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재경칼럼]학교 경제교육이 유명무실해 질 수 있다

김경모 경상대학교 일반사회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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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년 이후 우리 사회에서는 가히 열풍이라고 불릴 정도로 경제교육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각종 신문과 방송에서 경제교육 관련 지면과 프로그램이 증편되었음은 물론 한국개발원과 한국은행 등을 중심으로 교사와 학생 그리고 일반 시민을 위한 경제교육 연수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요즈음 서점에 들러 본 사람이라면 경제교육 관련 도서를 위한 독립된 코너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와 같은 경제교육에 대한 다양한 경로의 공급 증가는 우리 사회 전반의 경제교육과 관련한 수요 증가를 반영하고 있다고 보인다. 올해 초 국회에서는 경제교육에 대한 우리 사회의 수요를 보다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경제교육 지원법’이 제정되었고, 정부는 경제계 및 다양한 시민단체로 이루어진 ‘(사)한국경제교육협회’를 주 실행기관으로 선정한 바 있다.


 기존의 어떤 과목을 학교에서 어떤 형태와 비중으로 가르칠 지와 관련된 새로운 논의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이 과목에 대한 사회적 수요의 변화이다. 오늘날  그 역할이 증가되고 되고 있는 경제를 다루는 과목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그런데 지난 9월 29일에 있었던 2009 개정 교육과정 공청회에서 제시된 안을 보면 우려스러운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이번 개정 교육과정 안 논의의 절차적인 문제이다. 현재 적용 중인 제 7차 교육과정과 현재 논의 중인 2009 개정 교육과정 사이에는 아직 현장에 적용해 보지도 못한 두 종류의 개정 교육과정이 있다. 그 하나가 2007년 개정 교육과정이고, 다른 하나는 이를 부분적으로 손질하여 2009년 초에 공표한 개정교육과정이다. 百年之大計인 교육은 교육과정에 의해 결정되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 2-3년 사이에 개정 교육과정을 3개나 갖게 되었으니, 개정의 취지나 그 의도에도 불구하고 교육과정에  대한 사회적 공신력이 상당히 낮아졌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문제는 절차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질적으로 큰 문제는 2009년 개정 교육과정 안이 자칫하면 경제교육에 대한 사회적 수요의 증가와 경제교육법 지원을 통한 정부의 의지와는 상반되는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제까지 학교에서의 경제교육은 고등학교 1학년까지는 ‘사회’ 과목에서, 고등학교의 2-3학년에서는 ‘경제’과목을 통해 이루어져 왔다. 그런데 이번의 개정안에서는 고등학교 1학년 부분에서 다루어졌던 ‘경제’가 없어지고, 더구나 기존에 그나마 독립적인 형태로 존재했던 ‘경제’마저 고등학교 선택과목의 축소 방침에 따라 다른 과목, 예컨대 ‘정치?경제’란  과목의 부분으로 존치하게 될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경제’과목의 개정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안이 확정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개정 안 대로라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초등학교 수준에서 ‘유통’이나 ‘생산’ 그리고 ‘경제성장’과 같은 매우 단절적인 주제를 통해 경제를 맛만 보고, 어느 정도 사회현상에 대한 관심이 생겨나는 중학교에서 조차 3학년에 이르러 간단한 수요-공급의 원리 등만을 배우게 된다. 그러나 이 또한 경제단원들이 교과서의 마지막 부분에 배치되어 중학교의 학사일정을 고려했을 경우 얼마나 충실하게 다루질 지에 대해서도 의문이다.


 더 큰 문제는 고등학교이다. 고등학교 과정 전체를 선택 과목으로 구성하는 과정에서, 현행 고등학교 1학년 ‘사회’에서 배울 수 있었던 거시적 수준의 내용들을 배울 수 없게 된다. 더욱이 선택과목 수의 획일적인 안배가 매우 경직되게 적용될 경우, ‘경제’는 다른 과목과 합쳐진 교과서를 통해 배울 가능성이 많다. 나아가 전체 8개로 축소되는 선택과목 중 학생 개인은 3개를 선택하고, 수학능력시험에서는 이 중 2개만을 응시하도록 하는 안이 확정된다면, 그렇지 않아도 낮은 현재의 수능과목 별 선택 비율을 고려하였을 경우, ‘경제’ 과목은 그 존재가 유명무실하게 될 상황도 충분히 예견된다. 요컨대 대부분의 학생들은 자의든 타의든 고등학교를 졸업하기까지 체계적인 경제교육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낮아진다.     


 미국과 EU에서는 이미 경제교육 및 금융교육 관련 지원법을 제정하여 경제교육 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제고하고 있다. 이웃인 일본과 중국도 예외가 아니다. 공식적으로 사회주의 체제를 고수하고 있는 중국마저도 개혁?개방 정책 이후 교육과정과 교과서의 개편을 통해 시장경제의 작동원리를 이해하고 이를 기업가 혹은 창업의 관점에서 강조하고 있다. 이들 나라들의 사례는 더 이상 경제교육이 기존의 교육과정 체제에서 소극적으로 취급될 수 없는 성격임을 방증한다고 판단된다.


 이번의 개정 교육과정 안은 궁극적으로 학생들의 세계시민적 역량을 제고하는데 있다고 생각된다. 이런 점에서 경제적 소양(Economic Literacy)을 갖춘 인력 양성은 산업화 시대에서의 문맹 퇴치 운동보다 더 중요하다고 하겠다. 절차적인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이번 개정안이 세계와 맞물린 우리 사회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미래에 예견되는 인간형을 양성하는데 초점을 두고자 한다면 기존 교과들의 과목 이기주의를 용인하거나 타협하는 수준을 넘어 새 틀을 짜겠다는 결심을 할 필요가 있다. 이런 결심이 설 경우, 경제 과목은 최소한 고등학교 수준에서는 독립과목으로 편성해야 하고,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장기적으로는 필수 과목으로 지정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김경모 경상대학교  일반사회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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