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교황, 4박 5일 일정에 마침표

4박 5일간의 한국 방문 일정을 마친 프란치스코 교황이 18일 오후 서울공항을 통해 출국하기 위해 의장대 사이를 지나고 있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벗' 프란치스코 교황이 18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끝으로 4박5일의 일정을 마치고 이탈리아 로마로 돌아갔다.

약 100시간 동안 한국에 머물며 약자들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우리 사회 곳곳에 밝은 빛을 비춰 주었던 교황의 역사적인 방한 일정을 시간 순으로 정리했다.

◇ 방한 첫날 ‘약자'부터 만나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 새터민, 장애인, 이주 노동자….

14일 오전 10시16분께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한국 땅을 밟은 교황이 한국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이다. 교황은 우리 사회의 약자들과 만나는 것으로 방한 일정을 시작했다.

특히 교황은 이날 공항에 나온 세월호 참사 유족 4명과 일일이 손을 맞잡고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고 있다. 가슴이 아프다.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있다”고 위로했다.

이날 공항 환영행사에선 박근혜 대통령의 영접, 예포 발사 외에는 이렇다 할 특별행사가 없었다. 환영행사를 마친 뒤 국산 소형차 쏘울을 타는 교황의 서민적인 행보는 한국인들에게 놀라움과 함께 존경심을 자아냈다.

오후에는 청와대를 방문해 공식 환영식을 한 뒤 박 대통령과 면담하고 정부 주요 공직자들을 대상으로 연설했다. 공항에 영접 나온 박 대통령에게 “한반도 평화를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고 왔다"고 했던 교황은 청와대 연설에서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게 아니라 '정의의 결과'"라고 강조하며 평화의 메시지를 선포했다.

◇ 15일 '헬기 대신 KTX' 타다

방한 이틀째인 15일 교황은 헬기가 아닌 KTX를 타고 대전을 찾았다. 교황만을 위해 특별 편성된 열차가 아니라 일반 열차였다. 기차를 기다리던 100여 명의 시민은 교황의 모습이 보이자 환호했다.

교황은 이날 오전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5만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방한 후 첫 대중미사인 성모승천 대축일 미사를 봉헌하고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책무를 강조했다. 또 미사를 집전하기 전 세월호 참사 생존 학생과 유가족 10명을 만나 이들의 상처를 어루만졌다.

교황의 '파격'도 이어졌다. 무개차(오픈카)를 타고 대전 월드컵경기장에 들어서면서 교황은 이른 새벽부터 기다리고 있던 시민 사이에 아이가 보이면 차를 세우고 아이의 얼굴을 쓰다듬어 주거나 이마나 볼에 입을 맞췄다. 이 때문에 교황이 탄 차는 8번이나 멈춰야 했다.

오후에는 세종시 대전가톨릭대에서 아시아 청년들과 오찬을 한 뒤 헬기를 타고 한국인 최초의 천주교 사제인 김대건 신부의 탄생지 당진 솔뫼성지로 이동했다.

김대건 신부 생가에서 헌화와 묵상을 한 교황은 솔뫼성지에서 열린 제6회 아시아 청년대회에 참석해 6천여 명의 아시아 청년들과 만났다. 저녁에는 예수회 재단의 서강대를 깜짝 방문했다.

◇ 16일 광화문 시복식·음성 꽃동네 찾다
방한 사흘째인 16일에는 교황 방한 행사의 최대 하이라이트인 광화문 시복식이 열렸다.

교황은 이날 오전 한국천주교 최대의 순교성지인 서소문 순교성지를 참배한 뒤 곧바로 광화문 광장으로 이동, 오전 10시부터 윤지충 바오로 등 순교자 124위를 천주교 복자로 선포하는 시복미사를 집전했다.

시복식에 앞서 광화문 앞 제단까지 카퍼레이드를 벌이면서 신자와 시민을 만났다. 특히 교황은 차에서 내려 세월호 참사로 딸을 잃고 34일째 단식 중인 김영오 씨의 두 손을 따뜻하게 잡아 감동을 자아냈다.

이날 광화문 광장을 비롯한 주변 도로에는 '낮은 자'의 편에서 슬픔과 고통을 함께해 온 교황을 보기 위해 수십만명의 구름 인파가 몰렸다.

오후에는 고통받고 소외된 이들의 쉼터인 충북 음성 꽃동네에 발걸음했다.

꽃동네에서 장애인들을 만난 교황은 의자에 앉지 않았다. 올해 78세 고령인 교황은 50여 분 내내 선 채로 장애 아동들의 공연을 관람했으며 서툴지만, 정성껏 공연을 준비한 장애 아동들의 얼굴을 어루만지거나 이마에 입을 맞추며 이들을 축복했다.

◇ 17일 "아시아 젊은이여 깨어나라!"

방한 나흘째인 17일 오전 궁정동 주한 교황청대사관에서는 특별한 세례식이 열렸다. 교황은 세월호 참사로 숨진 안산 단원고 학생 이승현 군의 아버지 이호진 씨에게 세례를 줬다. 이 씨는 교황과 똑같은 프란치스코를 세례명으로 받았다.

교황은 이어 충남 서산시 해미 순교성지 성당으로 이동해 아시아 주교단을 만난 데 이어 오후에는 해미읍성에서 열린 제6회 아시아 청년대회 폐막 미사를 직접 집전했다.

평소 젊은이들의 고통에 깊은 관심을 가져온 교황은 아시아 청년대회 폐막 미사에서 젊은이들에게 세상 속에서 늘 깨어 있을 것을 당부했다.

교황은 폐막 미사 강론에서 성경 시편 구절을 인용해 "우리는 깨어 있어야 한다"며 "잠들어 있는 사람은 아무도 기뻐하거나, 춤추거나, 환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폐막 미사에는 청년대회 참석자 6천여 명과 천주교 신자, 시민 등 5만여 명이 참석해 교황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였다.

◇ 방한 마지막날…한반도 평화 메시지를 선포하다

방한 마지막 날인 18일 오전 교황은 명동성당에서 1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집전했다.

교황은 미사 강론을 통해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남북한을 향해 "죄지은 형제 일흔일곱 번이라도 용서하라"는 평화의 메시지를 선포했다.

미사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제주 강정마을 주민, 밀양 송전탑 건설 예정지역 주민, 용산 참사 피해자 등 위로와 평화, 화해가 필요한 인사들이 초청됐고 박근혜 대통령도 참석했다.

교황은 미사 전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김영주 목사, 남궁성 원불교 교정원장 등 한국의 12개 종단 지도자들과 만나 “형제들로 서로 인정하고 함께 걸어가자"고 당부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미사를 마친 뒤 성남 서울공항으로 이동해 환송인사를 하고 대한항공기 편으로 로마 바티칸으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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