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해고 한파' 엄습…생계 막막한 아파트 경비원들

이미지
"경비원 수를 줄인다는데, 더는 갈 곳 없는 이들을 어디로 쫓아낸단 말입니까?"

내년부터 경비업무에도 최저임금 100%가 적용되면서 인건비 부담을 덜기 위한 인력 감축이 대규모 해고사태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천의 1천200세대 규모 아파트 단지 관리소장 정모(57)씨는 21일 최저임금법이 오히려 경비원과 아파트 관리직원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아파트는 일반관리비와 청소비, 경비비 등 공용관리비가 매월 6천600만원 안팎인데 이중 직원 급여와 4대 보험료 등 인건비 비중이 97%(6천400만원)나 된다.

내년도 경비원 급여는 올해 대비 약 19% 인상될 전망이어서 관리비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씨는 "기본급이 인상되면 보험료 등 간접노무비도 늘어 내년부터 한달 경비비가 3천만원에서 3천600여만원으로 21% 증가한다"면서 "입주민들이 경비원 21명 중 4∼5명을 해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아파트도 경비원을 대량으로 해고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노원구 중계동의 한 아파트는 올해 9월 경비원 감원에 대한 입주민 찬반투표가 부결됐음에도 최근 경비원들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같은 내용의 투표를 벌인 하계동의 또 다른 아파트는 1년 이상 일한 경비원 전원을 해고 예고 통보하고 평가를 통해 재고용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안성식 노원노동복지센터 사무국장은 "내년도 관리비 등을 책정하는 입주자대표회의가 이번 주부터 잇따라 열리는 만큼 해고통보를 받는 경비원이 이달 말까지 급격히 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전용면적 135㎡ 이상 중대형 아파트 관리비에 부가세 10%를 부과하는 세법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점도 아파트 노동자들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중소형과 중대형 아파트가 혼합된 단지는 중대형 입주자들에게만 부가세가 붙게 되며, 금액도 가구당 월 1만원 남짓으로 크지 않지만 입주민들의 반발이 크다는 게 아파트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서울 지역 한 아파트 관리소장은 "경비원뿐 아니라 전기·수도·소방 등 시설관리 인력도 줄이거나 무급 휴식시간을 늘려 임금을 사실상 삭감하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전략본부 석건호 실장은 "올해 말까지 전국적으로 경비원만 약 4만명이 해고통지를 받게 될 것"이라며 "경비원 대다수는 재취업할 곳이 없는 취약계층이어서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 기사

[정책 톺아보기] 대학 등록금 인상 한도 하향, 부담은 누가 지나

[정책 톺아보기] 대학 등록금 인상 한도 하향, 부담은 누가 지나

교육부가 내년도 대학 등록금 법정 인상 한도를 다시 낮추면서 고등교육 재정 구조를 둘러싼 논쟁이 재점화되고 있다. 장기간 이어진 등록금 동결 기조 속에서 대학 재정 압박과 가계 부담 완화라는 두 목표가 동시에 충돌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슈인 문답] 쿠팡 청문회 논란, ‘셀프조사’가 남긴 쟁점은

[이슈인 문답] 쿠팡 청문회 논란, ‘셀프조사’가 남긴 쟁점은

쿠팡을 둘러싼 개인정보 유출과 노동환경 논란과 관련해 국회 청문회가 31일 이틀째 이어지며 ‘셀프조사’의 한계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조사 과정의 독립성 부족과 노동자 보호 미흡 문제가 맞물리면서, 플랫폼 기업 전반을 겨냥한 제도 개선 요구가 확산되고 있다.

[이슈인 문답] 응급실 ‘뺑뺑이’ 반복, 구조적 원인은 무엇인가

[이슈인 문답] 응급실 ‘뺑뺑이’ 반복, 구조적 원인은 무엇인가

응급환자가 병원을 찾지 못한 채 이송을 반복하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문제와 관련해 김정언 중앙응급의료상황실장이 29일 서울 중구 광역응급의료상황실에서 “전산 정보만으로는 실제 수용 가능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 논란이 된 부산 고교생 응급환자 사망 사례를 계기로, 응급실 미수용 문제를 단순한 병상 부족이나 이송 지연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현장 의료진의 문제의식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슈인 문답] 은둔형 외톨이 5%, 사회적 고립 구조화

[이슈인 문답] 은둔형 외톨이 5%, 사회적 고립 구조화

한국 사회에서 은둔형 외톨이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5%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사회적 고립이 개인의 선택이나 성향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위험으로 굳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이번에 드러난 실태를 중심으로 고립의 원인과 제도적 대응 과제를 문답 형식으로 짚어본다.

[정책 톺아보기] 에너지바우처 추가 지원, 취약계층 체감도는

[정책 톺아보기] 에너지바우처 추가 지원, 취약계층 체감도는

정부가 등유·LPG를 주로 사용하는 난방 취약 가구를 대상으로 에너지바우처를 추가 지원하기로 하면서 겨울철 에너지 복지 정책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고환율과 연료비 상승이 맞물리며 취약계층의 난방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나온 조치다. 다만 일회성 지원의 한계와 제도적 보완 필요성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정책 톺아보기] 노란봉투법 가이드라인 공개, 사용자 책임 어디까지

[정책 톺아보기] 노란봉투법 가이드라인 공개, 사용자 책임 어디까지

노동조합법 개정에 따른 이른바 ‘노란봉투법’ 가이드라인이 26일 공개되면서 사용자 책임 범위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내년 3월 10일 법 시행을 앞두고 정부가 현장 혼선을 줄이기 위해 해석 지침을 제시했지만, 원청 책임의 범위와 노동쟁의 인정 기준을 두고 노동계와 경영계의 시각 차는 여전히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