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김경웅의 세상보기]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 북한 권력세습의 관전법

북한 - 그들만의 잔치가 끝났다. 무대는 제3차 노동당 대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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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44년 만에 모처럼 열린 당일치기 회의인지라, 북한의 다급한 속사정이 우선 엿보였다. 북한에서 당 대회 같은 행사는 ‘축제’분위기로 일관해오지 않았던가. 어쨌든 북한이 회의를 전후해서 토해낸 뉴스는 국내외의 관심을 모았다. 이번 대표자회는 ‘최고 지도기관 선출’을 타이틀로 내세워 일단 흥행은 거뒀다는 관측이다.

핵심은 ‘3대에 걸친 권력 세습과 그를 관철하기 위한 당·군부내 측근 인력 배치’. 국내외 언론을 ‘흥행몰이’로 내몬 양상은 대개 세 가지 방향이 아닐까 한다. 크게 보면, (1)현대사에 처음 있는 조부(김일성), 부자(김정일 · 김정은) 3대 자리 잇기와 62년의 권좌 유지 (2)김정은이 대장 진급 하루 만에 당중앙 군사위 부위원장 자리가 새로 만들어지면서 신속하게 2인자로 등극 (3)권력 승계를 위해 피붙이(김경희, 장성택)들이 전면에 나서고, 당·군부내 측근들의 방패막이 나서기 등으로 정리된다.

◆ 3대 권력 세습의 몰(沒)역사성

사실, 이런 결과는 그 동안 예상·추측기사를 통해 누구나 ‘짐작’수준으로나마 감은 잡았었다. 그러나 이처럼 시간에 쫓기는 듯한 권력 세습의 신속·과감함, 그리고 북한의 맹목적일 만큼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몰 (沒)역사성 등에 대해선 사려깊게 다루지 못한 느낌이다. 혹여, 우리가 북한 매체(조선중앙통신)에 휘둘려서 사실 전달이라는 이름으로 선전 효과를 거들어 준 셈은 아니었는지 살펴볼 일이다.
 이는 국내 언론들이 연일 엄청난 지면과 시간을 할애해서 보도한 사례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과열 취재와과잉 보도를 했다는 견해는 없었는지? 오히려 언론이 사실 확인에 무게를 두면서 차분한 심층 평가 분위기속에 짐짓 무관심한 듯한 자세를 취했으면 어땠을까.

뉴스 소비자와 역사의 관점으로 보면, 언론이 경쟁이나 흥분에 치우쳐서 뉴스만 양산했을 뿐 큰 흐름(Trend)을 소홀히 했다는 시각은 없었는지? 또 이번 사안을 놓고 “어찌 이럴 수 있는가”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려 어이가 없다”라는 상식선에서 본질적 접근을 할 수 있지 않았겠는지도 새겨 볼 일이다. 이런 양식 있는 이들의 분별력으로 다각적인 분석이 뒷받침될 때, 국내외 공론이 제대로 자리 잡는데 일조를 할 수 있을 터였다. 이는 북한의 지난 일도 그러했지만, 앞으로 전개될 상황 역시 불투명하다는 명확한 현실에서 더욱 그렇다. 북이 보여준 권력게임을 놓고서 실황 중계를 하다시피함은 차라리 해외 토픽란을 늘려 기사를 그리로 옮기는 것이 낳다는 지적은 그래서 일리가 있다.

◆ 평화 협력과 통일대비 외교역량 강화

 우리로선 보다 냉철한 현실 인식이 중요하고, 탄탄한 역사의식에 더 다가서야 하리라고 본다. 북한 사정에 대해 정밀하게 분석· 평가함은 물론, 특히 권력 이양과정과 급변 사태 등에 관한 대처능력을 크게 늘리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국제적인 평화 협력과 통일대비 외교역량을 대폭 강화할 시기도 바로 지금이다. 무역 G7답게 시야를 더욱 넓히고 각오 또한 단단히 해야 할 때다.

‘누구를 위하여 종(鐘)은 울리나’
꼭 70년 전, 헤밍웨이는 역작을 써냈다. 소설의 줄거리에서는 죽은 이에 대한 조종(弔鐘)을 지칭했다. 내용상은 누구 한 사람을 위한 조종이 아니라, 인류 전체를 대상으로 추모하는 종소리로 이해됐다. 북한의 이번 해프닝은 과연 많은 이들을 향한 조종이 될까, 아니면 한 개인·가족만의 조종으로 그칠지 역사와 함께 지켜볼 일이다.

김경웅 (논설위원 - 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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