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외화자금시장에 달러 넘치는데 환율 왜 오를까

음영태 기자

최근 국내 외환시장에서는 달러를 빌리기는 매우 쉬우나 사고팔 때는 가격(환율)이 치솟는 이례적인 불일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외화를 빌려주는 스왑시장에서는 달러가 넘쳐나 금리가 낮게 형성되는 반면, 현물환시장에서는 강한 매수세가 이어지며 원/달러 환율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19일 한국은행의 블로그에 '외화자금시장에 달러는 많은데 환율은 왜 오르는 것일까?'라는 게시글에서 이 같은 현상을 분석했다.

▲ 외화자금시장의 달러 ‘풍족’…스왑레이트 역대 최저 수준

현재 외화자금시장에서는 달러를 조달하는 스왑레이트(차입금리 수준)가 역대 최저 수준까지 하락했다.

이는 시장에서 달러를 빌려주려는 공급이 많다는 뜻이다.

스왑시장 기준으로 국내 원화금리가 2.4%, 미국 달러금리가 3.6%일 때, 기본 금리차는 1.2%인데 여기에 통상 붙는 프리미엄(약 0.34%)까지 더해도 총 스왑레이트는 1.54%에 불과하다.

이는 ▷수출기업의 달러 환전 축소 및 외화예금 확대 ▷경상수지 흑자 지속 ▷외국인 채권 투자 유입 확대 ▷정부·한은의 외환건전성 제도 조정으로 외화 유입 촉진 등에 기인한다.

결과적으로 시장에는 달러가 충분히 공급되고 있으며, 외화 차입 여건은 위기와는 정반대 상황이다.

한국은행
[한국은행 제공]

▲ 달러 넘치는데 환율 왜 오르나…시장 간 '디커플링' 심화

외화자금시장에서 달러 공급이 풍부해진 가장 큰 이유는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와 기업들의 외화예금 축적이다.

특히 작년 11~12월 중소기업들은 환율 상승에 대비해 달러를 선제적으로 확보하며 외화예금을 늘렸다.

여기에 정부의 외환건전성 제도 탄력 조정과 외국인 채권자금 유입이 더해지며 스왑시장의 달러 유동성은 역대급 풍요를 누리고 있다.

반면 현물환시장에서는 거주자의 해외 주식투자가 폭증하고, 외국인의 주식 매도 자금이 달러로 환전되어 유출되면서 달러 매입 수요가 공급을 압도하고 있다.

▲ 환율만 오르고, 위기는 아니다

일각에서 현재의 높은 환율을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와 비교하며 위기설을 제기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진정한 외환위기는 달러 차입이 어려워질 때 발생하며, 이때는 달러 차입 비용(가산금리)과 환율이 동시에 급등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외화채권(KP) 가산금리와 CDS 프리미엄은 역사적으로 매우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시장이 한국의 대외지급능력을 여전히 높게 평가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한국은행
[한국은행 제공]

▲ 정책 당국의 대응과 수급 불균형 완화 과제

환율 상승은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 악화보다는 글로벌 달러 강세와 국내 거주자의 강한 해외투자 수요 등 수급 요인이 크다.

한국은행과 정부는 금리 인상을 통한 무리한 환율 억제 대신, 달러화 지수와 연동된 유연한 대응을 선택했다.

과도한 금리 인상이 부동산 PF 시장 등 국내 금융 불안을 촉발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전략적 판단이다.

실제로 작년 말 발표된 수급 안정화 조치는 미 달러화와의 과도한 괴리를 축소시키는 효과를 거두었다.

환율
[연합뉴스 제공]

▲ ‘기대 심리’와의 싸움…환율 안정의 관건은 신뢰 회복

현물환시장의 수급 불균형은 단순한 거래량 문제가 아니라, 심리적 요인과 기대 형성이 뿌리에 있다.

달러를 더 오를 것으로 보는 기대가 강화되면 외환 수급은 더욱 불균형해지고, 이는 실제 환율 상승을 초래하는 자기실현적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 2026년 전망, '기대 심리' 안정이 관건

올해 들어서도 해외 투자 기대 수익률 차이로 인한 자본 유출이 이어지며 환율 상승 압력이 잔존하고 있다.

그러나 주요 해외 투자은행들은 한국의 경제 기반을 신뢰하며 향후 환율 하락을 전망하고 있다.

4월로 예정된 세계정부채권지수(WGBI) 편입과 국민연금의 환헤지 전략 조정 등은 실질적인 달러 수급 개선을 이끌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요약 및 정리

현재 원/달러 환율은 국제 금융시장 요인(DXY, 엔화 약세)과 국내 요인(거주자 해외투자, 비관심리)이 복합 작용하는 가운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외화자금 풍요를 현물 시장으로 연결하려면 거주자 해외투자 속도 조절과 원화 강세 기대 심리 전환이 필수다.

윤경수 한은 국제국장은 "근거 없는 비관론 확산을 경계하고 수급 여건 개선을 통해 시장의 일방향적인 약세 기대를 해소하는 것이 시급하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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