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횡령 혐의' 최태원 SK회장 검찰 출두

최 회장 "회사자금 손댈 이유 없다" 의혹 부인

이영진 기자

[재경일보 이영진 기자] SK그룹 총수 일가의 횡령 및 선물투자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이중희 부장검사)는 19일 최태원(51) SK그룹 회장을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최 회장은 창업투자사 베넥스인베스트먼트에 투자된 SK 계열사 자금을 동생인 최재원(48) SK부회장과 김준홍(46·구속기소) 베넥스 대표를 통해 돈세탁을 거쳐 횡령하거나 선물투자 손실보전에 전용하는 과정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오전 9시25분 서초동 서울검찰청사에 출두한 최 회장은 '횡령 과정에 개입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개인적인 사안 때문에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저를 둘러싼 의혹과 오해가 있는 것으로 생각되는 데 가능하면 성실히 설명하겠다"고 답했다.

'동생과 공모했거나 동생에게 지시했느냐' 등 다른 질문에는 답하지 않은 채 특수1부(이중희 부장검사) 조사실로 향했다.

검찰은 최 회장을 상대로 베넥스에 투자된 그룹 계열사 자금을 선물투자 또는 손실보전 용도로 전용하는 과정에서 지시하거나 사전 보고를 받았는지 집중적으로 추궁하고 있다.

검찰은 동생인 최재원(48) SK그룹 수석부회장이 투자금 횡령을 주도한 것으로 보고 있지만, 최 회장의 지시 등 개입 가능성에도 의심을 두고 있다.
 
검찰은 베넥스 대표 김준홍(46.구속기소)씨가 SK그룹 18개 계열사의 베넥스 펀드 투자금 2천800억원 중 SK텔레콤 등 계열사 5곳의 펀드 출자 예수금 992억원을 전용한 사실을 파악했다.

이 중 497억원이 최 회장의 선물투자를 맡아온 SK해운 고문 출신 김원홍(50)씨에게 빼돌려진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김준홍 대표가 실행한 일련의 횡령 과정을 최 회장이 인지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김 대표를 비롯한 베넥스 관계자들로부터 “최태원 회장의 지시로 횡령이 이뤄졌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상태다.

김 대표의 경우 “선물투자용으로 횡령해야 하는 금액에 대해 구체적인 액수를 지시받았다”는 취지로 최 회장의 횡령 개입을 뒷받침하는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현재 해외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진 김원홍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범죄인 인도 청구를 포함해 가능한 송환 조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최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지분을 담보로 500억원 정도는 쉽게 조달할 수 있는데 무엇 때문에 펀드를 통해 자금을 만들라고 지시했겠느냐. 그럴 이유가 전혀 없고 회사 자금에 손을 댈 이유도 없다"는 취지로 의혹을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최 회장이 그룹 고위 임원들에게 지급한 성과급(인센티브보너스)을 과다 계상하는 방법으로 200여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비자금 일부가 최 회장 관련 계좌로 입금된 정황을 포착, 이 돈이 선물투자 또는 투자손실 보전에 사용됐는지 들여다보기 위해 계좌 추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최 회장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추가 소환 필요가 있는지 검토한 뒤 최 회장 형제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SK그룹 총수가 검찰에 소환된 것은 지난 2004년 1월 당시 손길승 회장 이후 7년11개월여 만이다. 2003년 2월 이후 8년여 만에 다시 검찰에 나온 최 회장은 개인적으로 생애 네 번째 검찰 조사다.

최 회장의 검찰 소환 조사는 1994년 외화밀반출 혐의 조사 때부터 생애 네 번째이자, 2003년 분식회계 혐의로 구속된 이래 8년여 만이다.

최 회장은 SK㈜ 대표이사 회장이던 지난 2003년 1조5천억원대 분식회계를 한 혐의 등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뒤 구속기소돼 실형을 받았고, 2008년 대법원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이 확정된 뒤 그해 8·15 특별사면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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