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전문가 칼럼] MAC 주소 수집 논란을 통해 본 소통과 오해

말콤 글래드웰이 쓴 ‘블링크’ 라는 책에서는 의료사고로 인해 의사가 고소당할 가능성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보통은 의료진의 잘못이 크고, 환자가 입은 피해가 클 경우 소송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다른 측면에서 소송 가능성을 분석한 연구가 나온다.

“의사가 의료사고로 고소당할 가능성은 얼마나 많은 과실을 범하는가와 거의 관계가 없다. 의료사고 소송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기술은 뛰어난데 소송에 시달리는 의사가 있는가 하면, 실수를 많이 해도 전혀 소송을 당하지 않는 의사도 있다. 동시에 의사의 부주의로 상해를 입은 사람들 중 압도적 다수가 의료사고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환자가 소를 제기하는 경우는 조악한 진료에 상해를 입었을 때가 아니라 거기에 더해 뭔가 다른 일이 일어났을 때다.”

여기서 말하는 “뭔가 다른 일”은 “그들이 개인적으로 의사에게서 받은 대접이다.”라고 설명한다. 도대체 어떠한 대접을 받았을 때 자신을 치료해주기 위해 노력한 의사를 상대로 소송을 하는 것일까. 이 책에서는 “의사가 환자를 온전한 인격체로 대하지 않았을 때”라고 설명한다.
지난 달 한 포털 사이트에서는 개인정보 수집정책과 관련해서 한바탕 해프닝이 있었다.

메신저 피싱을 막고자 사용자의 ‘MAC 주소, 컴퓨터 이름’을 수집하겠다고 공지를 했었는데, 사용자들의 반발이 너무 커지자 이를 일주만에 철회한 것이었다.해당 포털사이트 가입자들이 크게 반발한 이유는 사용자 입장에서 과도한 정보수집이 원인이었다. 업체 측에서는 MAC 주소(MAC Address)와 컴퓨터 이름을 수집함으로써 메신저 피싱 등 컴퓨터 범죄에 대처하기 위해서라고 밝혔지만, 사용자들 입장에서는 그렇게 느낄 수 없었던 것 같다.

게다가, 그간 타 업체들이 고객개인정보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집단으로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건이 많았기 때문이기도하다.

상당수의 사용자는 논란의 중심인 MAC주소를 수집해도 컴퓨터 범죄를 막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얘기를 하고 있다. 그래서 이 MAC 주소를 업체에서 취득해서 마케팅 용도로 사용할 것이라고 의구심을 제기한 사용자도 많았다. 필자는 해당 업체와 같은 SW업종에서 일
하고 있으므로 그 업체에서의 고충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용자의 요구사항은 점점 많아지고 보안위협은 끊임없이 발생하기 때문에 제대로된 서비스를 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일부 사용자가 제기한 의혹은 업체의 도덕성에 맡길 수밖에 없는 부분이고,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한 부분이다.

또한, 고객의 개인정보를 다루는 업체에서도 보안을 철저히 해서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건이 절대로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필자는 이 해프닝은 전적으로 해당 업체의 편의적 발상 때문에 사용자의 큰 거부감을 일으켰다고 보지는 않는다. 계속되는 메신저 피싱 사고로부터 사용자의 피해를 막기 위한 업체의 노력이 고객 쪽으로 전달하는 방법에서도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앞서 책 내용을 보면 의료사고 발생시 고소당하는 의사들의 대부분은 ‘환자를 온전한 인격체로 대하지 않았기 때문’ 인 경우가 많았다. 고객에 서비스하는 모든 회사와 단체가 고객과 어떻게 소통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는 하나의 교훈으로 삼았으면 좋겠다.

이연조 안철수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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