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경제학자들은 경제전망을 내놓을 때 통일된 의견을 보이는 법이 없다. 심지어 한 사람이 상반된 의견 두 개를 동시에 내놓기도 한다. 특히 위대한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하나의 주장을 제시해놓고, ‘그러나 한편으로는’이라는 말로 다른 의견을 제시해 정책결정자들 사이에서 악명이 높았다. 이처럼 하나의 통일된 의견이 아니라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일반인들에게 전달하는데 머물다 보니, 일반인으로서는 “경제학자”라는 전문가가 말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기도 힘들고, 신뢰하기도 어려운 일이다.
“하이퍼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에 대한 전망도 하나의 좋은 사레이다. 어떤 이는 달러 등 과잉 유동성 때문에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보기도 하고 다른 이는 자산가격 하락에 따라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주가 전망을 하는 애널리스트도 경제학자의 행태와 크게 다르지 않다. 동일한 뉴스, 동일한 기업실적을 보면서도 애널리스트마다 독자적인 틀에 따라 해석하고 각각의 논리를 따라 서로 다른 결론에 도달한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가끔은 모든 애널리스트가 비슷한 결론을 내놓기도 하는데, 그런 경우일수록 결론이 틀린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다.
이러한 난점들에도 불구하고 애널리스트는 끊임없이 주식시장을 설명하고 예측하기 위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논리를 개발한다. 물론 시장을 선도하며 미래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면 최고의 애널리스트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효율적 시장가설’에 따르면 그런 일은 일어나기 어렵다. 이 이론에 따르면 과거, 현재, 미래의 정보는 그것이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순간 현재 주가에 즉각적으로 반영된다. 이러한 가설에서 출발한다면 애널리스트는 아무리 노력해도 주가의 향방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재미난 점은 애널리스트가 노력하면 노력할수록 ‘애널리스트의 노력’이라는 변수가 시장의 움직임에 개입하게 되면서 주식시장을 보다 더 효율적으로 만들기 때문에 애널리스트의 주가전망은 오히려 더 틀릴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예컨대, 애널리스트가 A 기업에 대한 어떠한 정보에 근거해 이 기업의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을 발표하는 순간, 그 정보에 해당되는 만큼 정확히 주가에 반영된다는 논리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이 기업의 주가가 오를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말하는 순간 그 예측이 곧바로 현실이 되어버려 예측으로서의 의미를 상실하기 때문이다. 역설적인 의미에서 ‘자기충족적 예언’이 되는 셈이다.
어쩌면 애널리스트들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시지프스와 같은 운명에 있는지도 모른다. 시지프스는 큰 돌을 가파른 언덕 위에 올려야 하는 형벌을 받았다. 더 가혹한 것은 언덕 위에 올라가는 순간 돌은 다시 떨어져 버린다는 것. 시지프스는 이 작업을 끝없이 반복해야만 한다. 애널리스트들도 결코 적중할 수 없는 예측들을 쏟아내야 하는 힘든 길을 걸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글 김철중 애널리스트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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