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파커 없이 선자령 등반 70대 부부 저체온증으로 사망·실종
24일 오후 2시21분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 선자령 정상에서 산 아래로 800m 떨어진 곳에서 등반 중이던 정모(72·여·경기 시흥시)씨가 탈진해 갑자기 쓰러져 숨졌다.
이어 정씨의 남편인 홍모(72·경기 시흥시)씨도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져 의식불능 상태에 빠지게 되자 함께 하산하던 산악회 대표가 서둘러 산을 내려와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119구조대와 함께 선자령에 올라 홍씨 구조에 나섰지만 홍씨를 발견하지 못했다.
숨진 정씨의 시신은 사고 발생 1시간20분 만인 오후 3시45분께 선자령 정상 부근 눈 속에서 119구조대에 의해 발견됐다. 정씨의 시신은 인근 병원에 안치됐다.
소방당국은 50여 명의 소방인력을 사고 현장에 투입해 실종된 홍씨에 대한 수색 작업을 벌였지만, 선자령 정상 부근에 초속 20.6m의 강풍과 눈보라가 몰아쳐 사고 현장 접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방본부의 한 관계자는 "눈보라와 한파로 사고현장 접근이 쉽지 않아 수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최근 폭설 탓에 허리춤까지 눈이 쌓여 구조대원들이 발걸음을 옮기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기 시흥지역의 모 산악회 소속인 홍씨 부부는 회원 36명과 함께 선자령 정상을 향해 걷다가 갑작스런 눈보라와 한파 등으로 일행 3명과 함께 조난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일 선자령 정상 부근의 기온은 영하 3~4도였으나 강한 바람이 불어 체감온도가 영하 20도 이하까지 떨어지고 강풍과 눈보라까지 심하게 몰아치는 악기상 상태였지만 홍씨 부부는 이런 날씨에도 불구하고 방한 파카를 버스에 둔 채 선자령을 오른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가 난 선자령(해발 1157m)의 정상 부근은 목초지가 조성된 개활지로 겨울철에는 강한 눈보라가 몰아치는 악기상으로 유명해 악기상이 나타날 때에는 방한복을 갖추고도 10여 분을 서 있지 못할 정도라는 게 전문 등반가들의 설명이다.
산악회 관계자는 경찰에서 "부부는 평소 건강했고 등반도 무난하게 해왔다"고 말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평소 건강에 큰 문제가 없었던 홍씨 부부가 방한 파커를 산악회 전세버스에 두고 등반했다는 주변인들의 진술을 토대로 정확한 사고경위를 조사 중이다.
경찰은 홍씨 부부가 고령의 나이에 악천후 속 산행을 하다 탈진하면서 저체온증까지 오자 끝내 변을 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산을 오를 때는 땀이 나서 추운지 모르지만 하산할 때는 흘렸던 땀이 영하의 날씨에 체온을 급격히 떨어뜨리는 원인이 돼 서둘러 하산해야 하고, 특히 보온 대책을 철저히 세워서 겨울 등반에 나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소방당국은 현재 옛 대관령 휴게소에 지휘본부를 설치하고 사고 수습 및 추가 등반사고 여부를 확인 중이다.
한편, 다른 산악회원 최모(78), 김모(78), 진모(78)씨 등 3명은 강풍과 한파를 피해 국사성황당으로 대피했다가 119구조대에 의해 안전지대로 구조됐다.
이밖에 이날 오후 백두대간 능경봉 정상 부근에서도 산악회원 20여 명이 기상악화로 조단됐다가 119구조대 도움을 받아 안전지대로 대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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