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기자수첩] 신한생명·씨티은행 뒷돈거래…방카 폐해 심각

김동렬 기자

[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은행들의 보험판매 허용이 당초 도입 취지와는 달리 은행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 최근 씨티은행, SC은행과 신한생명 간 뒷돈 거래 적발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방카슈랑스는 '은행'(bank)과 '보험'(assurance)의 합성어로, 은행과 보험회사가 서로 제휴해 은행창구에서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은행은 보험상품을 팔아주는 대신 수수료를 챙길 수 있고, 보험사는 상품판매 채널의 추가 확보와 보험모집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또한 보험소비자 입장에서는 은행에서 보험상품을 원스톱으로 서비스 받을 수 있고,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볼 수 있다.
 
2003년 8월 방카슈랑스 도입 당시에는 소비자와 보험사, 은행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트리플 윈'(Triple-win)을 기대했다. 하지만 올해로 도입 10년째를 맞고 있는 지금은 도입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크게 변질돼 운영되고 있고, 결국 은행만 배 불리는 결과를 초래 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5일 신한생명 종합감사 과정에서 씨티은행과 SC은행, 일부 지방은행이 방카슈랑스 판매와 관련해 뒷돈을 주고 받은 사실을 적발했다. 신한생명은 일부 은행들에 점포당 적게는 10만원에서 많게는 최대 1000만원까지 2억원 가량의 불법자금을 전달했다고 한다.
 
방카슈랑스는 은행 한 곳에서 여러 보험사와 판매 제휴를 맺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은행들은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보험사에게 부당행위를 강요해온 것이 밝혀졌다. 보험사는 판매를 늘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은행에게 현금이나 상품권 등을 제공해야만 했고, 은행은 예·적금, 카드 등 할당량을 보험사 직원에 강제로 떠넘기는 등 불건전 영업행위도 계속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방카슈랑스가 생명보험 판매채널에서 차지하는 비중(초 회 보험료 기준)은 2003년 도입 당시 34.8%(2조2434억원)로 설계사 43.1%(2조7748억원) 보다 낮았다. 하지만 2008년 이후 은행들이 본격적으로 방카슈랑스에 참여하면서 점유율이 역전됐다. 방카슈랑스는 2011년 47.6%(7조2154억원)를 기록해 설계사 24.3%(3조6775억 원)를 두 배 정도 앞질렀다.
 
방카슈랑스 판매로 은행들의 수수료 수익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09년에 6185억원이었지만 2010년에는 6931억원, 2011년에는 7734억원에 이른다. 2012년 실적은 2011년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한 은행권은 방카슈랑스의 전면 확대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은행창구에서 판매하는 보험은 저축성보험과 실손보험이다. 은행들은 여기에 보장성, 자동차보험을 추가하면 더 많은 수수료를 챙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한 은행권은 올해 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보장성보험과 자동차보험도 은행판매를 허용해 달라고 건의했고, 이를 금융위원회가 단호히 거부했다는 말도 있다.
 
은행들이 방카슈랑스를 고집하는 이유는 딱 한 가지로 돈벌이가 되기 때문이다. 은행 창구에 예·적금 안내장보다 보험사 안내장이 더 많고, 예·적금을 가입하려고 은행원에게 문의하면 예·적금 대신 보험을 가입하라고 권유하는 것은 이와 맥락을 같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은행 입장에서는 예·적금보다 보험을 판매하는 것이 수익도 좋은데다, 관리도 안해도 되기에 마다할 이유가 없다.
 
방카슈랑스 도입 4년 후인 2007년 7월 금감원의 방카슈랑스 시행효과 분석 자료 발표를 보면, 보험료 인하 효과는 겨우 1.5%p에 불과했다. 그 이후에는 이렇다 할만한 자료 발표도 전무한 실정이다.

보험료 인하효과가 미미한 이유는 은행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높은 모집수수료를 요구했고, 보험사들도 은행을 잡기 위한 마케팅 경쟁을 벌였지만 설계사나 대리점 채널의 집단 반발을 의식해 방카슈랑스만의 보험료 인하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 결과 소비자에게 돌아가야 하는 보험료 인하 효과는 실종됐고, 소비자의 이익이 은행으로 이전되면서 결국 은행만 크게 배를 불리게 된 것이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방카제도의 폐해와 금융업권간의 균형발전, 소비자 보호 등을 고려한 적절한 대책과 관련자에 대한 징계 및 고발조치가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 감독당국은 특정 이해집단의 이익 차원에서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 소비자편익 증진 차원에서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해 변질된 메커니즘을 냉정하게 살펴보고 이를 바로 잡아 조속히 정상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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