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영진 기자] 대한민국이 점점 도박공화국으로 변화되고 있다.
땀 흘려 일하기보다는 도박을 통해 '대박', '인생 한 방', '인생역전'을 노리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땀 흘려 일해서는 자신이 원하는만큼의 부를 이룰 수 없다는 의식이 대한민국에 도박 열풍을 더 크게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마, 경륜, 카지노, 복권 등 사행산업이 심각할 정도로 과열되면서 서민들의 가정 파탄 등 심각한 사회적 병폐에 대한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구직난이나 가계부채 등에 시달리다가 마지막으로 도박장에서 `인생의 승부'를 거는 사례가 늘면서 일확천금은커녕 그나마 가지고 있던 돈마저도 몽땅 날리고 가정까지 해체되는 사회병리 현상이 속출하고 있다.
장기간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사행산업은 계속해서 더 성행하고 있다. 불황으로 인해 오히려 도박을 통해 한 번에 큰돈을 벌겠다는 심리를 키우고 있는 탓이다.
사행산업의 폐해가 확산되면서 도박으로 말미암은 사회ㆍ경제적 비용이 80조원에 육박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 사행산업 관리를 강화하고 도박 중독 예방과 치유를 위한 사회적 시스템을 공고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정부는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6대 사행산업 10년만에 3배 성장
6일 국무총리실 산하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의 통계를 보면, 지난해 경마, 복권, 경륜, 카지노, 체육진흥투표권, 경정 등 6대 사행산업의 전체 매출액은 17조3천270억원으로, 이는 국민총소득(1천173조원)의 1.5%가 정부가 공인한 도박사업에 들어간 것이다.
올해 들어서도 6대 사행산업은 3분기까지 12조7천728억원의 매출액을 기록, 지난해 매출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합법적인 6대 사행산업의 매출액 규모는 2000년 6조2천761억원에서 10년만에 3배가량 커키는 등 매해마다 규모가 커지고 있다.
사행산업별 총매출액 비중은 경마가 43.7%로 가장 높고 복권(14.6%), 경륜(14.1%), 카지노(13.0%), 체육진흥투표권(10.8%), 경정(3.8%) 순이다.
작년 복권과 체육진흥투표권을 제외한 사행산업 이용객(연인원 기준)은 3천954만명으로 4천만명에 육박한다.
중독성이 가장 약한 것으로 평가되는 복권도 사행산업이기는 마찬가지다.
올해 연금복권이 출시되고서 로또 1등 당첨금이 이월되자 복권은 불티나게 팔렸다.
급기야 사감위는 `복권 열풍'이 위험 수위를 넘었다는 판단에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에 복권발행을 연말까지 잠정중단하라고 권고하기에 이르렀다.
사감위가 권고한 올해 복권판매 제한액은 2조8천억원이지만, 제한액을 초과해 3조1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기재부는 전망하고 있다.
◇불법도박·원정도박 기승
그나마 로또 등 정부가 공인한 사행산업은 철저한 관리가 이뤄져 심각한 중독에 빠질 가능성이 작지만, 불법 카지노와 마권 등 합법적 테두리 밖에 존재하는 도박은 사회의 암적인 영역이다.
특히 최근에는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한나라당 안경률 의원이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자료를 분석한 것을 보면, 국내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가 폭발적으로 성장해 시장규모가 13조원에 육박한다.
사감위 신고센터 등에 접수된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 신고건수는 2007년 40건에서 작년 7천971건으로 불과 3년 만에 무려 199.3배나 급증했다.
합법적인 스포츠도박은 회당 베팅 금액을 10만원으로 제한하고 한정된 스포츠 종목의 승패나 점수를 맞추는 하나의 상품이지만, 불법 도박은 무제한으로 베팅할 수 있어 사행심을 크게 부추긴다.
원정 도박도 심각한 문제다.
사감위가 민주당 김재윤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작년 마카오와 필리핀 카지노의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매출액은 모두 2조2천800억원에 달한다.
또 지난해 마카오 18만3천742명, 필리핀 3만7천527명 등 모두 22만1천269명의 내국인이 마카오와 필리핀 카지노를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
◇"2050년엔 도박의 사회적 비용 GDP 10% 초과"
대한민국이 도박에 심각할 정도로 빠져 들면서 도박 중독으로 지급해야 하는 사회적 비용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화여대 전종설 교수 연구팀의 분석을 보면, 2009년 기준으로 도박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78조원으로 추산됐다.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7.3%에 육박하는 것이다. 쉽게 설명하면, 100만원을 벌면 7만3천원을 도박으로 탕진하거나 도박 중독을 치료하는 데 쓴다는 뜻이다.
도박중독자들의 연간 사회경제적 비용은 고용이 50조원 가량으로 총 비용 가운데 64.3%의 비중을 차지했고, 경제ㆍ재정부문(21조5천억원.27.5%), 건강ㆍ복지부문(6조원.8.1%), 범죄ㆍ법률부문(600억원.0.08%)의 순으로 나타났다.
2009년의 도박 중독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2000년 48조4천440억원보다 62% 늘어난 것이다. 앞으로 사회경제적 비용은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연구팀은 시뮬레이션 분석을 통해 2050년 도박중독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우리나라 GDP의 10%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했다.
전 교수는 "저출산ㆍ고령화로 노동인구가 계속 감소하는 점을 고려할 때 상대적으로 도박 중독이 더 큰 사회문제로 부상할 것이 자명하다"고 지적하고 "도박이 사회에 미치는 파급 효과는 더욱 확대될 것이기 때문에 국가적 차원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며, 지역사회에서는 예방ㆍ치유 서비스를 증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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