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 '쌍벌제' 시행 의료계 일촉즉발
국회는 지난 달 28일 본회의를 열어 의료법·약사법·의료기기법 등의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10월부터 시행된다.
쌍벌제란 의약품·의료기기 처방이나 납품의 대가로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한 제약사와 받는 쪽인 의·약사, 병원도 처벌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는 약값 상승과 건강보험 재정 악화 등 부작용을 낳았으나 쉽게 근절되지 않았다.
개정안은 판매촉진을 목적으로 한 금전, 물품, 편익, 노무, 향응 등을 리베이트로 규정하고 이를 수수한 의료인은 2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과징금 없이 1년 이내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리베이트로 받은 금품은 전액 추징된다.
그러나 견본품 제공, 학술대회 지원, 임상시험 지원, 제품설명회, 대금결제조건에 따른 비용할인(백마진) 등의 경우는 리베이트의 범주에서 제외됐다.
◇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의료계 반발
의료계는 쌍벌제 법안이 통과되자 즉각 대정부 투쟁 긴급 담화문을 발표하고 "의료인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의료인을 잠재적으로 범죄자로 취급했다"며 강력 반발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쌍벌제 법안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의약분업 폐지 운동을 전개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 퇴진 운동, 복지부와 대화 단절, 집단 파업도 불사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의사협회가 의약분업 폐지를 거론하고 나선 것은 리베이트 거래의 근본 원인이 의약분업에서 시작됐다는 판단 때문이다. 의약분업으로 리베이트 거래가 횡행했고 이 같은 거래가 정착되면서 건강보험의 건전성이 크게 악화돼 정부가 리베이트 관행 근절에 나섰다는 것이다.
의료계는 이번 법안이 상위권 제약사와 도매상의 주도로 이뤄진 것으로 보고 국내 제약사 제품 불매운동을 벌이는 한편 제네릭약(국내 제약사의 복제약) 대신 오리지널약(외국계 제약사의 신약) 처방을 늘릴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동안 쌍벌제 시행을 주장해 온 제약협회는 의료계의 오리지널 처방을 확대한다는 엄포에 눈치만 살피며 침묵하고 있다.
의협은 다음 달 쌍벌제 국회 본회의 통과 규탄 집회도 계획하고 있다. 집회 여부와 날짜, 장소, 규모 등에 대해서는 시도의사회장회의 등을 통해 금명간 확정할 예정이다.
좌훈정 의협 대변인은 "리베이트를 비롯한 근본적인 문제들이 잘못된 의약분업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쌍벌제 법안 통과에 대한 강력한 대응은 그동안 쌓였던 분노가 폭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 1년간 전재희 복지부 장관은 정책을 추진하면서 의사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면서 "제대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강도 높은 행동을 취하거나 근본적인 문제들부터 짚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 복지부, 저가구매인센티브제 작업 속도
리베이트 쌍벌죄 도입이 명시화됨에 따라 제약업계가 반대해 온 저가구매 인센티브제(시장형실거래가상환제) 10월 시행이 구체화되고 있다.
시장형 실거래가제도란 병원이나 약국이 의약품을 저렴하게 구매하면 그 혜택을 병원과 약국, 환자가 공유할 수 있게 한 제도이다. 의약품 상한가와 실제 구매가의 차액만큼 70%는 병의원과 약국이 30%는 환자가 되돌려 받는다.
가령 상한금액이 1000원인 약을 900원에 샀을 때 건강보험에서 700원을 지급하고, 환자는 실제 구입가격인 900원의 30%인 270원을 낸다. 의료기관이 차액 100원 중 70원을 얻고 환자는 30원을 덜 내는 것이다.
복지부는 저가구매 인센티브제 도입을 위해 하위법령 개정 작업을 추진 중이다.
복지부는 3월22일부터 지난달 말까지 저가구매 인센티브제 도입을 골자로 한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 대한 대한의사협회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의 의견도 접수한 상태다. 이후 관련의견을 검토한 뒤 규제심사와 법제처 심사를 거쳐 10월부터 제도 시행을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복지부는 최근 '요양급여비용 청구방법, 심사청구서 명세서서식 및 작성요령‘과 '요양급여비용 심사지급 업무 처리기준' 등 관련 고시 개정안 2건을 행정 예고했다.
복지부는 새 제도가 시행되면 불공정한 리베이트 관행을 일부 근절하고 소비자의 약값 인하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3월에 입법예고한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에 대한 의견 제출이 마무리 됐다"면서 "10월 제도 시행을 앞두고 하위법령 개정 작업 등 후속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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