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공정거래위원회는 휴대폰분야에서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미국 퀄컴 인코포레이티드(이하 퀄컴)에게 국내 휴대폰업체에 칩을 공급하는 가운데 행한 시장지배적지위남용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약 2,6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 액수 사상 최대 금액으로 이로 인한 관련 업계뿐만 아니라 현재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유럽연합(EU)과 일본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공정위에 따르면 그동안 퀄컴은 국내 CDMA 모뎀칩 시장의 99.4%를 차지하고 있는 확고한 독점적 사업자로서 경쟁사업자를 배제하고 독점력을 유지·강화하기 위해 휴대폰 제조사에게 경쟁사의 모뎀칩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자사 모뎀칩 구매 시 적용하는 로열티 보다 0.75% 많은 5.75%의 로열티를 부과하는 식으로 높은 로열티를 부과했다고 한다. 또 퀄컴은 모뎀칩 수요의 85% 이상을 자사에게서 구매할 경우 구매액의 3% 지급하는 등의 방식으로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국내 휴대폰 제조사에게 CDMA 모뎀칩 및 RF칩 수요량의 대부분을 자신으로부터 구매하는 조건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했다고 한다.
2000년부터는 퀄컴은 한국 휴대폰 제조업체들이 자사의 CDMA 모뎀칩이나 RF칩을 일정 비율 이상 구매하는 조건으로 분기마다 420만~820만 달러씩 리베이트를 줬다. 지난 10여 년 동안 퀄컴은 국내시장의 98%를 점유하면서 지난해 국내에서만 약 5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전 세계에서 퀄컴이 올린 매출의 3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또한 퀄컴이 1995년 이후 국내 휴대폰 제조업체들로부터 얻은 순수 로열티 수입으로만 4조 원가량을 벌어들였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가장 큰 문제는 이렇게 퀄컴이 앉아서 국내 업체로부터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도 국내업체들은 원천기술이 없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한국 휴대폰 수출액은 357억 달러로 총수출의 8.5%를 차지하며 선박구조물에 이어 두 번째의 수출효자 종목에 올라섰지만 원천기술을 가진 퀄컴으로부터 핵심부품을 수입하면서 막대한 로열티 지불로 아까운 국부를 유출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가운데 퀄컴에 대한 이번 제재는 시장지배적지위남용행위에 대한 정부의 단호한 의지를 보여주는 조치였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정부는 이번 퀄컴의 과징금 부과를 계기로 국내 기업의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 투자 확대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또한 기업들도 대학 등 관련 학계와 연계해 공동 투자와 개발로 원천기술을 확보해 더욱 치열해지는 세계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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