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고리원전, 전원공급 중단사고 한달 은폐… 비상경보도 발령 않고 늑장보고

한수원 본사도 한달 뒤에야 알아… "관련자 엄중 문책"

이영진 기자
[재경일보 이영진 기자] 계획 예방 정비 중이던 고리 원자력발전소 1호기에 지난달 전원(電源) 공급 중단 사고가 발생했지만 고리원전 측은 경보를 발령하지도 않고 이 사실을 한 달 넘게 감추고 있다 뒤늦게 늑장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최근 고리 원전 1호기에서 발생한 전원 사고에 대한 조사에 들어간다고 13일 밝혔다.

위원회에 따르면, 원전 운영 주체인 한국수력원자력이 지난달 9일 오후 8시34분경 고리 1호기의 발전기 보호계전기를 시험하던 중 외부 전원 공급이 끊어지고 비상디젤발전기가 작동하지 않아 발전소 전원이 12분 동안이나 들어오지 않았지만, 한국수력원자력이 이 사실을 위원회에 알린 것은 사고가 일어난 지 거의 한 달 뒤인 이달 12일이었다.

사고 당시 고리 1호기에서는 계획예방정비기간(2월4일~3월4일)을 맞아 원자로 가동 중단 상태에서 핵연료를 교체하기 위해 각종 기기에 대한 점검·보수가 진행되고 있었다.

원자로는 멈춰 있었고, 사용후 연료 저장조와 원자로에 냉각수가 채워져 있었지만 잔열(남은 열) 제거 설비가 가동되던 중 전원 상실과 함께 기능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원전 관계자들은 자체적으로 12분 만에 전원을 복구시키는 데 성공하자 비상경보를 발령하지 않았고, 안전위는 물론 한수원 본사에조차 이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다.

규정에 따르면 전원 공급이 중단되면 즉시 백색 비상경보를 발령하고 발전소에 주재하는 원자력안전기술원 주재원에게 이를 보고해야 한다.

사고를 감춘 고리 원전 측은 예정대로 1호기의 계획예방정비를 마치고 지난 5일부터 정상 가동에 들어갔다.

이렇게 한 달 간 은폐됐던 사고가 본사와 위원회에 보고된 것은 이달 초 교체된 고리원전본부장과 고리제1발전소장이 지난 9일 한 지방의원의 전화 문의를 통해 이 사실을 알게 된 이후다.

한수원 지난 12일에야 고리원전 측으로부터 사고에 대한 공식 보고를 받았고 이를 위원회에 알렸다.

안전위는 고리 1호기의 안정성을 확인하기 위해 현장조사단을 파견, 정밀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위원회 관계자는 "전력계통을 중심으로 현장 조사를 진행한 뒤 원자력 관련법령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수원과 지식경제부도 자체적으로 감사와 조사를 실시해 관련자를 엄중 문책·징계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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