이는 병상 부족이 아니라 수용능력 확인과 소통 구조의 한계에서 반복되고 있다. 김정언 중앙응급의료상황실장의 29일 발언은 전산과 현장 판단 간 괴리를 공식적으로 짚은 계기로 평가된다. 부산 고교생 사례에서 드러난 문제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응급의료 전달체계 전반에 대한 구조적 보완이 과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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