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신라 김씨, 자신의 뿌리는 ‘흉노 김일제’

김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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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김씨 사람들이 자신들의 뿌리를 흉노에서 찾고자 했음을 보여주는 9세기 재당(在唐) 신라인의 묘지명이 뒤늦게 보고됐다.

신라사 전공의 부산외대 권덕영 교수는 22일 "최근 한국고대사와 관련된 당나라 금석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함통(咸通) 5년(864) 5월 29일 향년 32세로 사망한 재당 신라인의 묘지명 '대당고김씨부인묘명(大唐故金氏夫人墓銘)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현재 시안시 비림박물관에 소장 중인 이 묘지명은 덮개돌과 함께 발견됐다. 가로 43.5cm x 세로 44cm 크기인 덮개돌에는 전서체로 3행에 걸쳐 '대당고김씨부인묘명'(大唐故金氏夫人墓銘)이란 글자가 새겨져 있다.

또 가로 46.5cm x 세로 45.5cm 크기의 정방형에 가까운 몸돌에는 김씨의 유래와 김씨 부인의 선조, 부인의 품행과 생활상, 죽음과 후사 문제 등이 23행에 걸쳐 총 593 글자로 기록됐다.

묘지명에 따르면 김씨 부인은 증조가 김원득(金原得), 조부가 김충의(金忠義), 아버지가 김공량(金公亮)이며 이구(李구 < 謬에서 言 대신 王 > )라는 사람의 후처로 들어가 살다 생을 마감했다.

권 교수는 이 묘지명에서 김씨의 유래를 흉노에서 찾는 점이 매우 흥미롭다고 밝혔다.

묘지명에는 "태상천자(太上天子)께서 나라를 태평하게 하시고 집안을 열어 드러냈으니, 이름하여 소호씨금천(少昊氏金天)이라 하니 이분이 곧 우리 집안이 성씨를 받게 된 세조(世祖)시다"라며, 그에서 비롯된 "먼 조상 김일제(金日제 < 石 單 > )가 흉노의 조정에 몸담고 있다가 서한에 투항하시어 (중략) 투정후라는 제후에 봉해졌다"라고 기록돼 있다.

이어 묘지명은 김일제의 후손이 7대 째 한나라가 쇠망함을 보이자 "곡식을 싸들고 나라를 떠나 난을 피해 멀리까지 이르렀다. 그러므로 우리 집안은 멀리 떨어진 요동(遼東)에 숨어 살게 되었다" 밝혔다.

권 교수는 "신라 김씨가 흉노 출신인 김일제에게서 뿌리를 찾은 흔적은 신라 문무왕릉 비편에 보이기는 하지만, 워낙 심하게 훼손돼 전후 맥락을 전혀 파악할 수가 없었다"면서 "하지만 이번 김씨 부인 묘지명에는 그보다 더 멀게는 소호씨금천에서 성씨 근원을 구하고, 서한 말기에 요동으로 피난갔다는 언급까지 보인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자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권 교수는 "이런 (신라 김씨의) 뿌리 의식은 관념상일 뿐, 실제 김일제에게서 비롯됐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분명하게 말했다.

또 그는 "이 묘지명은 신라 김씨가 당으로 이주한 후에도 오래도록 자신들의 시조 의식을 그대로 유지하던 재당 신라인의 사고체계를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라 할 수 있다" 말했다.

한편, 권 교수는 이 같은 연구성과를 내달 9일 대전 한밭대 인문과학대학에서 열리는 한국고대사학회 제108회 정기발표회에서 '신발견 대당고김씨부인 묘지명과 관련된 몇 가지 문제'라는 제목으로 발표할 계획이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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