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심층분석] 녹색보호주의의 대두와 대응방안

환경오염과 기후변화 문제가 세계적 관심사로 등장하면서 20세기 말부터 환경 이슈가 부각돼 다수의 환경 관련 국제협약이 체결되기에 이르렀다. 국제무역 분야에서는 우루과이라운드 협상(1986~1994년) 타결로 1995년 출범한 WTO를 중심으로 ‘무역-환경’ 이슈가 본격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했다. 최근엔 기후변화 현상의 심화 및 환경에 대한 국제적 관심의 증가로 환경-무역규제가 신통상의제(New Trade Agenda)의 핵심사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등장한 녹색보호주의는 기후변화 대응 및 환경정책을 표면적 이유로 내세우면서 실질적으로는 외국 기업의 자국시장 접근을 제한하고, 자국 기업의 환경관련 분야의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조치로 볼 수 있다.

좁게 보면 기후변화 대응 및 환경정책을 표면적 목적으로 하는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이고, 넓게 보면 자국의 환경 관련 산업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외국 기업에 대한 차별조치 또는 자국 산업에 대한 세제 및 재정지원조치를 의미하게 된다. 현재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세계적인 경기침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환경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우는 녹색보호주의 조치는 더욱 늘어나는 경향이다.

◆녹색보호주의의 전개

18세기 후반 미국의 초대 재무장관인 알렉산더 해밀턴(Alexander Hamilton)이 최초로 보호무역주의 개념을 사용한 이후1970년대 중반 선진국들이 비관세 수단을 이용해 개도국에 무역 제한조치를 취한 신보호무역주의가 등장했다. 비관세 무역장벽을 철폐하고 완전한 자유무역을 실현하고자 하는 WTO 체제하에서도 보호무역조치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특히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형태
의 보호무역조치들이 재등장하고 있는 추세다.

그 중에서도 녹색보호주의에 있어서는 EU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환경규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장기적인 기후, 에너지 관리정책을 추진 중이다. 2009년 4월 EU집행위는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감소시키기 위해 승용차 제조업체에 배출목표 준수를 강제하는 조치를 도입했다. 미국은 ‘청정에너지안보법(American Clean Energe and Security Act)’을 입안해 기후변화 협상과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적극적
인 참여 의지를 강조했다. 캘리포니아 주의 경우 비용효과적인 자동차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을 목적으로 2005년 9월 이산화탄소 배출기준을 규정했다. 중국의 경우 풍력,태양광과 같은 재생에너지 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적극 육성하기 위해 녹색보호주의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형태의 보호주의 정책 중 탄소관세 형태로 녹색보호주의 조치가 시행될 경우 원자재와 완제품 모두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 환경적으로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 원자재에 대해서만 관세를 부과할 경우 탄소 배출량 감소에 효과적이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에너지 집약적인 수입품은 완제품 형태로서 탄소 배출에 대한 책임을 원자재 생산자로부터 완제품 제조자로 이동시킬 뿐이다. 따라서 원자재와 모든 완제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이 배출가스 감축에 가장 큰 효과를 가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실적으로 실현이 불가능하다.

색보호주의를 둘러싼 쟁점 현재 세계 각국은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된 국제 공조와 자국의 환경보전을 위해 환경규제를 강화하는 추세이며, 환경문제가 새로운 통상 의제로 등장하고 있다. 선진국들은 환경규제가 WTO 규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도처에서 무역 분
쟁이 일어나고 있다. 녹색보호주의는 표준, 기술규정, 적합성 평가절차 등 무역기술장벽(TBT) 형태로도 표출되고 있다.

TBT는 WTO 규정상 합법적인 근거가 있으므로 동 조치에 대해 보호주의로 단정하기 어려우며, TBT 신규 도입이 급증하는 추세다. 그리고 바이오연료에 대해 다양한 혜택을 부여하는 EU의 재생에너지 지침은 녹색보호주의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역내 제품과 경쟁 관계에 있는 외국 제품을 규제함으로써 역내 제품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결과를 초래해 외국 기업에 큰 타격이 될 소지가 있다.

또한 생태주의자들은 기술을 매개로 한 환경의 관리와 통제는 선진국과 개도국 간환경 불의를 확대재생산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를 일종의 ‘제국주의’라 표현하면서 논쟁의 불을 당기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의무가 없는 개도국에서 생산한 상품을 수입할 때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개도국에 대해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한다는 것이다. 이에 EU는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제품에 대해 규제를 높여가고 있으며, 내부적으로는 지속적으로 친환경기술을 개발하여 대비하고 있다. 개도국들은 지구온난화에 대한 역사적 책임이 큰 선진국들이 탄소관세 등의 보호무역조치를 도입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 시사점과 대응전략

환경산업이 미래의 신성장동력이라는 인식이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환경규제가 강화되고, 녹색보호주의도 심화되어 기업의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은 경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양자 간 및 다자간 무역협상에서 환경 관련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녹색보호주의 관련 분쟁이 발생할 경우 WTO를 통해 해결하는 데 장시간이 소요되며, 전체적으로 해결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세계적인 기술 표준 및 환경 규제에 정면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국내의 환경산업및 녹색기술을 적극 육성할 필요가 있다. 기업 차원에서는 세계적인 환경규제 강화가 장기적으로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인식하에 과감한 투자가 요구된다. 대외적으로는 녹색보호주의 확산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국제 사회에서 선제적으로 이슈화하고 대응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녹색보호주의가 향후 기후변화 협상의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선·후진국 사이에서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자처할 필요가 있다.
저탄소 녹색성장 선도국가로서 모범적인 실천의지를 보여서 쾌적하고 행복한 삶이 보장되는 선진일류국가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글:삼성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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