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심층분석] 태양광 산업, 연습 게임은 끝났다

가파른 성장세를 유지하다 잠시 숨을 고른 2009년을 기점으로 태양광 산업은 새로운 변화의 소용돌이를 경험하고 있다. 정부의 보호에 기대어 성장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 스스로 살아남기 위한 위기 의식은 태양광 산업 성장의 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본격 성장을 준비하는 태양광 산업의 구도 변화에 대해 살펴본다.

◆ 성장세 주춤했던 2009년

2009년 태양광 산업의 성장은 잠시 머뭇 거렸다. 2000년 이후 연평균 40% 이상의 높은 성장세를 보여오던 태양광 시장이 2009년에는 8% 수준의 성장에 그쳤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정책지원의 축소, 대규모 프로젝트 파이낸싱의 지연, 유가하락 등이 그 이유다. 2006년 이후 계속된 공급부족으로 대부분의 태양광 기업들은 20%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영위해 왔었다. 장밋빛 미래에 대한 기대감은 기업들의 대규모 라인 증설 및 신규 기업의 진입을 부추겼다. 2006년부터 급격히 늘어난 설비 투자 덕에 2008년에는 2007년 대비 2배 정도 공급가능량
이 증가, 2009년에도 30% 이상 늘어났다. 그러나 결국 단기간 진행된 무리한 투자로 인해 경쟁 과열과 판가하락을 불러와 전체적인 수익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 위기를 성장의 기회로

공급 과잉 지속과 기술 진입 장벽이 낮아진 상황에서 가격 경쟁력이 태양광 산업 경쟁의 결정적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폴리실리콘의 가격 하락 등이 원가 하락을 견인하고 있고, 기업들 역시 규모의 경제, 노동 비용 감축 등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그 결과, 2008년 와트당 3달러를 상회하던 태양광 모듈가격이 2010년에는 절반 수준인 1.3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모듈 가격의 하락으로 세계 각국의 보조금 삭감에도 불구하고 태양광 산업은 정부 지원에 의존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 세계 최대 태양광 수요국이 정부 보조금을 줄이겠다고 나섰다. 세계 태양광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3개 국의 보조금 삭감에도 불구하고 태양광 업계는 오히려 느긋한 반응이다. 각국의 보조금 동향에 민감하게 반응하던 지난해까지와는 상반된 모습이다. 태양광 기업들이 기술 개발에 투자하여 효율 향상, 생산성 증대 등 기술 발전으로 이를 메우고 있다는 것이다. 보조금 삭감 속
도보다 태양광 모듈 가격의 하락 속도가 더 빨라 기업들의 보조금 의존도가 점차 낮아지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 : 태양광 발전 단가와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기존 화력발전 단가가 동일해지는 균형점)의 시점이 앞당겨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리드 패리티를 달성하게 된다는 것은 태양광 산업이 보조금 등 정책 지원 없이도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힘을 가진다는 것을 의미하며, 화석연료 또는 다른 신재생에너지와도 본격적인 경쟁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태양광 수요가 폭발적으로 확대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될 수 있으리라는 예측이다.

◆ 본게임 시작하는 태양광산업 내 변화

수요 측면에서는 일본, 유럽 중심의 시장에서 미국, 중국 등으로 저변이 확대될 조짐이다. 태양광 시장은 2004년까지는 일본 주도로, 2004년 이후에는 독일 등 유럽 시장의 주도로 성장해왔다. 하지만 작년과 올해,스페인과 독일의 정책 지원 축소 법안이 통과되면서 유럽이 주도하던 태양광 시장이 다변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새로운 수요처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현재 세제 혜택 등으로 태양광 산업을 지원하고 있으며 각 주별로 의무할당제를 도입해 태양광 수요를 견인하겠다는 방침. 중국은 중장기적으로 과도하게 높은 화석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사용량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며, 2020년까지 중국 태양광 발전량을 10GW 규모로 확대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경쟁의 차원에서 보면 시장의 변화와 함께 플레이어들의 구성도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이미 주력사업이 성숙기에 접어들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있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기업들의 진출 움직임이 활발하다. 반도체, 디스플레이와 태양광 셀의 생산 공정이 유사하다는 이유에서다. 인텔(Intel),IBM, TSMC 등 반도체 기업, LG, 삼성,AMD 등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태양광 사업에 대한 계획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기업의 태양광 산업 진출은 경쟁 구도의 변화를 가속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구글, GE, 쉘(Shell) 등 태양광 산업과는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던 기업들도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다양한 기업들이 태양광 산업에 진출함으로써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수요의 증가, 다양한 기업들의 진출이 확대됨에 따라 차세대 기술로의 전환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1세대 결정질 태양전지에서 2세대 박막 태양전지로의 이동이 가속될 전망이다. 전체 시장의 10%에 불과했던 박막 태양전지와 결정질 태양전지와의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기대

발전 단가의 하락, 미국, 중국 등 거대 시장의 수요 확대 등에 힘입어 태양광 산업이 본격적으로 성장하여, 2020년 100조원이 넘는 시장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올해 세계 조선 시장 규모와 버금가는 수치다. 매력적인 시장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태양광 산업에서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이 시장에서 주도권을 갖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변화의 분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는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저변의 확대를 통해 시장의 절대적 규모가 커지는 상황에서 자본력이 있는 국내 대기업은 대규모 투자를 통한 캐치업(Catch-up) 전략을 구사해야 할 것이다. 또한 아직까지는 경쟁 구도가 형성되지 않은 박막 태양전지 기술 개발에 집중한다면 시장 선점의 기회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들의 노력뿐 아니라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정책 지원과 더불어 소재, 장비 기업의 육성 등 산업 생태계 조성에 힘쓴다면 태양광 산업이 전자 산업의 뒤를 잇는 차세대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글: LG 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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