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의 ‘문어발 확장’이 멈추지 않고 있다.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중소기업 사냥이 좀처럼 그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어제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등의 소속회사 변동’에 따르면 6월말 현재 대규모 기업집단의 소속회사 수는 1335개로 집계됐다. 1월의 1155개보다 180개 늘어난 것이다. 외양적인 모습에선 경기회복을 느낄 수 있는 반가운 지표일지 모르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대기업이 과연 이런 회사도 운영할까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기업의 주력업종과 다른 부문의 영향력을 늘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신사업 분야로 물 사업에 진출한 SK는 올해 두 업체를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생수시장에서 삼다수 등 유명 브랜드를 생산하는 몇몇 업체를 제외하곤 대부분 중소기업이라 SK의 사세확장은 상식 수준에서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영세한 중소기업의 존폐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어서다. 국내 전자업계의 쌍두마차인 LG전자는 헬스케어 사업에 진출하면서 일본 히타치와 제휴를 맺고 정수기 시장에 뛰어들었다.
국내 정수기 시장은 지난해 기준 약 1조4000억원 규모다. 웅진·청호·교원 등 3사가 시장의 75%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군소 중소업체들의 몫이다. LG전자는 석 달 만에 2000여대를 판매하며 기존 업체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다른 대기업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부동산개발업에 진출하는가 하면 투자금융사는 수상화물을 취급하는 회사를 거느리고 있는 KT는 자동차임대업을 하는 회사의 지분을 사들이고 있다. 그동안 중소기업의 고유업종으로 평가받던 분야다.
사정이 이러니 중소기업들의 토대가 무너졌다는 말이 실감난다. 이런 현상이 모두 상반기에 이루어진 것에 주목한다.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들은 막강한 현금력을 바탕으로 야금야금 중소기업을 사들인 것. 최근 기업들이 상반기 실적이 ‘사상 최대’라고 발표하는 이면에는 중소기업 고유업종의 잠식도 포함되어 있으리라. 여기에는 2007년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 폐지가 가장 큰 원인이다.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는 중소기업형 업종으로 적합한 사업영역의 경우 대기업의 시장진입을 금지한 제도로 1979년 도입됐다.
대기업으로부터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시행됐던 대표적인 제도다. 그러나 시장경제 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에 따라 2007년 순차적으로 지정 업종이 줄어들어 결국 256개 업종 모두가 해제됐다. 여기에 ‘비즈니스 프랜들리’ 정책도 한 몫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말로만 상생을 외치지 말고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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