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명문대 출신에 건설회사 임원까지 지낸 78세 남편, 치매 아내 2년간 수발하다…

김시내 기자
[재경일보 김시내 기자] 명문대 출신에 건설회사 임원까지 지낸 78세 남편이 치매를 앓는 아내를 2년간 지극정성으로 돌보다 결국에는 아내를 살해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부인을 목 졸라 죽인 혐의(살인)로 이모(78)씨를 구속했다고 3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19일 오후 9시께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아파트에서 베개와 TV 리모컨, 옷걸이 등으로 자신을 때리는 부인 조모(74)씨의 목을 양손으로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둘째 아들(45·회사원) 부부 및 손자와 함께 사는 이씨는 잠시 집을 비운 아들에게 범행 직후 전화를 걸어 '내가 너희 어머니를 죽였다'고 말했다.

아들이 급히 집에 돌아왔을 때 어머니 조씨는 거실 바닥에 쓰러져 숨진 상태였고, 아버지 이씨는 아파트 베란다 창문을 열고 뛰어내리려 하고 있었다.

아들의 제지로 투신하지 못한 이씨는 곧바로 아들에게 경찰에 신고하라고 시켰다.

이번 사건이 있기 전에도 이씨는 아내를 돌보는 것에 지쳐 여러 차례 아파트에서 투신하려고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조사 결과, 어려서 부모를 여읜 이씨는 부인이 '바람 피운 거 다 알고 있다'며 폭행하면서 '넌 부모 없이 막 자란 놈'이라고 하자 순간적인 화를 참지 못하고 범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씨는 조사 과정에서 경찰 관계자에게 "아내 목을 조르면서 '여보, 같이 가자. 사랑하니까 그러는 거야'라고 말했다"고 진술하면서 눈물을 흘린 것으로 전해졌다.

아들은 경찰 조사에서 '약 2년 전 치매 증상이 나타난 어머니의 증세가 얼마 전부터 더 심해졌다. 아버지는 어머니와 24시간 같이 있으면서 산책을 시키고 밥을 손수 먹이는 등 헌신적으로 뒷바라지했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가 부인의 치매 증세를 더는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자 범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씨는 명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건설회사 임원까지 지낸 자수성가형 인물이라고 경찰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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