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4일 금융소비자보호처(금소처)를 금융감독원 내부에 두는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에 대해 재검토를 지시했다. 이로써 말 많고 탈 많던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한 전담기구 신설이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금융감독체계 선진화 테스크포스안(테스크 포스안)에는 3년후에 금소처의 완전 분리를 재검토하자고 되어 있다. 3년 후에도 분리가 보장된다는 것도 아니다. 한마디로 구렁이 담 넘듯 넘기려다 된통 걸린 꼴이다.
사실 지난 대선에서 후보들은 금소처를 금감원에서 분리하겠다고 밝혔고 여야도 지난 3월 정부조직 개편 협상때 독립된 금융소비자 보호원을 만들기로 합의했었다. 박대통령과 여야 모두 국민들과 당초 약속했던 대선 공약을 착실히 이행한 셈인데 어수선한 시국에서 한줄기 희망을 보는 것 같아 늦었지만 다행스럽다.
그렇다면 언론들과 대다수 국민들은 금소처의 분리 독립에 대해 왜 그토록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걸까. 답은 간단 명료하다. 최근에 일어난 저축은행 사태와 시중 은행들의 CD 금리 담합, 가계 대출 가산금리 부당 편취, 펀드 대란, 키코 환매 사태 등 일련의 금융회사들의 대형 사건, 사고의 중심에는 어김없이 금융소비자들은 안중에도 없는 금융당국의 감독소홀과 금감원 직원들의 비리 연루가 봇물을 이뤘기 때문이다.
또한 감독당국의 검사에서 어렵싸리 적발되도 끼리끼리 제식구 감싸기와 솜방망이 처벌로 얼버무려 말그대로 무법천지 였음이 저축은행 사태에서 수없이 목격되었고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소처를 금감원 내부에 놔두고 금소처장에게 제재권은 빼고 단독 검사권을 준다는 것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격이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금소처를 금감원과 금융위에서 완전 독립시키기 위해선 대통령 직속으로 하던가 국무총리실 산하로 하면 된다. 해보지도 않고 무엇이 그리 두렵다는 말인가.
금융감독기능과 소비자 권익 보호는 항상 이해가 상충할 수 밖에 없다. 금융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면 가재는 게편이기 때문에 금융감독 당국은 금융회사 편에 설 수 밖에 없는 태생적인 구조다. 특히 미국과 영국 등 주요 금융선진국들보다 관료주의와 끼리끼리 뒤를 봐주고 밀어주는 특정세력(금융모피아 등)들의 폐해가 극심한 우리나라에서는 더욱 그렇다.
‘철(鐵)의 여인’ 마거릿 대처 전 영국총리가 1986년에 전격 단행한 금융개혁은 ‘우주를 탄생시킨 대폭발’ 즉, ‘빅뱅(Big Bang)’이라는 별칭에 걸맞을 정도로 획기적인 일대 혁명을 불러 일으켰다. 1976년에 외환 위기를 겪은 영국은 IMF의 구제 금융을 받아 국가 부도는 피할 수 있었으나, 1979년에 대처 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약 3년간 심각한 경제 문제를 해결하지 못 했다.
이후 보수당 대처 정부가 들어서서 고질적인 ‘영국병’을 치유하기 위한 대대적인 개혁을 펼쳤다. 이 개혁의 일환으로 대처는 정부 조직의 축소와 금융개혁을 통한 금융기관의 자율 경영, 공기업 민영화와 간접세 확대, 개인소득세 인하 등의 경제개혁 정책을 연이어 전격 실시했다. 그 덕분에 영국은 1982년부터 경제 회복기로 진입했다.
우리도 IMF 외환위기와 카드대란, 외환은행 불법 매각, 저축은행 사태 등 일련의 대형 금융참사를 겪었고 그 중심에는 항상 부패한 금융 모피아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제대로 된 ‘금융개혁’을 해보지도 못하고 박근혜 정부가 들어섰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금번 박근혜 대통령의 금융소비자보호처 독립 전담기구 신설이 한국 ‘금융개혁’의 시발점이라고 본다. 이제 금융소비자보호처 독립 신설은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물부충생(物腐蟲生)” 즉, 물건이 썩으면 파리가 몰려든다. 중국 시진핑 주석이 2012년 11월 17일 취임 후 첫 공식 회의에서 공직자들의 부정·부패와 관료주의 척결 의지를 천명하면서 한 발언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당선인 시절인 지난 1월 30일 삼청동 인수위원회에서 부패 척결을 주문하면서 “접시를 닦다가 깨뜨리는 것은 용납될 수 있지만, 깨뜨릴까봐 아예 닦지도 않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제 내일이면 3박4일 일정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 국빈 방문을 한다. 물부충생을 주창하고 있는 시진핑 주석과 공직사회 부정부패 척결을 천명한 박근혜 대통령은 너무 잘 어울린다.
세계 각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전담기구를 별도로 설치하고 있다. 태스크 포스 안은 감독기구 개편에 따른 불확실성과 감독기관의 옥상옥 등 여러 가지 이유를 애둘러 금소처를 3년 후에 분리 하는 방안을 재검토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접시 깰까봐 아예 닦지도 않겠다는 말로 들린다.
재삼 강조하지만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당장 원으로 격상시키고 독립시켜야 한다. 고질적인 관료주의와 부패척결 만큼 절박하고 절실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5년후 성공한 대통령으로 불리우는 것은 금소처의 독립 운영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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