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베이징에서 열린 중앙경제회의에서 중국 고위 당국자들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의 전략적 승리를 자평하며, 5개년 계획 중심의 계획경제 체제가 서방의 자유시장 자본주의보다 우위에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시진핑 국가주석이 주도하는 첨단산업 투자 및 자립 전략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내부 평가가 우세하다.
2일(현지 시각)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베이징은 지난해 10월 한국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1년간의 무역 휴전안에 합의하게 만든 것을 시진핑 국가주석의 '첨단 제조 및 산업 자급자족' 전략이 승리한 증거로 보고 있다.
▲ 제15차 5개년 계획, 기술패권 정면 도전 선언
중국은 오는 3월 발표 예정인 제15차 5개년 계획(2026~2030)을 통해 수출주도 성장을 강화하고, 기존의 철강·완구 등 전통 제조업뿐 아니라 로봇·AI 등 미래 기술 산업에서의 세계 선도를 목표로 설정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전 세계 제조업 점유율을 현재 30%에서 40%까지 끌어올리려 하며, 타국에 "우리와 경쟁하거나 방해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럽상공회의소 전 회장 위트케는 “중국은 제조업 글로벌 점유율을 현재 30%에서 40%까지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다”라며, 이는 ‘제로섬 게임’의 경제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 대외 흑자 확대 속 국내경제는 ‘디플레 역풍’
무역통계에 따르면 2025년 중국의 상품수지 흑자는 사상 처음 1조 달러를 돌파할 전망이지만, 내수 경제는 정체 국면에 머물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는 지방정부 재정 악화, 소비 위축, 임금 하락으로 이어졌고, 소비자물가지수 및 GDP 디플레이터는 10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1990년대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최장기간 하락세를 나타냈다.
골드만삭스의 중국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후이 산은 "지난 몇 년간 부동산 부문이 경제를 끌어내렸다"라며, "지금은 오히려 경제가 부동산을 끌어내리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11월 소매판매 1.3% 성장으로 코로나 해제 후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GDP 디플레이터는 10분기 연속 마이너스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중국처럼 거대한 나라는 수출에만 의존해서는 생존할 수 없다"라며 소비 촉진을 통한 '지속 가능 성장' 전환을 권고했다.
▲ 내수 부양 위한 재정 확대 필요성 대두
IMF와 골드만삭스 등은 중국이 공공서비스 투자 확대, 즉 보육·교육·보건·사회보장 분야의 지출을 통해 소비 여력을 키워야 한다고 제언했다.
일각에선 구조적인 디플레이션 해소를 위해 부동산 시장 회복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러나 중국 정책당국은 여전히 제조업 중심의 공급측 성장 모델을 ‘성공사례’로 간주하며 대규모 내수 자극에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 희토류 카드와 글로벌 공장 전략 병행
중국은 미국에 대한 희토류 의존도를 무기 삼아 교역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 있다.
동시에 베트남·멕시코 등 제3국에 해외 공장 설립을 확대해, 관세 우회 및 글로벌 공급망 내 중국 기업 존재감 강화를 추진 중이다.
이런 방식은 중국 제품이 중간재로 다른 국가에서 가공된 뒤 서방 브랜드로 재수출되는 형태의 ‘신(新) 무역 패턴’을 형성하고 있다.
모건 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체탄 아야가 이끄는 연구팀은 "중국 경제가 엄격한 코로나19 봉쇄에서 벗어난 지 3년 만에, 세계 수출 시장 점유율은 2017년 약 13%에서 15%로 상승했으며, 2030년에는 16.5%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중국의 세계 제조업 부가가치 점유율은 28%로 증가했다.
미국 인구조사국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대미 무역 상품 흑자는 2018년 12월 최고치인 4,180억 달러에서 2025년 9월 기준 12개월 누적 기준으로 2,390억 달러로 감소했다.
하지만 이러한 차이의 상당 부분은 베트남이나 멕시코 등 다른 국가를 경유하여 미국으로 재수출된 상품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중국 내 외국 기업들에 대해서는 첨단 기술을 가져오지 않는 한 "더 이상 환영받지 못한다"는 냉랭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유럽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딜(Deal)을 할 수 있지만, 인권과 우크라이나 문제를 거론하는 유럽은 신뢰할 수 없는 파트너"라며 압박 수위를 높이는 모양새다.
▲ 유럽의 불만 고조 “불균형, 더는 감내 못해”
유럽연합은 중국의 산업보조금과 진입장벽 외에도 위안화 약세를 통한 수출 경쟁력 강화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중국이 내수 불균형을 시정하지 않으면 유럽은 보호무역 조치를 택할 수밖에 없다”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지난해 중국의 EU 대상 무역흑자는 3,058억 유로로, 3년 연속 3천억 유로 이상을 기록 중이다.
▲ 내수 자신감 부족…당과 민심 간 온도차
서방과 달리 중국 당국은 여전히 무역 및 제조 주도 성장의 지속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온도차를 드러낸다.
시안의 한 전통 시장에서 식품 노점을 운영하는 상인은 “작년부터 매출이 눈에 띄게 줄었다”라며 내수 침체를 실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진핑 주석은 ‘내수 확대’를 강조하며 출산장려금, 부동산 규제 완화, ‘내몰림 경쟁’ 근절 등을 시도하고 있으나, 체감도는 낮고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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