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인간의 존엄성

편집부 기자

 조현아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이 선고되었다. 서울 서부지법 오성우 부장판사의 선고시 발언이 재미있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 자존감을 꿇린 사건"이라고 판시했다. 이른바 '땅콩회항'사건의 피해자격인 박창진 사무장은 조현아 사건에 대한 인터뷰를 하며 '인간의 존엄성'을 위해 나섰다고 밝혔다.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한 벌로 인간의 존엄성이 제한되는 대표적인 공간인 감옥에 갇히게 되니 현재 사건의 가장 중요한 참고인인 박 사무장의 의견이 반영된 제법 적절한 결말이다.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이 사건을 일으킨 비행기는 특이한 공간이다. 백만원이 넘는 돈을 내고 시내버스보다 좁은 자리에 앉거나 기댄 정도의 자세로 10시간이 넘게 있어야 한다. 문을 열수도 밖에 나갈 수도 없고, 앞만 쳐다봐야 하는데, 고개를 돌리면 옆사람의 행동이 다 보인다. 유니폼을 입은 승무원이 때마다 철제통을 밀며 덮힌 음식을 주면 간이 식판을 펴서 먹는다. 하늘을 난다는 환상과 여행의 설렘을 뺀다면 불편하고 부자유스럽기가 감옥같지 않은가 싶다. 돈을 5백만원쯤 내면 누울 자리를 주고, 천만원쯤 내면 작은 개인 공간을 내주니 신분과 계급이 존재하는 것같기도 하다. 불특정 다수가 고액의 돈을 지불하고 불편을 감수하며 지불비용에 따른 차이가 눈앞에서 확인되는 차별이 존재하는 한 공간에 장시간 모여있는 특이사회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이곳에서 통제의 권한을 가진 사무장을 내쫓았다. 특이한 공간에서 특이한 행동을 하는 특이한 권력이다. 비행기란 특정 공간에서 벌인 행동이어서 알려졌고, 처벌규정이 마침 있어서 사후에 재판정에까지 서게 됐지만, 사건 당시에 그녀의 행동은 제재를 받지 않았다. 일개 승객인 그녀가 매뉴얼에 대해 트집을 잡은 것은 사실관계를 밝혀서 설명해주면 되는 것이고, 사무장에게 내리라는 발언은 무시되면 되는 일이다. 무릎을 꿇을 일도 그녀의 말을 따를 필요도 없다. 미성숙한 개인의 사적 요구가 존중되거나 관철되지 않는다면 혼자 툴툴거리다 말 일이다. 


 하지만, 그녀의 발언과 행동은 크게 존중되었고, 그 이유는 그녀가 기업오너의 딸이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기내에서도 한진그룹 사내에서도 그녀는 사리분별이 떨어지는 행동과 발언을 해온것으로 알려졌다. 부친인 조양호 회장이 사과를 통해 딸교육을 제대로 못한 자신의 책임이라고 인정한 것처럼 그녀는 적절한 시기에 성숙한 행동을 할 교육을 받지 못했다. 잘못된 행동이 제대로 통제되지 않으면 철이 들지 않는 법이다. 회사에서도 비행기 안에서도 성숙하지 못한 행동을 반복할때 적절히 제재를 받거나 치기어린 행동이 무시되었다면 그녀도 감옥에 갇히기 전에 교정이 되었을 것이다.

 미성숙한 개인에게 권력이 주어지고, 사적인 요구가 존중될 때 다른 사람들의 존엄성은 훼손된다. 배려없고 치기어린 권력자의 감정에 맞추는 상황은 비행기안에서건 밖에서건 부적절한 감시와 통제가 이루어지는 원형감옥이 된다. 행동은 제한되고 말도 함부로 못한채 무릎을 꿇고 밖으로 내쫓긴다. 권력자는 성숙되기를, 부적절한 요구는 무시되기를 한국사회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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