갖가지 비위와 사고로 국민적 신뢰가 추락한 경찰 조직이 일선 지휘관의 항명으로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최근 양천서 고문의혹 사건을 비롯해 영등포서 여자 초등생 납치·성폭행 사건, 관악서 소속 경찰관이 술에 취한 채 여대생을 성추행했다가 징계 절차를 밟는 등 악재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일선 지휘관의 항명으로 경찰 조직이 크게 술렁이고 있다. '경찰의 꽃'인 경찰서장이 내부 시스템을 문제 삼아 경찰 조직의 2인자인 서울경찰청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했다는 점에서 파장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경찰 내부의 항명 사건은 황운하 총경이 2007년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이 불거졌을 때가 대표적 사례이다. 당시 이택순 경찰청장이 한화 측 인사와 골프를 하고 전화통화를 하는 등 처신을 잘못했다는 판단 아래 이 청장의 퇴진을 요구한 것이다.
당시 경찰은 황 총경을 파면이나 해임, 정직 등 중징계할 방침이었지만 “비판의 목소리를 짓누르려 한다”는 거센 내부 반발 등에 부딪혀 감봉 3개월로 징계 수위를 낮췄고, 사건은 곧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러나 여론은 이러한 경찰의 태도에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이번 항명 파동은 한직으로 분류되는 경찰종합학교 총무과장이었던 황 총경 때와 달리 ‘경찰의 꽃’인 경찰서장이 내부 시스템을 문제 삼아 직속상관에게 퇴진을 압박했다는 점에서 파장이 더욱 클 전망이다.
채수창 서울 강북경찰서장은 최근 서울경찰청 지휘부가 성과주의를 조장한다며 조현오 서울청장의 동반 사퇴를 요구했다. 채 서장은 "(서울청에서) 질책 받고 (직원들에게) 도둑 잡는데 매진하라고 독촉했다"며 "점수 미달이나 업무를 덜 챙겨서 혼난다, 사생활 조사나 뒷조사한다, 엄청난 심리적 압박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조현오식 성과주의로 인해 일선 경찰관들이 범인 검거에만 치중하도록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그 바탕에는 승진이나 보직 인사의 기준의 실적이라는 점도 강하게 비판했다.
과도한 실적주의의 폐해는 경찰 안팎에서 지작부터 지적돼온 일이다. 범죄별로 검거점수 다위를 정해놓고 이를 인사에 반영하겠다며 옥죄다 보면 일선 경찰 스스로 순찰 등 범죄 예방 활동이나 대민봉사 등 점수가 안 되는 일에는 소홀해지기 쉽다. 훈방조치를 해도 될 이들을 애꿎은 범죄자로 만들거나 양천서 고문 사건과 같은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는 것도 그 때문이라는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서울경찰청장은 “고문수사는 일개 서와 팀에 국한된 문제”라거나 “성과주의는 조직내 활력을 불어넣는 순기능이 상당하다”는 얘기만 하고 있으니 안일한 인식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항명의 배경도 문제지만 이번 파문은 철저한 상명하복의 계급 사회인 경찰 조직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이번 항명 파문 전에도 서울 경찰의 기강 해이 조짐은 여러 차례 있었다.
이번 상황을 경찰은 환골탈태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경찰대 출신과 비경찰대 간의 해묵은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함은 물론 지나친 성과주의에 내몰린 일선 경찰의 사기진작을 위한 방안도 필요하다.
또 공정한 인사가 이루어질 수 있는 시스템으로 경찰 조직의 뿌리를 더 굳건히 다져야 한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사실을 국민에게 보여주어야 경찰에 대한 불신이 진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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