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기자수첩] 시중 은행들, 대출억제 명분으로 고객기만은 아닌지

가계대출 억제 핑계로 가계대출 실질금리 다 올려

김동렬 기자

[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시중은행들이 대출 억제책을 핑계로 가계대출 실질금리를 대폭 인상했다. 말 그대로 '대폭' 인상이다.

물론 은행들은 대출 금리를 인상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외형적으로는 금리가 전혀 인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은행이 거짓말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사람은 다 알지만 모르는 사람은 전혀 모른다.

가계대출이 억제된 이후 은행들은 코픽스, 양도성예금증서(CD) 연동형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등의 실질금리를 모두 올렸다. 실질 대출금리 인상을 통해서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로 인해서 줄어드는 수익을 보전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금리를 인상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게끔 교묘하게 올렸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각 은행은 신규대출 잠정중단 등 지난달 18일부터 시작된 대출 억제책 시행 후 가계대출 금리를 거의 올리지 않았다고 말해왔다.

은행권의 주장대로 지금까지 대출금리 인상을 공식적으로 밝힌 곳은 마이너스통장 대출의 금리를 0.5%포인트 올린 신한은행과 고정금리대출 이율을 0.2%포인트 올린 우리은행 2곳뿐이다. 이를 제외한 주택담보대출 금리 등은 모두 예전 금리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신한은행은 가계대출 억제가 시작된 이후에도 CD 연동형 주택담보대출의 금리 범위를 7월부터 연 5.19~6.59%로 유지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연 4.89~6.33%, 국민은행은 연 5.29~6.59%에서 변함이 없다. 하지만 이 범위(~)에 바로 대출금리 인상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

각 은행은 개별 고객에 대해 적용하는 금리 수준을 조절할 수 있다. 신한은행 CD 연동형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신용도가 떨어지는 고객은 금리 범위의 최상단부인 연 6.59%의 비싼 대출금리를 적용받지만, 신용도가 좋은 고객은 최하단부인 5.19%의 낮은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다. 이 범위를 은행이 조절할 수 있는 것이다. 

신한은행에서는 대출 억제책 이전에는 연 5.30% 등의 낮은 대출금리를 신용도가 좋은 고객에게 적용해왔지만, 이후부터는 대부분 무려 1.29%포인트나 뛰어오른 연 6.59%의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우대금리를 적용받아도 5%대 후반 이하로 낮출 수 없다. 은행들이 금리 범위를 가지고 장난을 치고 있는 것이다.

은행들이 대부분 4%대 중반에서 5%대 중반의 대출금리 범위를 유지하고 있는 코픽스 연동형 주택담보대출금리도 마찬가지다.

즉, 은행에서는 예전에 대출금리 범위의 하단부를 적용하던 신용도가 좋은 고객들에게 이제는 모두 금리 범위의 상단부를 적용시킴으로써 고객이 부담해야 할 실질금리를 대폭 올려버렸다. 하지만 대출금리 범위는 그대로 두었기 때문에 공식적으로는 "대출금리 인상은 없다"고 변명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놓았다.

고정금리대출 상품을 택하지 않는 고객들은 모두 은행의 금리 놀이에 놀아날 수 밖에 없다.

더 심각한 것은 대출금리 급등이 신규 고객뿐 아니라 기존 대출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통상 같은 대출상품의 금리가 조정되면 그 금리는 신규 고객 뿐 아니라 만기 연장을 원하는 기존 고객에게도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출 만기 연장을 원하는 기존 고객도 급등한 대출금리를 부담해야 한다. 1억원을 빌린 사람의 대출금리가 1%포인트 높아지면 이자 부담은 연 100만원 늘어난다. 반대로 그만큼 은행 수익은 늘어난다.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범위 내 대출금리 조정 외에도 신용평가 방식을 바꿔 고객의 등급을 떨어뜨리거나 지점장 전결금리를 비롯한 우대금리를 폐지하는 등 실질금리를 높이기 위해 갖가지 수단을 동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의 지상목표는 그 해에 제시된 수익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라며 "대출 억제로 외형 성장이 위축된 만큼 수익 목표를 채우기 위해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대출금리를 올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객의, 서민의 피와 같은 이자를 빨아먹고 자기 몸집을 부풀리는 이런 은행들의 모습은 흡사 흡혈귀와 비슷하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은행들이 고객을 위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이윤 추구 앞에서 피도 눈물도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가계대출 억제책으로 대출시장이 공급자인 은행 우위 시장으로 완전히 바뀐 상황에서 수요자인 대출 고객은 `울며 겨자 먹기'로 높은 대출금리를 감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한 제2금융권이나 대부업체보다는 금리가 낮은 편이기 때문에 시중은행이 높은 금리로라도 대출만 해준다면 오히려 감지덕지해야 할 상황이 됐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서민들이 대출 억제로 고통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악용해 수익을 늘리려는 은행들의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금융소비자연맹의 조남희 사무총장은 "은행들이 일제히 대출금리를 대폭 올린 것을 보면 담합하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며 "말로만 서민금융 활성화를 외치지 말고 서민들의 이자 부담이나 늘리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 기사

임금체계와 조직 문화의 갈등

임금체계와 조직 문화의 갈등

우리나라의 임금체계에 대해 논의하면서 가장 일반적으로 많이 언급되는 것은 임금의 연공성이다. 우리나라의 임금체계에서 연령이나 근속연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OECD 국가 중 근속연수에 따른 임금 상승률이 가장 높은국가에 속한다.

