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박성민 기자]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지역주의, 파벌주의, 학벌주의예요. 사람에 대한 믿음과 투자가 성공의 밑거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윤재 피죤 회장(77)의 몇 년 전 발언이다. 이 회장은 조직폭력배들에게 이은욱(55) 전 사장을 청부할 것을 지시했다는 혐의와 폭력 대가로 3억을 회사 임원에 전달한 혐의로 지난해 1, 2심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을 선고받았다.
직원들에 대해 상습적으로 폭력을 휘두르고 노예취급한 것, 전라도에 대한 심한 편견과 호남 출신 직원들을 강제로 쫓겨냈다는 막장 행태가 알려지기 전의 이 회장의 말인데, 회사 내부의 일이 알려지고 난 후 과거 발언 내용을 보니 겉과 속이 다른 이중적 모습이 나타난다.
1978년 설립되어 국내 처음으로 섬유유연제를 내놓고, 50%에 육박하던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초부터 20%대로 곤두박칠 친 섬유연제의 대명사 '피죤'.
비누가 고작이던 1970년대에 생소한 물건이던 의류에 향과 유연성을 더해주는 세탁보조제인 섬유유연제 '피죤'을 내놓고 LG생활건강과 옥시, P&G 등의 공세 속에도 불구하고 30여년간 국내 섬유유연제 1위 자리를 지켜왔지만, 이 회장의 경영 행태가 세상에 알려지고 난 후 피죤은 몰락의 길로 빠져들었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에 따르면 지난 5~6월 피죤의 시장점유율(MS)은 22.3%이며 LG생활건강의 샤프란은 41.6%로 섬유유연제 시장에서의 '부동의 1위' 피죤의 옛 아성은 찾아볼 수 없다. 또 업계 3위인 옥시의 '쉐리'에 언제 2위 자리를 내줄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또 피죤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1천436억원에서 35.8% 떨어진 923억원에 그쳤다. 2004년 이후 처음으로 1천억원 아래로 떨어진 수치다. 반면 LG생활건강의 샤프란은 지난해 처음으로 소매가 기준 매출액 1천억원을 돌파했다.
이에 피죤은 브랜드 이미지 쇄신을 위해 지난 5월 배우 김수현을 모델로 내세워 TV광고와 각종 이벤트를 펼쳤지만, 사과와 변화를 위한 노력 없는 광고를 통한 이미지메이킹에 치중한다는 것에 서투른 위기관리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피죤의 추락에 대해 내부 조언을 듣지 않는 독선적인 오너인 이윤재 회장의 경영행태와 높은 이직률을 문제로 보고 있다. 내부 의견 수렴 없이 독단적으로 밀어붙이는 이 회장의 방식과 또 명성에 안주해 시장의 변화와 관계없이 독단적으로 운영하는 경영 방식을 유통 업계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또한 이 회장 일가의 인간경시경영으로 인한 잦은 경영진 교체가 회사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2007년 이후에 취임한 피죤 대표이사들의 평균 근속 기간은 4개월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이같은 기이한 인력구조에서 제대로 된 마케팅 전략이 나올 수 없는 것은 당연한 듯 보인다. 이에 대한 결과로 피죤은 차별화된 신제품 출시에 소홀했고, 때문에 현재와 같은 상황을 맞게 됐다. 이같은 피죤의 높은 이직률에 대해 헤드헌터업계도 전례가 없다며 거래를 꺼릴 정도라고.
이 회장은 또 노조에 대한 탄압도 심각해 단체협약 체결도 이행하지 않았고, 핵심 노조 대의원들을 지방으로 부당 전보하고 대기발령을 내는 등 지속적으로 노동조합의 와해를 기도해 오며 온갖 탄압을 자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이 회장 일가는 회삿돈 횡령을 감추려 장부를 허위로 만들어 분식회계를 상습적으로 행하기도 했다.
이에 더해 최근에는 이주연 부회장이 관할 세무서 공무원을 대상으로 금품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돼 기업 이미지가 더욱 흔들렸다. 지난해 피죤 간부들이 북인천세무서 조사·세무 관련 직원들과 저녁식사를 마친 후 세금감면 등의 대가로 200만여원의 현금봉투를 전달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밖에 이에 대한 마케팅 전략으로 LG생활건강은 고가 정책을 고수해온 피죤과 달리 샤프란의 할인행사를 추진했고, 신제품을 발매하며 틈새를 파고든 점이 순위변동의 이유가 되기도 했다.
피죤은 신제품 개발과 더불어 하반기 샴푸와 치약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지만, 기업지배구조의 후진성으로 인한 이미지 추락으로 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업계는 판단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전직 임원의 "피죤은 좋은 브랜드이지만 직원을 감동시키는 문화가 없다"는 말과 같이, 이처럼 대다수 직원들이 피죤을 사랑하지만 오너 일가의 경영방식으로 인해 이 회장 일가의 퇴진이나 타 업체로의 회사 매각이 경영이 정상화될 수 있는 현실적인 해결책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빨래엔 피죤'이라는 명성을 되찾기 위해선, 또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에겐 그에 합당한 대가를 주는 조직을 만들겠다'는 이 회장의 그 희망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임직원들을 머슴 취급하는 현재와 같은 기업문화에서는 이루어지기 어려워 보인다.



![[경제 리포트] 1~11월 출생아 23만명 돌파…코로나 이전 수준 회복](https://images.jkn.co.kr/data/images/full/98/29/982948.jpg?w=200&h=130)







![[금융진단] 미 증시, 지정학 완화·빅테크 반등에 상승](https://images.jkn.co.kr/data/images/full/982892/image.jpg?w=288&h=168&l=50&t=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