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연재&#47;식물원이 열어주는 세계의 역사<31>-페루 마추피추 식물원

서범석 기자

페루 마추피추 식물원

 

마추피추 정상에 있는 식물원. 배경에 맞은편 산이 보인다. 사진 오른편 수목은 Cetico (Cecropiaceae Cecropia multiflora)
마추피추 정상에 있는 식물원. 배경에 맞은편 산이 보인다. 사진 오른편 수목은 Cetico (Cecropiaceae Cecropia multiflora)

 

남미 대륙의 안데스 산맥을 따라서 오늘날 콜롬비아 남부지역에서 칠레의 남부지역과 아르헨티나 서북부 지역까지 남북 4000km 이상에 걸쳐 대제국을 건설하였던 잉카제국은 16세기 초, 피사로(Pizarro)가 이끄는 스페인 군대에게 멸망하기 전까지 1200만 명의 인구를 거느리고 있었다.


필자는 잉카제국의 흥망사(興亡史)에 큰 관심을 갖고서 페루 전역을 동서남북으로 약 3000km가 넘는 거리를 차량으로 이동하면서 옛 제국의 발자취를 더듬어 보았다.


우선 피사로가 처음 도착한 페루 북단의 도시 피우라(Piura)에서 잉카왕 아타후알파(Atahualpa)가 피사로에게 잡혀 강금 생활을 하다가 살해당한 도시 카하마르카(Cajamarca)를 거쳐 수도 리마를 방문하였고 그 뒤 이어서 잉카제국의 옛수도인 쿠스코(Cuzco)와 페루 남부의 나스카(Nasca)를 여행하였다. 잉카인들이 옛산(old mountain)이라는 의미로 불렀던 마추피추(Machupicchu)는 쿠스코에서 기차를 타고서 방문함으로써 어렸을 때부터 사진으로만 보아왔던 옛 제국의 자취를 실제로 보게 되었다.


마추피추는 잉카인들이 스페인인들을 피해 산속에 들어가 건설한 도시로서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곳이다. 오전 7시30분에 쿠스코를 출발한 열차는 서북쪽으로 천천히 달리면서 도중 오얀타이탐보 마을을 거쳐 오전 11시50분에 마추피추 역에 도착하였다. 쿠스코에서 마추피추까지 직선거리는 60km이지만 양쪽으로 높은 산 사이에 강이 흐르는 계곡을 따라서 구비구비 돌아가는 바람에 기차로 4시간 이상 소요되는 것이다. 관광객 전용 기차의 차창과 지붕창을 통하여 들어오는 경치는 입을 다물 수 없을 정도로 절경이다.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다. 마추피추 기차역에서 마추피추 산정까지는 버스로 20분이 걸린다. 버스는 거의 수직으로 서있는 산정상을 향해 꼬블꼬블 난 좁은 길을 따라서 올라간다.

 

도중 내려다 보이는 절벽은 보는 이로 하여금 숨을 중지하고 겁에 질리게 한다. 이렇게 올라가면 소위 ‘공중도시’ 또는 ‘잃어버린 도시’라고 부르기도 하는 마추피추 유적지의 정문이 나타난다. 이곳을 통과하여 10분 정도 계단을 걸어서 올라가면 드디어 눈앞에 놀라운 광경이 펼쳐진다. 깎아 솟은 2510m 산정상 급경사지에 고대 잉카인들이 건설한 도시가 나타난 것이다. 여기서 마추피추에 대해 필자가 느낀 것을 쓰자면 밑도 끝도 없을 것 같아 모두 생략하고 식물원에 관한 이야기만 하여야겠다.


간단히 말해 마추피추 지역에는 두 개의 식물원이 있다. 하나는 산 정상 유적지 안에 있는 조그만 미니 식물원이고 다른 하나는 마추피추 마을에서 유적지로 올라가기 전에, 계곡 사이에 급류가 흐르는 강 옆에 있는 식물원이다. 우선 유적지 정상에 있는 식물원은 ‘주신전(主神殿)’과 ‘3개의 창(窓)신전’ 옆에 있는데 이곳에서는 광장이 막바로 내려다 보인다. 식물원의 크기는 필자가 본 중 가장 작은 크기로서 길이 20m, 폭 10m 정도에 불과한 초미니 식물원이다. 현지인 관광 안내인에 의하면 마추피추 유적지 인근에서 생육하는 안데스 산맥의 고산 식물들을 모은 것이라고 한다. 좁은 공간에도 불구하고 여러 종의 수목과 난(蘭), 꽃 등이 빽빽하게 식재 되어있다.


현지이름인 유카(Yuca; Euphorbiaceae Manihot esculenta), 치리모요(Chirimoyo; Annonaceae Annona cherimolia), 세티코(Cetico; Cecropiaceae Cecropia multiflora) 등의 수목과 올키데아(Orquidea; Orchidaceae Prostechea farfanii)를 비롯한 여러 종류의 난이 눈에 들어온다. 물론 이 식물원은 잉카시대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고 최근에 만들어진 것이다. 다른 하나의 식물원은 마추피추 읍에서 강 옆에 난 도로를 따라서 2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이 식물원의 정식 명칭은 마추피추 식물원(Jardin Botanico de Machupicchu)으로서 페루 정부가 마추피추 역사 성역지로서 관리하고 있는 38443ha(약1억3천만평) 면적 안에 위치하고 있으며 식물원의 면적은16100㎡(4900평)이다. 이 식물원은 쿠스코 지역 인류학의 아버지라고 부르는 바욘(Manuel Ballon) 박사와 페루의 식물학자인 칼데론(Cesar Calderon) 박사가 마추피추 지역에서 생육하는 식물과 그 유전자의 보존을 위해 1970년대 초에 만든 것이다. 물론, 이 목적 이외에도 환경 문제를 포함한 식물학의 연구와 후세에 대한 교육 목적도 있다.


식물원 안에는 Orchidaceae Anguloa virginalis 를 포함하여 약 400 종에 달하는 안데스 산맥의 각종 난들이 수목 사이에서 자라고 있다. 그리고 현지에서 사노사노(Sanosano; Cyathea caracasana)라고 부르는 나무를 포함하여 수많은 수목이 식물원 입구부터 마치 열대림처럼 울창하게 자라고 있다. 사노사노는 살아있는 화석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특이한 수종이다. 식물원 안에 가득한 화초와 나무의 열매 때문인지 안데스 산맥의 이름 모를 수많은 새들이 식물원을 자기들 보금자리로 여기는지 자유롭게 지저귀며 날아 다니고 있다. 식물원 입구에는 쿠스코와 마추피추 사이를 운행하는 열차 가운데 가장 호화로운 열차인 히람빙햄(Hiram Bingham)호가 주차하고 있다. 1911년 7월 24일, 처음으로 숲에 싸인 마추피추를 발견한 미국인 역사학자를 기념하여 그의 이름을 붙인 열차이다. 일반 열차는 마추피추 역에 주차하는데 히람빙햄호는 이곳에 주차한다고 한다.

나무신문 imwood@imwoo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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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주혁. 

동원산업 상임고문·강원대 산림환경대학교 초빙교수.
서울대 농대 임산가공학과를 졸업했다. 1978년 이건산업에 입사해 이건산업(솔로몬사업부문) 사장을 역임했다. 파푸아뉴기니 열대 산림대학을 수료했으며, 대규모 조림에 대한 공로로 솔로몬군도 십자훈장을 수훈했다. 저서로는 <권주혁의 실용 수입목재 가이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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