'태평양 쓰레기 섬'이라는 환상, 과학이 가리키는 진짜 범인은

'태평양 쓰레기 섬'이라는 환상, 과학이 가리키는 진짜 범인은

해양쓰레기 이슈에서 ‘거대 태평양 쓰레기 섬(Great Pacific Garbage Patch, 이하 GPGP)’은 가장 유명하지만, 그 실체는 오해로 가득하다. ‘Patch’는 ‘섬(Island)’이 아님에도, 대부분 발을 딛고 설 수 있거나 배가 못 지날 만큼 빽빽한 섬으로 착각한다. GPGP가 한반도의 16배 크기라는 이야기도 통용되지만, 실제로는 배를 타고 지나가도 보이지 않으며 인공위성으로도 식별이 불가능하다.

한국 기업문화와 노사관계의 기원

한국 기업문화와 노사관계의 기원

조직문화와 노사관계는 단순한 기업 운영의 요소의 수준을 넘어 한 국가의 경제적 역동성과 사회적 안정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핵심 요인들이다. 특히 한국은 급속한 산업화와 민주화, 그리고 글로벌화의 과정을 거치며 독특한 조직문화와 노사관계를 형성해 오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기업의 생산성과 혁신 역량 뿐만 아니라 노동자의 삶의 질 그리고 사회적 갈등 수준에도 깊은 영향을 미쳐 오고 있다.

바다 뒤덮은 ‘하얀 재앙’, 스티로폼 부표 전부 교체해야

바다 뒤덮은 ‘하얀 재앙’, 스티로폼 부표 전부 교체해야

"여름철인데 바닷가에 하얀 눈이 내렸더라."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한 이 한마디는 우리 바다가 처한 비극적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한여름 해변을 뒤덮은 '하얀 눈'의 정체는 다름 아닌 스티로폼 양식장 부표 쓰레기다. 이들은 햇볕과 거친 파도에 쉽게 부서지며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플라스틱으로 변한다.

[기자의 눈] 다이소 제품 안심하고 쓸 수 있을까

다이소에 대해 매우 잘 아는 한 지인과의 식사 자리에서 였다. "다이소 물품에 발암 물질이 엄청나게 많다. 난 이걸 잘 알기 때문에 다이소 물건 쓰지 않는다"며 "가습기 살균제? 이것도 다이소가 제일 많이 팔았다"라는 말을 했다. 싸게 살 수 있는 좋은 물품들이 많아 많은 이들이 자주 찾는 곳이지만 지인의 이 말을 듣고 '싼게 비지떡(값싼 물건은 품질이 나쁘다)'이라는 속담이 생각나며 불안감이 들었다. 싸다고 자주 찾고 있지만 싼만큼 품질에 대한 불안에 더 노출 돼 있다는 점을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 美 소화기학회 참석해 현지 의사와 소통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 美 소화기학회 참석해 현지 의사와 소통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이 美 소화기학회에 참석해 현지 의사와 소통했다. 25일부터 30일까지 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 '2024 미국 소화기학회(American College of Gastroenterology, 이하 ACG)'가 열린다. 셀트리온은 이 학회에 참석해 짐펜트라의 글로벌 3상 임상 결과 발표와 제품 우수성을 알린다.

[기자의 눈] 화재 사고 EQE 350 배터리 공급사 밝혀오지 않은 벤츠 코리아..이유는

인천 청라 국제 도시 아파트 주차장에서 발생한 메르세데스-벤츠 EQE 350 플러스 화재 사고에 대해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해당 차량에 들어간 배터리의 제조사와 관련해 회사 방침이라며 밝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소비자 알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내서 보통 자동차 제조사는 차량 출시 때 배터리 제조사를 숨기지는 않는데 벤츠 코리아는 EQE 출시 때 납품 업체 정보에 대해 밝히지 않았다. 화재 차량에 들어간 배터리 제조사는 중국의 파라시스 에너지이다. 글로벌 10위 업체다. 해당 업체는 전세계 전기차 배터리 중 1.8%를 공급하고 있으며 주류 업체가 아니다. 벤츠는 해당 제조사와 2018년에 파트너쉽을 맺었고 2020년에 약 1550억원을 투자, 지분 3%를 확보했다.

[기자의 눈] "로켓 배송 중단" 엄포 놓은 쿠팡

공정거래위원회로 부터 1400억원이라는 엄청난 액수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쿠팡은 이후 "'로켓 배송'을 중단하게 될 수도 있다"라는 엄포성 발언을 했다. 공정위 제재에 반박을 해야하는 상황임은 이해하나 매우 노골적으로 들리지 않을 수 없는 발언이었다. "우리를 건들면 많은 이들이 지금 누리는 편리함을 잃게 될 것이다"라는 내용이 함축 돼 있는 듯 들려졌다. 쿠팡은 이 외에도 "25조원 투자가 중단 될 수도 있다"라는 말도 했고 20일 예정됐던 부산물류센터 기공식을 취소하기도 했다. 현재 상황은 쿠팡이 국내 소비자들의 생활 속에 깊게 침투해 들어온 것은 맞는 것으로 보여진다. 쿠팡이 지금 제공해주는 것들이 사라지면 많은 한국인들이 큰 불편함을 느끼게 될 것은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궁지에 몰렸다고 바로 저런 말을 했다는 것은 좋지 않은 인식을 남겼다. "건드려봐라. 가만히 있지 않겠다" 이런 말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