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심층분석]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화학 기업의 명암

글로벌 금융 위기를 촉발시킨 리먼 사태가 발생한 지 2년이 흘렀다. 세계 경제는 각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으로 회생하는 듯했으나 아직 더블딥의 우려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다. 기업들은 어떤 상황일까?

포브스(Forbes)가 매년 매출, 순이익, 자산,시장가치 등을 종합해 전 세계 2000대 기업의 순위를 매겨 발표하는 Forbes Global 2000에 따르면, 2009년 2000대 기업의 평균 매출 및 순이익은 2008년 대비 각각 6.1%, 13.4% 하락하였다. 제조업으로 분류할 수 있는 13개 업종의 기업 수는 797개에서 793개로 4개가 줄어들었고, 매출과 순이익 평균치는 11.7%, 33.1% 감소해 비제조업 기업에 비해 하락폭이 컸다.

한편 대부분의 제조업을 뒷받침하는 화학기업의 경우 2008년 대비 3개가 줄어든 62개 기업이 2000대 기업에 속했다. 매출액 평균치는 제조업 평균과 비슷한 11.5% 하락했으나 순이익 평균치는 제조업 평균치보다 더 심각한 40.4%의 감소세를 보였다. 실적만으로 보면 글로벌 경기 침체가 화학산업에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장에서 바라보는 화학산업의 전망에 대한 시각은 실적보다는 긍정적이다.

◆ 연도별 실적 변화의 특징

최근 3개년 간 Global Top 50에 모두 이름을 올린 기업은 43개였다. 지역별로는 유럽, 미국, 일본을 중심으로 분포되어 있으며, 사업 특성별로는 비교적 고르게 분포되어 있다. 40개 기업의 2009년 화학부문 매출액은 5861억달러로 2008년 대비 20.3% 감소했다. 2007년의 6565억달러보다는 10.7% 낮은 수치이다. 2008년 금융 위기가 4분기에 발생함에 따라 급격한 수요 감소와 제품 가격 하락에도 3분기까지 지속된 고유가에 힘입어 연간 매출은 전년 대비 12.0% 증가하였다.

반면 2009년에는 수요가 어느 정도 회복되기는 했지만 100달러가 넘는 고유가 시기의 제품 가격에는 미치지 못해 여전히 매출 회복은 더딘 상황이다. 영업이익 규모는 3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하락하기는 했지만, 2009년의 영업이익률이 반전하는 것으로 나타나 기업의 사업 환경이 호전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범용 중심 기업들의 성과는 큰 변동폭을 나타내고 있다. 전체 분석 대상 기업의 2008년 수익성 및 2009년의 매출 하락을 주도하고 있어, 경기 민감도가 높은 사업임을 보여주고 있다. 스페셜티 중심 기업은 상대적으로 낮은 변동성과 안정적 사업 성과를 창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각화 기업의 실적은 전반적으로 암울한 상황이다. 외형 면에 있어서는 평균 수준의 변동폭을 보이고는 있지만 Commodity 사업과 Specialty 사업의 악재가 혼재되면서 수익성 하락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일본 기업들의 경우 달러 기준 매출 감소가 크지 않은 것처럼 나타났지만, 엔화 기준으로는 상당한 매출 감소가 발생했다. 뿐만 아니라 수요 급감 및 엔고로 인한 수출 경쟁력 약화는 매출 감소폭보다 더 빠른 속도로 영업이익을 축소시켜 2009년의 영업이익은 2007년 대비 달러 기준 1/3,
엔화 기준 1/4 수준으로 후퇴하였다. 일본 외 기업들도 사정이 좋은 편은 아니다. 다른 분석 대상 기업 대비 평균적인 매출 감소에도 영업이익이 2007년의 절반 수준으로 축소되며 지속적인 수익성 하락을 맛보게 되었다.

◆ 2010년 상반기 성과 변화

2009년의 연간 기업 실적은 금융 위기로 인해 매출 감소를 피할 수 없었다. 그러나 반기별 실적을 살펴보면 전반적으로 상황이 호전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연도별 분석 대상 기업 40개 중 글로벌 오일 메이저처럼 화학 사업 비중이 매우 적거나 Thomson DB에서 분기별/반기별 실적이 없는 기업을 제외한 24개 기업을 분석하였다. 분기 및 반기별 성과는 화학사업의 실적만을 확보하는 게 용이하지 않아 기업 전체의 실적을 파악하였고, 수익은 EBIT를 활용하였다.

24개 기업의 반기 매출은 2009년 상반기부터 지속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상반기 매출은 전기 대비 11.9% 증가하였고, EBIT는 훨씬 빠른 속도인 62.5%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상반기 EBIT는 작년 한 해 동안의 EBIT를 상회하였고, 기업들의 전반적인 수익성이 향상돼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상회하는 11.4%에 달했다. 24개 기업의 실적이 산업 전체와 사업 구성별 특성을 모두 반영하지는 못하겠지만, 화학 기업들이 금융 위기의 충격에서 벗어나는 모습이 완연하다.

대표적으로 범용 중심 기업의 대명사인 SABIC은 지난 3년간의 부진을 씻어내듯 꾸준히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 특히 작년 한 해 동안의 EBIT를 올해 상반기에 거의 달성하면서 과거의 고공 비행을 재
현하려는 모습이다. 스페셜티 중심 기업은 범용 중심 기업보다는 매출 성장이 상대적으로 낮기는 하지만, 수익 측면에서 강한 상승세를 보여 대체로 예년의 수익성을 찾아가고 있다.

◆ 구조조정의 활성화 예고

2007년 이후 짧은 기간이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는 많은 화학 기업의 장단점을 그대로 노출시켰다.

범용 중심 기업의 변동성과 비전업 범용 중심 기업들의 사업 취약성이 드러났고, 특히 아시아 지역 비중이 낮은 기업의 성과가 좋지 못했다. 스페셜티 중심 기업은 지역 포트폴리오가 안정적이어서 낮은 매출 변동성을 보였으나, 공업용 가스 및 농화학/바이오 외의 사업은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좋지 않았다. 다각화 기업은 전반적으로 좋지 못한 상황 하에서 상대적으로 지역 포트폴리오가 잘 짜여진 유럽, 미국의 다각화 기업의 실적이 나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들어서는 다양한 지역에 있는 다양한 성격의 기업들이 한결 같이 강한 실적 상승세를 경험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화학 기업들이 지난 2년간의 경험에서 얻었을 교훈을 그냥 흘려보낼 리 만무하다.

비싼 대가를 치른 만큼 그에 상응하는 행동이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 이제 기존의 강자들은 실적 악화라는 아픔을 거치며 쌓은 경험을 통해 다시 사업 효율화를 진행할 것이다. 또한,위기를 통해 상을 확인한 신흥국 기업들이조용히 지내지는 않을 것이다. 아직 지역별 경제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임에도 자국 시장에 기반한 성장에 만족하지 않고 세계로 뻗어 나가기 위한 유무형의 교두보를 확대하려 할 것이다.

글:삼성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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