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박성민 기자] 녹십자의 창업주인 고 허영섭 회장의 유산을 둘러싼 허성수 전 녹십자 부사장과 유가족들간 진행된 유산분쟁이 3년간의 치열한 공방 끝에 유가족들의 승소로 지난 7일 마무리됐다.
대법원 1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허 전 부사장이 자신을 제외한 다른 가족과 복지재단에 재산을 남긴 부친의 유언이 무효라며 어머니 정씨 등을 상대로 제기한 유언 무효 확인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유언 당시 고인은 유언에 필요한 의사식별능력을 갖추고 있었고 유언도 적법한 절차를 거쳐 이뤄졌다"며 "이 사건에서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이 유언취지의 구수 요건을 갖춘 적법·유효한 것으로 판단한 원심 판결은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고 판시했다.
창업주 허 전 회장은 뇌종양 수술을 받은 뒤 입·퇴원을 반복하다가 지난 2008년 11월 서울대학교병원 내에서 유언공증절차를 통해 '소유한 녹십자홀딩스 등의 주식을 녹십자가 운영하는 복지재단에 기부하고, 나머지는 부인과 차남, 삼남에게 나눠주겠다'는 내용의 유언을 남겼다.
이후 1년 뒤 허 전 회장이 숨지자 허 전 부사장은 "고인이 인지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어머니의 주도 하에 일방적으로 작성됐다. 유언이 적법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유언장은 무효"라고 주장하며 어머니와 복지재단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 2심은 "허 전 회장이 생전에 아들들에게 가급적 재산을 적게 남겨주고 특히 장남에게는 재산을 주지 않겠다고 밝혀왔던 점 등을 종합해보면 유언이 허 전 회장의 진정한 의사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허 전 부사장이 수증자에서 제외된 이유에 대해서는 부자간 불화가 이유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허 회장과 장남 허 전 부사장은 장남 허 전 부사장의 무리한 경영권 요구, 그리고 아버지와 주택과 관련된 법정 분쟁을 벌이기도 했다. 허 회장은 주택을 장남에게 증여하고 지분 상속은 최소화함으로써 장남이 추후 회사의 경영에 관여할 수 있는 여지를 축소시키려 했던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판결에 따라 녹십자는 허 전 회장의 유언대로 녹십자홀딩스와 녹십자 주식 339여만주는 미래나눔재단, 110만주는 목암연구소에 상속시키는 등 449만여만주(당일 종가 기준 약 673억원)를 사회 환원했다고 공시했다.
녹십자홀딩스의 최대주주도 허 전 회장의 평생 동업자로 함께 해온 동생인 현 허일섭 회장(10.33%)으로 바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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