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원인미상 출산전후 산모 폐손상, 가습기 살균제 원인 추정

살균제 사용자 발병 위험도 비사용자보다 47.3배 높아

이호영 기자

[재경일보 이호영 기자] 출산 전후의 산모들을 죽음의 공포로 몰아갔던 원인미상의 폐질환이 가습기 살균제 때문에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보건당국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4∼5월 출산 전후의 산모들에게서 집중적으로 발생했던 원인미상의 폐손상 원인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 가습기 살균제(또는 세정제)가 위험요인으로 추정된다고 31일 밝혔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2004년부터 올해까지 원인불명 폐손상 환자가 몰렸던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에 같은 증세로 입원한 적이 있는 18명을 환자군으로, 같은 병원의 호흡기내과와 알레르기내과에 입원한 적이 있는 121명을 비환자군(대조군)으로 설정해 호흡기 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다양한 위험요인을 파악했다.

그 결과 환자군 가운데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경우와 대조군에서 살균제를 사용한 비율의 차이인 교차비(Odds ratio)가 47.3(신뢰구간 6.0~369.7)으로 나왔다.

이는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경우 사용하지 않은 경우에 비해 원인불명 폐 손상 발생 위험도가 47.3배 높다는 의미다.

실제로 폐손상 환자들은 평균적으로 평균 3∼4년 동안 해마다 4개월가량 가습기를 사용하면서 물을 보충할 때마다 살균제를 첨가해 사용했다. 살균제 사용량은 월평균 1병 정도였다.

또 질병관리본부는 예비세포 독성실험 결과, 실제로 일부 살균제의 경우 이런 역학조사 결과를 지지하는 내용이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제한적인 조건에서 인간의 폐 세포를 배양한 뒤 시험한 결과 일부 제품의 폐 세포 손상 유발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또 가습기살균제 성분이 호흡기에 침투할 가능성도 확인했다.

그러나 현재 시점에서 살균제와 폐손상 간에 인과관계가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은 만큼, 향후 3개월가량의 추가 역학조사와 위해성 조사를 통해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절차가 남았다고 질병관리본부는 설명했다. 지난 30일에는 역학·독성학 및 임상의학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를 개최, 중간 조사결과를 검토했다.

권준욱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관리센터장은 "조사 결과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특정 제품이폐 손상을 일으킨다고 확정할 수 없다. 다만 문제의 성분은 다른 제품에도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울산의대 아산병원 고윤석 교수는 문제의 성분이 살균제 이외에 화장품 등 다른 제품에도 사용된 경우의 위해 가능성에 대해 "폐로 흡수되는 것은 정맥 주사와 유사하다. 공기중에 부유하고 있다가 피부로 들어가는 비율과 폐로 흡수되는 비율은 다르다. 농도 차이가 대단히 크다"며 "현재 이에 대해 보고된 임상례가 없기 때문에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에는 올들어 17명의 폐 손상 환자가 찾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5명은 사망했고 10명은 생존했으며, 나머지 2명은 다른 병원으로 전원했다.

생존자 가운데 30대 산모 4명은 폐 조직이 급속도로 딱딱하게 굳어지는 증세를 보이다 사망했으며, 3명도 같은 증세로 위중했으나 폐 이식을 통해 목숨을 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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