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고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 그의 삶과 죽음

'형제의 난'으로 두산가에서 제명 .. 죽음 통해 "아들 받아달라"부탁

김아현 기자

박용오(72) 전 두산그룹 회장이 지난 11월 4일로 생을 마감했다.

박 전 회장은 1937년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 회장의 차남으로 서울에서 태어나 경기고와 미국 뉴욕대를 졸업했다. 1965년 28세의 젊은 나이로 두산산업에 입사하여 입사 12년만인 1977년 두산산업 대표이사 사장 자리에 올랐고, 1996년 두산가 장남 박용곤 명예회장에 이어 두산 그룹 회장직에 올랐다. 고 박승직 창업주에서부터 박두명-박용곤 회장으로 이어진 장자 승계 체제에서 형제경영 체제로의 전환하는 효시역할을 한 것이다.

그는 두산의 체질을 전반적으로 바꾸어놓은 경영자로써, 음료.주류가 주력사업이었던 두산의 구조를 IMF를 전후해 과감한 구조조정과 M&A를 통해 중공업 그룹으로 변화시켰다. 23개 계열사를 과감히 4개사로 구조조정하고 2001년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2003년 고려산업개발(현 두산건설), 2005년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 등을 인수했다.

그는 여기서 더 나아가 활발한 대외활동을 통해 그룹의 대외위상을 한단계 올려놓았다는 평가도 받았다. 1998년부터 2005년까지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를 역임하며 프로야구 발전에 적극 기여했고, 한.이집트경제협력위원장과 한.스페인경제협력위원장,국제상공회의소 국내위원회 부회장 등을 지내며 활발한 국제활동도 벌였다.

그러나 두산 일가는 2005년 7월 가족회의를 통해 그룹 총수권을 차남 박용오 전 회장에서 3남 박용성 전 회장으로 교체시켰다. 당시 고 박용오 회장은 총수직을 내놓는 조건으로 두산산업개발(두산건설) 계열분리를 요구했으나 묵살당한 후 분을 참지 못하고 박용성 회장과 두산가 5남인 박용만 당시 두산인프라코어 부회장의 비리를 검찰에 제보하기에 이르렀다. 박용성-용만 형제가 20년 동안 총 170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를 사조직 관리와 노조 탄압에 사용했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검찰에 제출했던 것.

이에 맞서 용성-용만 형제 역시 박용오 전 회장의 비리 내역을 폭로하면서 박용오-박용성-박용만 3형제가 모두 검찰수사를 받고 유죄판결을 받는 최악의 결과가 나왔다. 이른바 '형제의 난'이다.

이 사건으로 2006년 7월 박용오-용성 전 회장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80억원씩을 선고받았다. 또 5남 박용만 회장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40억원을 선고받았다. 이로 인해 박용오 전 회장은 두산가에서 제명되게 된다.

그러나 고 박용오 회장은 자신이 두산그룹을 중공업과 건설업계 강자로 만들었다는 자부심이 대단해 지난해 2월 보란듯이 중견 건설업체 성지건설을 인수하며 경영일선에 돌아왔다.

두산건설의 상무까지 지낸 아들 박경원 부회장을 성지건설 대표이사에 앉히며 자신의 전문분야인 건설업에서 재기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던 것이다.

그러나 성지건설은 고 박회장의 인수 이후 경기 침체 여파를 이기지 못하고 하락세에 접어들어 부채가 늘고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거기다 차남 박중원씨가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기소되어 유죄판결까지 받게 됐다.

이러한 상황은 고 박 회장을 자살에까지 이르게 할 정도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유발했던 것으로 보인다.

'형제의 난'으로 이름지어진 '가족불화'에서 시작된 그의 불행. 그러나, 그는 죽음으로 두산가의 형제들을 한자리에 불러모아 화해의 분위기를 조성시키고 있는 듯하다. 고 박용오 회장의 영정 앞에서 두산가 형제들은 상주인 박경원 부회장을 진심으로 위로하며 다독이고 있었다.

2005년 제명 이후 두산가와 담을 쌓고 살았던 그였지만, 지난해 6월에는 자신 명의의 빌라 지분을 맏형 박용곤 명예회장에게 증여하기도 했다.

한편, 그는 A4용지 7장 분량의 유서를 남기고 떠났는데, 경향신문이 10일 두산가에 정통한 한 재계 인사의 말을 인용하며 보도한 바에 따르면 "자신과 함께 두산가에서 배제됐던 두 아들인 성지건설 박경원 부회장과 박중원 전 부사장을 다시 두산가의 사람으로 받아들여달라"는 뜻을 내비쳤다고 한다.

그는 특히 복역 중인 차남 중원씨에 대해 많은 분량을 할애했고 "회사 부채가 너무 많아 경영이 어렵다. 채권 채무 관계를 잘 정리해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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