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김영선의 22세기 건강상식]새 삶들을 위한 아름다운 기부 ‘장기기증’

서울 속편한내과 김영선 원장

새해가 되면 신문엔 여지없이 지난해를 정리하는 여러 기사와 통계 수치들이 실린다.

그 중 가슴을 훈훈하게 만드는 한 통계가 눈길을 끌었는데 그것은 장기 기증에 관한 것이었다.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KONOS)에 따르면 2009년 한해 우리나라의 장기기증 등록자 수는 17만 8천 여명으로 2008년 7만 4841명에 비해 2.4배 증가하여 역대 최고를 기록하였다고 한다. 지난해 장기기증 등록자가 고무적으로 증가 한데는 김수환 추기경님이 선종하시면서 각막기증을 한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장기 이식에 대한 역사적 기록을 살펴보면, 3세기 성(聖) 고스마와 다미아노 (Saint Cosmas & Damianus)는 죽은 사람의 다리를 잘라 썩어가는 사람의 다리와 바꾸는 이식 수술을 하였다고 한다. 진실 여부를 떠나 이러한 기록을 볼 때 장기 이식에 대한 인류의 생각과 시도는 꽤 오래 전부터 있어 왔음 엔 분명한 것 같다. 기록상 실제로 동종간 이식이 성공한 첫 예는 1818년 영국의 산부인과 의사 제임스 브룬델에 의한 산모에 대한 수혈이다.

그러나 수혈이 아닌 실제 장기이식에 대한 첫 성공 예는 1905년 시행된 각막이식이었다. 이후 1908년 사체의 무릎 관절 이식이 성공하였고 1954년 일란성 쌍둥이에서 신장이식이 성공하였다. 혈액학과 면역학의 진보와 다양한 수술법 및 면역억제제의 개발로 장기이식은 현재까지 비약적으로 발전해 왔다.

우리 몸에서 이식이 가능한 장기나 조직은 각막, 심장, 폐, 간, 소장, 신장, 췌장, 뼈, 골수, 연골, 심장 판막, 피부 등으로 매우 많다. 장기 이식을 통해 우리는 다른 치료로 완치될 수 없는 만성 신부전증, 심부전증, 만성 폐질환, 간 기능 부전, 간암, 각막 질환에 의한 실명, 소장이 짧아 영양분을 흡수 못하는 단장 증후군이나 백혈병에 걸려 고통 받는 많은 환자들을 완치시킬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장기 이식은 질병의 치료라는 의미를 넘어 이식이 필요한 환자들과 가족들에게 새 삶을 줄 수 있는 유일한 치료법이라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효과적인 장기 이식이 좀더 보편화 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장기를 이식 받기 위해선 장기 기증이 많아야 하는데 장기 이식을 바라는 사람들에 비해 장기 기증을 하는 사람들이 아직 매우 적기 때문이다.

연도별 장기이식 대기자 현황을 보면 2003년 9619명에서 2004년 1만684명, 2005년 1만2127명, 2006년 1만3741명, 2007년 1만5897명, 2008년 1만 7412명, 2009년 10월까지 1만 6569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렇듯 장기이식 대기자가 늘어나면서 장기이식 대기 중 사망하는 환자 수도 2003년 703명에서 2004년 783명, 2005년 770명, 2006년 840명, 2007년 989명으로 증가하고 있다.

의과대학 본과 3학년이던 1993년 3월, 가장 좋아했던 선배 형이 불의의 사고로 뇌사 상태가 되었다. 가족들은 상의 후 장기 기증을 하기로 했고 나는 장기 기증을 위해 수술실로 들어가는 선배 형의 모습과 장기 기증을 한 후 홀가분한(?) 몸으로 하얀 천에 덮여 진 체 침대에 실려 나오는 선배 형을 지켜 보아야만 했다. 그 당시는 마음 한구석이 뻥 뚫어진 느낌이 들고 너무 가슴이 아파서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17년이 지난 지금, 선배 형의 각막, 심장, 신장 등이 여러 사람의 새로운 삶 속에서 열심히 세상을 보며 활기차게 뛰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니 그 동안 뻥 뚫려 있었던 마음 한 구석이 따듯하게 채워지는 것 같다.

무의미하게 땅에 묻힐 장기가 다른 사람의 몸에 되살아나 앞을 못 보던 사람이 세상과 가족을 보게 되고, 숨이 차서 한 발자국도 걷지도 못하던 사람이 아이들과 즐겁게 뛸 수 있게 되고, 투석으로 아무 일도 못하던 사람이 자신감을 찾고 건강한 몸으로 일터로 복귀하게 되고, 간성 혼수와 복수로 오늘 내일 하던 사람이 건강과 웃음을 되찾는다는 상상을 해보자.

생각만 해도 행복해 지는 이러한 상상을 장기 기증을 통해 우리 모두가 현실로 만들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장기 기증은 우리 삶의 마지막에 우리를 더욱 가치 있게 만들면서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새 삶과 희망을 줄 수 있는 고귀하면서도 아름다운 기부이다. (*저와 제 처도 2009년 장기기증 등록을 하였습니다.)

김영선 원장(서울 속편한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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