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대기업 저격수 `공정위 직원들' 줄줄이 로펌·대기업行

돈 때문에 대기업 담합·유통업체 불공정 거래행위 '저격수'서 '방패막이'로 돌변

이영진 기자
[재경일보 이영진 기자] 대기업들의 불공정거래 관행에 최근 전방위 조사를 벌이며 `저격수' 역할을 했던 공정거래위원회 직원들이 고액 연봉을 약속 받고 최근 법무법인(로펌)과 대기업 등으로 잇따라 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연쇄 이탈에는 세종시 이전을 피하려는 내부 분위기도 어느 정도 작용했다는 분석이지만 이들이 공정위를 떠난 것으로 인해 공정위 조사 능력이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돈 때문에 저격수에서 방패막이로 돌변한 이들에 대한 비난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유통 분야의 불공정거래 행위 조사 등을 담당했던 베테랑 직원 김모 공정위 서기관이 이달 초 사직하고 대기업 계열사 상무로 옮기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공정위의 조사와 제재가 한층 강화되고 있는 소비자 분야에서 오랜 조사 경험을 가지고 있는 지모 사무관도 대형 법무법인으로 이직하기로 했다. 지 사무관의 이탈로 내부 분위기에도 동요가 일어나고 있다.

공정위의 핵심 업무로 꼽히는 담합 조사를 맡은 정모 사무관과 하도급거래 분야의 불공정행위를 조사해온 이모 사무관도 같은 대형 법무법인으로 옮기기로 했다.

또 담합 조사를 담당해온 모 서기관은 대형 법무법인으로 옮기기로 마음을 굳히고 이직 절차를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이직 당사자들은 로펌이나 대기업에서 현재 급여보다 훨씬 높은 연봉을 약속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잇따른 이직에 대해 올해 말 세종시로 청사를 옮기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공정위 관계자는 전했다.

이 관계자는 "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직원들은 주거지를 세종시로 옮기기를 꺼리는 분위기가 역력하다"며 "열악한 이주 지원책 등도 공정위 사직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과 로펌이 고액 연봉을 내세워 `러브콜'을 보내 유능한 인력을 손쉽게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공정위가 대기업 담합이나 유통업체 불공정 거래행위 조사를 대폭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이 앞으로 `방패막이'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돼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 돈 때문에 저격수에서 방패막이로 돌변한 공정위 직원들의 행태에 대해서도 비난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부 예산안으로는 공정위가 벌금·과태료 수입을 올해 4035억원에서 내년 6043억원으로 49.88%(2008억원)나 올렸다.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 기사

[정책 톺아보기] 대학 등록금 인상 한도 하향, 부담은 누가 지나

[정책 톺아보기] 대학 등록금 인상 한도 하향, 부담은 누가 지나

교육부가 내년도 대학 등록금 법정 인상 한도를 다시 낮추면서 고등교육 재정 구조를 둘러싼 논쟁이 재점화되고 있다. 장기간 이어진 등록금 동결 기조 속에서 대학 재정 압박과 가계 부담 완화라는 두 목표가 동시에 충돌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슈인 문답] 쿠팡 청문회 논란, ‘셀프조사’가 남긴 쟁점은

[이슈인 문답] 쿠팡 청문회 논란, ‘셀프조사’가 남긴 쟁점은

쿠팡을 둘러싼 개인정보 유출과 노동환경 논란과 관련해 국회 청문회가 31일 이틀째 이어지며 ‘셀프조사’의 한계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조사 과정의 독립성 부족과 노동자 보호 미흡 문제가 맞물리면서, 플랫폼 기업 전반을 겨냥한 제도 개선 요구가 확산되고 있다.

[이슈인 문답] 응급실 ‘뺑뺑이’ 반복, 구조적 원인은 무엇인가

[이슈인 문답] 응급실 ‘뺑뺑이’ 반복, 구조적 원인은 무엇인가

응급환자가 병원을 찾지 못한 채 이송을 반복하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문제와 관련해 김정언 중앙응급의료상황실장이 29일 서울 중구 광역응급의료상황실에서 “전산 정보만으로는 실제 수용 가능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 논란이 된 부산 고교생 응급환자 사망 사례를 계기로, 응급실 미수용 문제를 단순한 병상 부족이나 이송 지연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현장 의료진의 문제의식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슈인 문답] 은둔형 외톨이 5%, 사회적 고립 구조화

[이슈인 문답] 은둔형 외톨이 5%, 사회적 고립 구조화

한국 사회에서 은둔형 외톨이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5%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사회적 고립이 개인의 선택이나 성향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위험으로 굳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이번에 드러난 실태를 중심으로 고립의 원인과 제도적 대응 과제를 문답 형식으로 짚어본다.

[정책 톺아보기] 에너지바우처 추가 지원, 취약계층 체감도는

[정책 톺아보기] 에너지바우처 추가 지원, 취약계층 체감도는

정부가 등유·LPG를 주로 사용하는 난방 취약 가구를 대상으로 에너지바우처를 추가 지원하기로 하면서 겨울철 에너지 복지 정책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고환율과 연료비 상승이 맞물리며 취약계층의 난방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나온 조치다. 다만 일회성 지원의 한계와 제도적 보완 필요성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정책 톺아보기] 노란봉투법 가이드라인 공개, 사용자 책임 어디까지

[정책 톺아보기] 노란봉투법 가이드라인 공개, 사용자 책임 어디까지

노동조합법 개정에 따른 이른바 ‘노란봉투법’ 가이드라인이 26일 공개되면서 사용자 책임 범위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내년 3월 10일 법 시행을 앞두고 정부가 현장 혼선을 줄이기 위해 해석 지침을 제시했지만, 원청 책임의 범위와 노동쟁의 인정 기준을 두고 노동계와 경영계의 시각 차는 여전히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