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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 압록강 변은 짙은 안개로 숨이 가쁠 정도였다. 이슬비마저 흩뿌려서 일까. 중국 쪽 강변으로 즐비한 고층 건물들은 눅눅함을 더했다.
중국의 변경 도시인 단둥(丹東). 신의주와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맞닿아 있어 우리에게 익숙한 곳이다. 단둥은 몰라볼 만큼 변해 있었다. 중국 정부가 공들이는 ‘동북(東北) 진흥계획’에 발을 맞추 듯, 단둥은 훌쩍 키가 커졌다. 이 발전의 열기로 인해 숨이 가빴던 것인지, 단둥 개발 규모는 강 건너 칠흙같은 북한 쪽 땅을 더욱 왜소해 보이게 했다.
발전의 중심은 ‘단둥 린장(臨江) 산업구 개발계획’. 산업단지 97km2(약 2,935만 평)와 국제공항, 주거시설 등을 모두 합쳐서 1억 평 안팎의 규모다. 여의도의 30배가 넘는 초대형 산업 신도시가 한반도 국경 인근에 새로 들어서고 있는 셈이다.
우리가 중국의 이 같은 개발 계획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일차적으로 북한과의 연계성 때문이다. 중국의 대북 지원 사업은 이미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어 왔다. 단둥은 그 전초기지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우선, 6.25전쟁 당시 끊어졌던 옛 압록강 대교는 관광지가 되었다. 그 왼쪽에 복구된 압록강 대교는 하루에 수많은 트럭과 열차들이 운행하면서 물자 교류의 선봉장이 되어있다.
여기에 새로운 개발계획이 보태졌다. 우선, 단둥 랑터우 산업구와 북한 용천군을 연결하는 신 압록강 대교 건설 계획은 양쪽의 교류협력을 직선으로 잇는 가교 역할을 하게 된다. 북한 땅인 위화도도 중국 측과 공동 개발을 위한 협의가 진행 중이란 소식이다.
위화도는 임가공 단지와 물류시장, 호텔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인근의 비단섬과 황금평 역시 올해까지만 농사를 짓고 나서, 중국 측과 협의가 진전되는 정도에 따라 개발 속도가 판가름 나게 된다.
단둥 근처의 크고 작은 포구나 항구들도대북 협력사업을 활발히 이뤄내고 있다. 양 쪽에서 허가 받은 162척의 배들이 물물 교환 식으로 ‘교역’을 담당한다. 북쪽의 배들이 주로 수산물이나 버섯 등을 풀어 놓으면, 중국 측에선 식량과 생필품을 주고받는 식이다. 양측의 ‘교역 사업자’들은 서로 소득이 되는 듯 미소를 지어 보였다. 유무상통(有無相通)의 만족함인가.
◆ 국제 사회의 대북제재,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이 같은 ‘교역’이 두만강 유역으로부터 압록강 유역에 이르는 1,400여 km에서 이뤄지고 있다. 오랜 기간, 국제 사회가 실행해온 대북 경제 제재가 과연 실효성이 있는 것인지, 북·중 교류와 지원 사업은 의문의 꼬리표를 계속 던져주고 있다.
중국 정부가 힘써온 대북 교류·지원 사업은 우리의 관심을 넘어서고 있다는 관측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경계를 해야 할 수준에 이르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중국은 평면적인 협력을 지나서 전방위로 대북 영향과 지배력을 확장해오고 있는 양상이다. 중국은 북한에 식량 지원은 물론, 경공업 제품들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공급하고 있다. 그리고 함경북도 무산 광산을 비롯해 20여개에 달하는 유수한 탄광의 개발·채굴권을 확보해놓고 있다.
중국은 나진항의 사용권을 통해 동북 3성(요령성, 길림성, 흑룡강성)에서 생산된 물자를 동해 쪽으로 빼내는 출로도 마련했다. 중국 돈으로 함경북도 온정리에서 나진항에 이르는 도로 역시 닦아 완공됐다.
이 길로 중국 훈춘의 석탄 등 매년 150만 톤 이상 물류를 운반, 바다로 나가게 될 것이다. 중국이 북한에 대해 갖고 있는 정치 군사적 영향력은 다시 강조할 필요가 없을 정도이다. 북한이 중국에 전반적으로 의존도를 높여 갈수록, 중국의 ‘동북 4성(省)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점차 현실화 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할 만하다.
◆ 종합적으로 대북·대외전략 재점검을
이를 어찌할 것인가. 남북 관계는 나쁜 정도를 지나 긴장을 높여가고 있다. 남북 사이의 교류 협력은 끈이 끊어졌다. 이 틈을 메우기라도 하듯, 북중 관계는 더욱 끈끈해졌다.
유엔 안보리에서도 중국은 북한 편을 들어 천안함 폭침 사태의 논의를 가로 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북은 우화 속의 거북이처럼 잠자는 동안, 중국은 목표지점을 똑바로 뛰어가면서 한반도를 저울질하는 형국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해졌다. 무엇보다 현 상태로는 곤란하다.
안보는 더 잘 챙기면서, 종합적인 대북 정책과 대외 전략을 다시 점검해야겠다. 거기에 우리의 민주적 정통성과 국력, 국민 합의가 뒷받침되는 비전이 담겨야 함은 물론이다. 압록강의 밤은 이렇게 아쉬움을 남긴 채, 또 내일을 기약하고 있다. (논설위원,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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